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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Feb 10. 2021

우리가 가진 유일한 시간

하루는 24시간, 1440분입니다. 혹시 몇 초인지 아세요? 86,400초입니다.

일 년은 365일, 52주죠. 여기까진 다들 아십니다. 시간은 9760시간이고, 525,600분입니다. 몇 초인 지도 알려 드릴게요. 21,536,000초입니다. 숫자가 너무 커서 머리가 아파지죠?

예전 같으면 365일 곱하기 24시간 곱하기 60분.. 일일이 종이에 쓰거나 계산기 두드리며 계산했을 텐데 요즘은 검색해서 클릭 한 번이면 바로 답을 얻습니다.

복잡한 수식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쉽게 답을 찾듯이 시간 역시도 아무 힘들이지 않고 아주 쉽게 흘러갑니다.   



어떤 때는 길게만 느껴지고 또 어떤 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게 시간입니다.

화장실이 급할 때는 일분일초가 사람을 환장하게 합니다.

설레는 첫 데이트의 약속시간은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고요,

인생의 중대 발표를 앞둔 전날은 지구가 멈춘 듯합니다.  


눈에 불을 켜고 게임을 할 때는 2시간이 20분도 안된 것 같고요.

달콤한 잠에 빠져 일어나기 싫을 때는 달랑 10분밖에 안잔 것 같습니다.

꿀맛 같은 1주일의 휴가는 언제 지났는지 아쉬움만 남습니다.

하루는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왜 이리 안가나 싶지만 날짜 가는 건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붙잡을 수도 없이, 잠깐 멈추는 것도 없이 유유히 그리고 냉정하게 하루하루 잘만 흘러갑니다.

더디게 가는 하루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정말이지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나 싶습니다.


떠나간 시간은 느끼며 살아갑니다. 지나간 시간은 아쉬워하면서 남아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을 듯합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평균수명을 이용한 계산법인데요. 오늘로 생이 끝날지 내일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대략적으로 알아도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에게 남은 시간 계산법은

(남/여 평균 수명 - 내 나이) X 365 X 24 =남은 시간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남자 평균수명은 80.3세, 여자는 86.3세로 나와있고요, 평균 수명은 83.3세입니다.

각자 남은 시간을 대략 얼마인지 계산해 보셨나요? 숫자가 많아 실감이 덜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걸 카운트다운하는 시계도 있다고 합니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경각심을 가지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어릴 땐 모릅니다. 어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마치 이 인생이라는 게 무한할 것 같습니다. 물론 유한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만 마음이 그걸 모르게 만들죠. 그러다 이런 일 저런 일 겪어가며 나이가 들면 시간이 언제 이리 흘렀는지 놀랍니다. 그리곤 '아, 인생이란 유한하구나.'라고 느낍니다. 유한하다면 지금 살아 있는 동안에 진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하지 못한 꿈을 아쉬워하고요, 보다 의미 있게 즐기지 못한 시간을 떠올리며 후회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 후회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간을 쪼개어 밤낮으로 맹연습을 하며 준비합니다. 공연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하며 부족한 게 없나 마지막까지 신경을 씁니다. 긴장과 떨림의 공연 당일.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합니다.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갈채가 이어집니다.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드디어 연극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생은 연극이 아니니까요. 시간은 연극을 하나 안 하나 그저 흘러갈 뿐입니다.  


우리가 사는 건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 있는 곳이 삶의 현장인데, 그걸 자꾸 잊어버립니다. 다가올 미래는 행복할 거라고,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고 굳게 믿으며 지금을 희생합니다. 사는 게 힘들어서 웃지도 않고요, 더 큰 행복을 찾느라고 지금 소소한 기쁨은 다음으로 미뤄 버립니다.

마치 지금을 사는 이유가 미래의 어느 시간을 위한 리허설인 것처럼 살아갑니다. 또 오늘을 연습인 것처럼 여기면서 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니잖습니까. 지금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시간이고, 여기가 내가 살아가는 삶의 무대입니다. 인생은 매일매일이 공연이고요, 삶에는 연습이 없습니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이유도 모르는데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대가 없이 이 시간을 누리고 있으니 좋든 싫든 선물이 맞는 듯합니다. 더군다나 되돌려 줄 필요도, 갚을 대상도 없으니까요.

세 가지 시간 중에서도 '현재가 선물이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선물은 지금뿐입니다.   



한 해가 또 가고 있습니다. 우리 우리 설날 새해가 오면 빼도 박도 못하고 한 살 더 먹습니다. 나이가 드는 거죠. 그만큼 살아온 날이 더 쌓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잘 된다는 보장도, 인생이 더 깊어진다는 확신도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수많은 순간을 그저 살다'가 아니라 '삶은 선물이다'라는 사실을 아는 거라 합니다. 삶이 선물이기 위해서는 지금을 더 충실하게 보내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입니다.


지금을 사는 것이 인생의 어느 순간, 멋진 순간, 성공의 순간을 위한 리허설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요? 정해져 있지 않은 공연이 마치 인생의 목표인 양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행복을 늘 바라지만 실은 지금 누리는 행복이 진짜 행복입니다.

지금 사랑하고 즐기는 이 모든 순간이 진짜 내 인생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은 지금 이 순간이니까요. 이 순간만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시간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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