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몇 번이나

by 공감의 기술

사방에 봄이 왔다며 꽃들이 자태를 드러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도 기지개를 켜고요.

서울 남산에 영춘화, 지리산에는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변산바람꽃이 모습을 드러내자 전남 광양에는 매화가 개화한다고 알려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이산 저 산에 진달래가, 여기저기엔 개나리가 세상을 물들입니다. 경남 진해에는 벚꽃이 만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화사해지는 화려한 봄꽃 놀이는 사는 동안 몇 번이나 찾아보게 될까요?


지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길을 걷다가도 문득,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도, 친구들과 정신없이 수다를 떠들다가도, 받쳐 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 시절 나의 애창곡은 사는 동안 몇 번이나 찾아 듣게 될까요?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 소중한 사람의 잔잔한 미소가 세상살이 시름을 잠시 달래줍니다.

마음 맞는 친구와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어제 본 것 같은 형제들과 반가운 재회를 합니다. 투정을 부려도 짜증을 내어도 다 받아주던 늙은 부모님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사는 동안 몇 번이나 바라보게 될까요?




먹고사는 게 바빠서 철마다 꽃놀이를 다닐 틈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꿈도, 좋아하는 놀이도 다음 또 다음으로 미루고 살아갑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까지도 ‘다음에’라고 하면서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세월을 하얗게 불태운 다음에야 지나간 시간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허옇게 지샌 머리는 염색을 해서 되돌려보지만 그렇다고 지나간 시간까지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좋을 땐 좋은 줄을 모릅니다. 그 시간이 영원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행복할 땐 행복이 당연한 줄 알아 함부로 흘려보냅니다. 그때는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올 줄 알았으니까요. 아니 더 좋은 시간이 올 거라 믿었으니까요.

다 지나고 나서야 좋았던 시절을, 행복했던 그때를 그리워합니다.


진짜 사는 건 짐작도 할 수 없고 예측도 할 수 없고 그저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아, 어떻게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그래도 그건 아닐 거예요. 마냥 기다리기보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의미와 재미를 찾아봐야죠.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각박한 상황에서는 두루두루 살피는 인심이 최고 인심일 겁니다.

막막하고 갑갑합니다. 게다가 어수선하기까지 해서 쉽게 예민해지는 요즘입니다. 괜한 짜증을 부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투덜거리기도 합니다만 가까울수록 조금 더 챙기고 조금 더 아끼면서 오늘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좋아하는 음악으로 정화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는 꽃놀이, 물놀이, 단풍놀이, 눈놀이하면서 추억 만들기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남은 시간은 혼자 있지도,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을 줄 수 있고 서로의 인생을 가치 있게 가꿀 수 있을 테니까요.


사연 많은 인생길이라 그런지 꾸불꾸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돌고 도는 인생이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에는 왕복 차표가 없습니다. 한번 지나온 길은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습니다.

앞으로 사는 동안 우리는

좋아하는 노래는 몇 번이나 찾아 듣게 될까요?

좋아하는 놀이는 몇 번이나 찾아 하게 될까요?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은 몇 번이나 찾아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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