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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May 07. 2021

다 같이 돌아볼까요? 우리 동네 한 바퀴

 ‘다음 주는 어디로 놀러 갈까?' '이번 휴가는 해외로 나가 볼까? 하다못해 제주도라도 며칠 다녀올까?'

 주말이면 어디로 놀러 갈지, 휴가철에는 어디로 어떻게 여행 갈지. 이런 고민과 멀어진 지도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유명한 맛집이 있다면 1-2시간 거리라도 마다하지 않았고, 봄이면 꽃구경하러 분주하게 다녔는데 마치 오래 전의 일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킨 역병은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여전히 전 세계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기승에 눌러 사람들은 밖에서는 거리를 두어야 하고 몇 명 이상은 모이지 말라고 합니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요.

 모임도, 여행도 물 건너 불구경하는 요즘이지만 나름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곤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다니는 길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사는 동네와 자연스레 더 친해졌습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하면 동네 산책을 나갑니다.

 집에서 운동하기 싫증 나면 동네 한 바퀴를 걷습니다.

 다니는 길이 지겨우면 안 가본 길로 가보고요, 그러면서 우리 동네의 매력을 하나씩 발견해 갑니다.

 이 동네에서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았는데 미처 몰랐던 곳이 참 많구나 싶었고, 늘 다니던 길인데 무심코 지나쳐버린 가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까 번쩍한 건물이 들어선 중심가도, 화려한 번화가도 아닙니다.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 단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건물은 낡았지만 마치 새것 같이 깨끗하고 길이 잘 들여 있는 동네가 나옵니다. 같은 도시에 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말에도 일찌감치 불을 밝히는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건너편에는 주인이 직접 구운 빵이 맛있는 빵집이 있고요. 대형 서점과 프랜차이즈 빵집이 우후죽순 생겨난 그 틈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 뭉클했습니다.

 흐르는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낡은 간판 밑에 빛바랜 삼색 등이 꺼지지 않은 동네 이발관이 보입니다. 연세 지긋하신 주인이 빠르지는 않지만 능수능란한 가위질을 40년째 뽐내고 있고요, 때 묻은 옷을 깨끗하게 해주는 이름과는 달리 오래되고 낡은 세탁소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젠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줄 알았던 방앗간에서는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엄마의 손맛처럼 밑반찬의 맛이 정직하고 예사롭지 않은 수수한 이름의 백반집도 알고 보니 이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맛집입니다.


 작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동네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합니다. 인적이 드문 어느 골목길의 투박한 콘크리트 계단도 눈에 들어오고요. 그 위로 조그만 올라가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장소도 있습니다.

 지금껏 가보지 않았던 동네 후미진 곳을 걸으면서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전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던 가게들도 한 번씩 둘러보면서 우리 동네를 재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져듭니다.

 다들 모진 세파와 변화무쌍한 시간의 흐름을 비켜서지 않으며 오늘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집에서만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 삼시 세끼 집밥 하기도 지칠 때가 있습니다. 배달 음식도 다양하게 시켜 먹어보지만 그 음식이 그 음식 같아 지겹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주변 가게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니 웬만하면 동네에서 다 해결이 가능합니다. 동네를 알아가다 보니까 예전에는 돈가스를 먹기 위해 어디 가고, 딸기 케이크를 사기 위해 어디 가고 그랬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동네마다 괜찮은 맛집들이 다 있으니까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 정감이 있습니다. 교육을 열심히 받은 프랜차이즈 직원의 친절한 인사와는 또 다른 인간적인 매력이라고 할까요?


 느릿느릿하지만 머리카락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듬는 이발소 주인, 드문드문 오는 손님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책방 주인, 직접 구운 빵을 하나 덤으로 주는 인심 좋은 동네 빵집 사장님, 엄마처럼 수수한 백반집 할머니, 동네 아줌마들의 아지트가 된 동네 카페와 웬만한 물건은 다 있는 동네 슈퍼까지. 내가 미처 몰랐던 우리 동네의 매력을 가꾸는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업의 가치에 있어서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일확천금 같은 허황된 욕심은 부리지 않습니다. 꾸준히 그 자리에서 조금씩 모아가며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온 사람들이 모인 삶의 터전. 앞으로도 이분들이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는 우리 동네, 우리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우리 동네의 모습, 공간. 있으십니까?

 이번 주말, 동네 한 바퀴를 쭉 돌면서 그 매력을 살짝이라도 만나고 오시죠.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동심이 묻어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도 가볍게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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