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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an 11. 2021

긴급 재난 문자 없는 세상, 언제쯤 올까요?

재난 문자 홍수의 시대




 하루에 가장 많이 받는 문자가 있습니다. 

 어제는 10통 넘게 문자를 받았습니다. 일과 중에도 틈만 나면 알림이 울립니다. 몇 분 간격으로 서너 개씩 연속해서 받을 때도 있고요. 옆 사람들도 동시에 받습니다. 어젯밤에도 여러 번 보내주더니 아직도 알려줄 게 많은가 봅니다. 연인도, 가족도 아니고 회사도 아닙니다. 휴대전화에 도착한 긴급재난 문자입니다.  


 휴식을 취하는 주말에도 받았고요, 일과가 끝난 저녁인데도 재난문자는 멈추지 않습니다. 

[행정 안전부] 오늘 21:00 00 한파경보, 노약자 외출 자제 건강 유의, 동파방지 등 피해에 주의 바랍니다.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며칠 전에는 폭설을 주의하라는 문자를 보내더니 이젠 한파 경보라네요. 

 



 작년 봄까지만 해도 어쩌다 한 번씩 왔습니다. 봄에는 황사와 미세 먼지 주의, 여름에는 태풍이나 폭염 주의. 그러던 문자가 작년 봄부터는 하루도 빠진 날이 없었습니다.

 작년 여름 내내 장마와 관련된 안전 안내 문자가 물밀듯 쏟아졌습니다.

 '폭우가 오니 산사태에 주의하세요', '00도로 침수 위험이 있습니다', '00 대로 교통 통제 중이니 우회 바랍니다', '교통혼잡이 예상되오니 대중교통 이용 바랍니다' 

 작년에 장마가 사상 최장기간인 50일 넘게 쏟아부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장마는 8월 중순이 되어서야 끝났지만 폭우에 이어 폭염에 관한 안전 문자가 자리를 대신합니다.

 '전국적으로 폭염특보 발령 중, 야외 활동 자제, 충분한 물 마시기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죠. 그러다 연이어 3개의 태풍이 찾아오자 며칠 동안은 태풍과 관련된 긴급 문자를 받았습니다. 


 황사, 미세먼지, 폭염, 태풍과 관련된 문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계절이 바뀌면 오지 않아 그나마 봐줄 만합니다. 절대적인 비율로 일 년 내내 틈만 나면 조심하라는 코로나 관련 안전 안내 문자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작년 5월의 1차, 8월 2차, 12월 3차 대유행을 기점으로 문자는 폭주했습니다. 

 '00번 환자 동선 확인, 00 방문자는 가까운 선별 진료소로 연락 바랍니다', '00 집회 참석자 및 00 교회 참석자는 증상의 유무와 상관없이 익명의 검사 가능하니 검사 바랍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확진자의 동선에 따른 방문 장소가 나오고 필히 검사를 받아달라고 합니다. 

 '느슨해지면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됩니다. 마스크 반드시 착용하고, 손 소독, 거리 두기 등 기본 수칙은 꼭 실천해 주십시오’'와 같이 간절히 호소하는 안내도 받았고요, '앞으로 2주간 전국에 5명부터의 사적 모임은 금지됩니다' 같은 강제적인 문자도 날아옵니다. 


 2020년 한 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시작해서 코로나와 싸워가며 코로나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럼에도 끝나기는커녕 연말부터 하루 1000명을 넘는 확진자로 이 싸움은 해를 넘겨 지금도 이어집니다. 자칫 코로나에 압도당할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일상의 풍경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선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에게 마스크를 일 년 가까이 씌웠습니다. 봄부터 쓴 마스크는 여름이 되어도 벗을 수가 없습니다. 땀이 흘러내리고 화장이 묻어나도, 더워 숨쉬기 힘들어도 쓰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느슨해진다 싶더니 다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건물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국가에서 보내는 안전 관련 메시지가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할수록 재난 문자도 늘어납니다. 코로나 19, 산사태, 집중호우, 폭염, 폭설, 한파 같은 재난 문자가 하루 평균 79건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재난 문자 홍수의 시대입니다. 

 

 다른 도시, 다른 도에서 내 번호를 어찌 알았는지 재난 문자를 보내 놀라기도 합니다. 

 재난에 대비하자는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 폭탄으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하던 일을 즉시 멈추고 건물 밖이나 방공호로 대피를 해야 할 '지진이나 화산 폭발, 쓰나미' 급의 긴급재난이 아닙니다. 더우니까 물 마시고 추우니 따뜻하게 다니라고 하고 전염병에 안 걸리게 손 씻고 마스크 쓰고 다니라는 문자를 수도 없이, 그것도 같은 내용으로 울려댑니다. 새벽에 한파가 왔다는 긴급한 문자가 새벽 5시에 울려 잠을 깨면 짜증부터 나기도 합니다.  

 바쁜 월요일 오전에 받은 코로나 19 관련 긴급 문자가 '마스크 쓰고 사회 거리 두기, 슬기로운 한주의 시작입니다.'라는 걸 읽는 순간 이게 무슨 긴급재난 문자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긴급한 재난 문자는 무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긴급재난 문자가 자칫 양치기 소년이 되지나 않을지 우려됩니다.

 

 코로나 관련 재난 문자를 받는 사람뿐 아니라 보내는 지자체들도 힘들다고 합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상점과 상호가 유사하거나 옆 가게에서 피해를 봤다며 지자체 상황실은 항의하는 민원인들로 곤욕을 치른다고 합니다. 재난 문자 받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도 끊이질 않는다고 하고요. 안전을 위하는 노력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일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자는 신신당부를 받고 철저히 방역 수칙을 따르며 지켜온 지도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다 싶어 긴장을 늦추면 어김없이 대유행의 기로에 들어섰다고 하니 다들 지칠 만도 합니다.

 지금까지 노력하며 잘 버텨왔는데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모든 게 허사가 된다면 이 또한 가슴 치고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어 일부 국가에선 접종을 시작했다고 하니 조금만 버티면 머지않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를 가집니다. 


 모두가 바라는 염원인 휴대전화에 재난 문자가 뜨지 않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그런 문자가 없다는 건 세상이 그만큼 평화로운 거니까요.

 서로서로 안전하게, 재난을 당할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문자이니 무심코 흘러 듣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느 누구 하나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없으니까요. 

 모두가 재난 없는, 특히 이 코로나와 관련된 재난은 하루속히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심기일전, 나와 가족을 위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조심, 또 조심을 하는 수밖에요. 


 일과가 한창인 오전, 느닷없이 울리는 알림에 모두가 핸드폰을 쳐다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재난 안내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확진자 0명 발생, 이동 동선 및 접촉자 역학조사 중입니다. 마스크를 꼭 착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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