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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07. 2020

기분 좋은 날, 만들어 볼까요?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이 달콤한 잠을 깨우는 아침.

주말에는 더 자고 싶어도 멀뚱멀뚱해지더니만 평일에는 '5분만, 5분만 더..' 이불을 움켜 잡고 아쉬워할 때가 많죠. 오늘은 넉넉하게 일찍 일어나 진한 아쉬움은 미리 진한 커피로 달랩니다. 커피 향을 맡으며 모락모락 김이 나는 모닝커피 한 모금을 마십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일하기보다 편안히 놀고 싶지만 그럼에도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면서요.


일용할 양식을 구하려 가는 출근길.

운전하는 차 안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유독 아침만 되면 신호등은 내 갈길을 일부러 가로막는 것 같습니다. 꽉 막힌 도로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습니다. 짜증이 슬그머니 몰려오려는 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마음을 흔들어 깨웁니다.

'아, 이 노래는?' 그 옛날 소싯적에 온몸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불렀던 노래입니다.

이래 가나 저래 가나 어차피 가야 할 길, 혼자 앉은 네모난 박스 안에서 청춘의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따라 부릅니다. 뭐 어때요. 아무도 없는데.

노래는 끝이 났습니다. 별 거 아닌 혼자만의 열창이 기분을 상쾌하게,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다를 바 없는 일터,

늘 보던 사람, 늘 앉는 자리, 늘 처리하는 업무. 익숙함이 지나쳐 매너리즘에 빠져들 무렵 사소한 실수가 난처함과 무안을 가져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상사의 지적에 이은 충고를 듣습니다. 좋은 기분 일리는 없지만 마음을 달리 먹습니다. 처음 충고를 들을 땐 당황스러웠습니다. 잘 아는 처지에 서운함도 들었지만, 진심이 담긴 충고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잠시 흩트려졌던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도움이 되는 충고에 고마움을 가집니다.


꿀꿀한 기분을 달래려 잠시 갖는 휴식 타임,

동료 몇몇이 모여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눕니다. 얘기 중에 후배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울립니다. '내일 만날 거래처인가?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일까?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광고일까?' 메시지를 확인하는 후배의 얼굴에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뭐냐고 묻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제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메시지로 보낸 거였습니다. 유치 찬란한 그림에다 비뚤비뚤한 글씨로 쓰인 건 '아빠, 사랑해요, 힘내세요'. 같이 본 동료들도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아이의 그림 한 장이 꿀꿀했던 기분도, 잠시 의기소침했던 마음도 맑은 하늘 위로 날려버립니다.

1분도 안 되는 잠시의 시간 동안 함께 나눈 즐거움이었습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힘들이지 않고 '1분'이라는 시간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 줍기, 엘리베이터 잠시 기다려주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내가 먼저 인사하기, 아이처럼 나도 부모에게 문안 인사 메시지를 보내기. 1분도 걸리지 않는 기분 좋은 행동들입니다.

1분 동안 동료들에게 칭찬을 마음껏 해주고, 1분 동안만이라도 다른 사람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입니다. 가끔 부하 직원을 위해서도 커피를 타주는 시간도 1분이면 충분합니다.

칭찬하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힘도 들지 않고 배움이 많지 않아도 되고요. 상대를 위하는 예쁜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단, 무언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대는 하지 말고요. 기분이 좋아지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짜증 나는 일이 생기거나 나를 화나게 할 때 바로 욱하지 말고 1분 동안 아니, 10초만이라도 일단 참고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10초 동안의 인내가 더 큰 화와 다툼을 막아줍니다.

예쁜 모습은 눈에 남고 멋진 말은 귀에 남지만, 따뜻한 베풂은 가슴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씨름했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본 날입니다. 이런 날은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미션을 완수한 사람들이 뿌듯한 기분으로 퇴근하는 저녁입니다. 다들 머릿속에 이런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그동안 진짜 고생들 많았다. 열심히 했다. 한 잔 콜?'

그러나 현 시국이 시국인만큼 오늘은 자제하기로 합니다. 괜히 모였다가 코로나에 걸려 회사에 민폐를 끼치면 그 또한 곤란해지니까요. 다들 아쉬워하지만 다음을 기약합니다.

부딪히는 술잔, 원샷하며 고된 일상을 격려하고 내일도 잘하자며 다짐했던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기다리다 보면 이런 날이 다시 오겠죠? 입맛 다시는 현실이지만 기분 좋은 상상으로 대처합니다.


하루를 마감하고 오늘도 무탈하게 보낸 이 순간에 드는 생각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배꼽시계도 신호를 보내옵니다. 맛난 음식을 상상만 해도 침이 꿀떡 넘어가고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막상 집에선 배달음식을 먹을지 모르지만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즐거운 곳에서 나를 오라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니 내 쉴 곳은 작은 집, 우리 집뿐입니다.

오랜만에 집 근처 빵집으로 들어갑니다. 프랜차이즈 틈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몇 안 되는 동네 빵집입니다.

'우리 식구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뭐였더라?' 잠시 고민. '맞다. 망고 생크림이었지' 기억을 해내는 자신이 대견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주인에게 망고 케이크를 달라고 하자

"망고 생크림 케이크는 다 팔렸습니다."라는 대답에 아쉬움이 절로 듭니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인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집니다.

넉살 좋은 주인의 다음 말에 눈이 번쩍,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멜론 생크림 케이크가 딱 하나 남았습니다. 요즘 이것도 많이 팔려요."

망고나 멜론이나 맛있는 과일이니까. 빈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요.




이 문이 닫히면 저 문이 열리듯이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지면 또 하나의 기쁨이 나타나 그 빈자리를 채워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하루하루가 마음에 들리는 없겠지만

일상의 모든 일이 유쾌, 상쾌, 통쾌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소소한 즐거움이 끊이질 않고 그렇게 이어지는 기분 좋은 날을 만들어 갑니다.

밋밋한 시간들이라면 그 속에 기분 좋은 이벤트 하나쯤은 넣어보고요.

행복은 찾는 게 아니라 마음먹기라고 하잖아요.

오늘도 내일도 기분 좋은 날을 만들려고 합니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라고 인생을 노래한 릴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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