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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Feb 13. 2021

한 평생 산(山)다는 건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이 땅에 태어나면 저마다 한 세상을 살아갑니다.

어떤 이는 모진 고통의 삶을 감내하며 살아 내고요.

또 어떤 이는 평탄한 인생길을 무리 없이 갑니다만

대부분은 고통과 평안을 두루두루 겪으며 살아갑니다.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목표를 갖기 마련입니다.

이루지 못할 허황된 목표가 있는가 하면 손 내밀면 닿을 듯한 목표도 있습니다.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목표를 향해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목표를 바꾼다고, 목표가 없다고 한들 치열함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인생을 곧잘 산과 비유합니다.

험하고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편평하고 완만한 정상만 가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동네 뒷산이 전부인 사람도 있고요, 아름답고 멋진 산을 꿈꾸는 이도 있습니다.


어떤 산이든 정상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 가치는 다르지 않습니다.

각자의 삶이 다를 뿐이지, 틀리지 않듯이 말입니다.

허나 말이에요, 정상에 오르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돌산을 넘어야 하고 아주 가끔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암벽도 타야 합니다.


늦게 출발한 이가 나를 앞질러 가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가다가 힘들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쉬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오르다 다쳐 낙오되는 이도 생기고요,

험한 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힘들어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산을 오르다 고개를 돌려 내가 지나온 길을 바라봅니다.

내가 언제 이렇게나 왔을까 놀라기도 하고, 달랑 이것밖에 못 왔나 불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득히 멀게만 보여도 힘을 내어 다시 오르기도 하고

더 이상은 못 가겠다며 제풀에 지쳐 주저앉는 이도 있습니다.  


산 중턱에 다다르면 내가 사는 세상이 발아래 펼쳐집니다.

크게만 보였던 건물은 성냥갑보다 작고 지나가는 차들은 한 점에 불과합니다.

무수히 부딪혔던 그 많은 사람들은 분간조차 안되고요.

저리도 좁은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았나 싶은 허무함이 들기도 합니다.


한발 한발 걸음을 떼기가 천근만근 돌덩이 같고, 헐떡이는 숨은 목 끝까지 차고 올라와 내쉬는 것조차 힘듭니다. 숨이 곧 끊어질 듯한 고통으로 말할 기운은커녕 한 발만 움직이면 죽을 것만 같은 그때에 드디어 목표한 정상이 바로 눈앞에 나타납니다.

역시나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는 진리를 온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가장 높은 곳에 서있는 지금 이 순간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입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고생은 모두 잊은 채 없던 힘이 마구 솟아납니다. 고난의 여정이 끝났다는 생각만으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 순간만은 내가 세상에 가장 높이 우뚝 서있는 주인공이 된 듯합니다. 내려다보는 세상은 마치 별것 아닌 것마냥 죄다 내 발아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정상에 도착해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는데 해는 벌써 서쪽 하늘 아래로 뉘엿뉘엿 내려가고 있습니다.

나보다 먼저 올랐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없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하나 둘 내려갑니다.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해지기 전에 내려가는 수밖에요.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편할 줄 알았는데 만만치가 않습니다. 오를 때보다 더 조심해서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는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별것도 아닌 세상처럼 보였던 저기 저 도시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등바등하며 살았던 그곳을 내 발로 들어갑니다.


빨리 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갈 곳은 어느 누구나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다시 세상으로 뛰어들지만 이제는 세상을 정리하는 시간이 가까워옵니다. 자칫 어영부영하면 시간만 허비하다 정작 아무 정리도 못할지 모릅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렸을까, 우렁찬 울음소리는 회한의 눈물이 되어 흐릅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길이 인생 여정과 닮았다고 합니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입니다. 주변 풍경을 감상은커녕 앞사람 발꿈치만 보며 겨우겨우 따라가는 이도 있고, 새들의 소리와 언제나 변함없는 나무와 교감하며 마음껏 즐기는 이도 있습니다.

힘들지 않게 정상으로 오르고 싶은 바람을 갖지만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오를 산이 얼마나 있을까요?

고통이 없는 삶을 바라지만 고통을 겪지 않고 얻는 것 또한 어떻게 내 것이 되겠습니까?  


인생은 즐거움과 행복만 있을 수 없습니다. 괴로움도 고통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고통과 괴로움이 있다 한들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마라고 합니다.

인생의 희망은 늘 괴로움이라는 가시밭길, 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산 정상의 기쁨도 고통이라는 험한 산길을 걷고 나서야 알게 되는 희망이듯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한 평생도 이러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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