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이끌고 온 나폴레옹이 전선을 훑어보고 있습니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합니다. 본격적인 전쟁에 앞서 적군의 규모, 배치, 사기, 날씨까지 면밀히 살피고 있습니다. 항상 들고 다니는 ‘손자병법’을 보면서요.
어느 날 나폴레옹이 적군의 동태를 살피려고 전장을 둘러보다 걸음을 멈춥니다. 넓게 펼쳐진 토끼풀 밭에 피어있는 세 잎 클로버 사이로 희귀한 네 잎 클로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잎 클로버가 신기해 만지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갔습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면, 1초라도 늦게 숙였다면 나폴레옹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뻔했습니다. 이후로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한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고요, 많은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 믿었습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라는 꽃말을 가지며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합니다.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된 후로 사람들은 클로버만 보면 네 잎만 찾느라고 혈안입니다. 세잎인지, 네 잎인지 조심스레 손을 갖다 댑니다. 네 잎인 줄 알았는데 세잎입니다. ‘에이’ 손에 잡았던 세 잎 클로버를 내팽개치고 네 잎을 찾으려 풀밭을 뒤집니다. 바로 발밑에는 무수한 세 잎 클로버들이 짓밟힙니다. 오로지 네 잎 클로버 ‘행운’을 찾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살고 싶냐’라고요. 그럼 다들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답합니다. '행복이 뭐냐’라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잇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마치 커닝한 것처럼요.
“가정이 평화롭고, 하던 일이 잘되고, 아이도 별 탈 없이 잘 자라고,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내면 그걸로 만족합니다”라고. 더 필요한 것이 있나요?
다들 아시겠지만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고,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사람들은 행운이라는 여신을 간절히 원합니다. 사는 내내 어쩌다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합니다. 내가 바라는 행운은 어떤 건지 고민도 하지 않으면서요.
행운이라면 '로또 1등? 부동산 청약 당첨? 대박 투자?' 이런 생각부터 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곧 힘이다는 현실 앞에 나도 어디선가 돈벼락을 맞았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이 소원이 행운으로 둔갑하여 잡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이 행운만 잡으면 행복은 따놓은 당상처럼 여깁니다.
행복하다.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십니까?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 아내의 정성 어린 뒷바라지, 남편의 자상함, 부모님의 건강함, 친구와의 부담 없는 만남,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 이런 모습들 아닌가요? 혹시 행운만 찾으려다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네 잎 클로버는 세 잎 클로버의 돌연변이라고 합니다. 발견할 확률은 일만 분의 일 정도라고 하네요. 이 돌연변이가 행운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수만 개의 행복 클로버는 거들떠보지 않은 채 무참히 짓밟힙니다. 단 1개의 행운을 찾기 위해 9999개의 행복이 어찌 되든 관심도 없습니다. 우리가 방금 짓밟았던 9999개의 세입 클로버 속에 곧 자라날 네 잎 클로버가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입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과는 달리 어디에 있는지 모를 행운을 찾는데만 급급하여 중요한 행복은 마구마구 짓밟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아이의 웃음소리에 편안함을 느끼고 아내의 저녁상에, 남편의 집안일에 고마움을 느끼는 일상의 행복 속에 행운이 깃들 확률이 높지 않을까라는 생각, 해본 적 없으십니까?
아이가 울든 말든, 저녁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고, 내 주위에 고마움을 모르는 채 행운을 찾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설령 그렇게 찾은 행운이 정말 행운일까요? 행복을 짓밟고 손에 쥔 행운의 진짜 모습은 오히려 불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운을 찾으려고 애쓰는 노력을 일상에 널려 있는 행복을 가꾸는데 쓰면 좋겠습니다. 소소한 일상에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면 살맛도 날 거고요. 누가 압니까? 소소한 행복이 기막힌 행운을 가져다줄지.
어딘가 있을 네 잎 클로버의 행운에만 집착하지 말고 세 잎 클로버에 담긴 행복을 찾아 오늘을 살아가는 게 후회 없는 인생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