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May 28. 2021

취미가 콩나물 키우기??

 코로나 판데믹이 일상을 마비시킨 지도 1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백신이 나와 희망을 주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여전하고 모임 자제도 계속입니다.

 다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곤 합니다.

 헬스장을 마음대로 가지 못해서 이른바 홈트, 홈트레이닝으로 집에서 운동을 합니다. 영화관 가기가 꺼림칙해서 거실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하여 영화를 즐겨 봅니다. 배달음식이 지겨워 요리를 직접 해먹으면서 요리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반려동물, 반려 식물을 키우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이동 제한에 걸린 무료함을 달래고자 이런저런 소소한 취미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취미가 주로 집에서 하는 거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 그래도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시키기도 힘든 데다가 가뜩이나 비좁은 집 안에서 운동한다고 먼지를 펄펄 날립니다. 오히려 건강에도 마이너스, 잔소리는 따불로 듣습니다.

 1년 넘게 소파에 삐딱하게 누워 영화만 봤습니다. 더는 볼만한 영화가 없어 봤던 영화 보고 또 보고 있습니다. 삐딱하게 오랫동안 누운 자세 때문에 허리는 틀어져 아프고 배만 볼록 나왔습니다.

 집밥이라며 처음엔 좋아했지만 삼시세끼 주구장창 밥을 차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즐거운 고민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는 취미라고 하기보다 고역일 때가 더 많습니다.

 밖으로 함부로 나가지도 못해 자연의 신비함을 느껴본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후배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재미를 주는 취미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준비물도 아주 간단하고 신경을 거의 쓸 필요도 없고 게다가 생명의 신비함까지 느낄 수 있는 취미라며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세상에 그런 취미도 있냐며 무엇인지 묻자 다름 아닌 콩나물 키우기랍니다.

 "취미로 콩나물을 키운다고??"


 콩나물 키우기의 재료는 진짜 간단합니다.

 콩, 물 그리고 밑빠진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콩나물을 파는 가게에 가보면 콩나물이 빽빽이 자라게끔 둥근 질그릇인 시루에 넣어 키우던데 집에서는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시루 하면 시루떡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면 굳이 시루 같은 거 찾지 말고 구멍 숭숭 뚫린 용기 하나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구멍을 낸 페트병, 못 쓰는 화분, 안 쓰는 수저통 심지어 주전자에서 콩나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콩나물 키우기, 하는 거라고는 물 빠지기 좋은 용기에 불린 콩을 넣고 열심히 물을 부어줍니다. 햇빛 못 보게 하면서 계속 물을 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도 간단해서 좀 자세히 설명해보라고 하니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4번 물을 주라고 합니다. 까먹지 않으려면 내가 밥 먹을 때마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된다고 합니다.

 햇빛을 못 보게 수건으로 덮어두어 집안 제일 어두운 곳에 놓고 지켜보기만 하면 끝이랍니다.

 주는 물 그대로 다 빠져나오는 것 같아도 계속 계속 물을 주다 보면 1-2주 뒤에는 수확할 정도로 자라 있을 거라 하네요.  




 콩나물 키우기에 열변을 토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취미가 있으면 인생이 재미있어지고, 취미로 인해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별다른 취미 없이 살았던 삶에 취미 하나 만들어 보려고 꽤나 많이 시도했던 취미의 흑역사가 떠올랐습니다.


 교양도 쌓고 지식도 얻는 독서가 취미로 있어 보입니다. 독서를 취미로 만들려고 결연한 의지로 유명하다는 책을 잔뜩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많은 책들은 베개로, 라면 받침대로 용도 변경을 거쳐 책장 한 칸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몇 년째 그 자리에 있습니다.

 건강해지고 몸짱은 덤이라는 기대로 헬스장을 등록했습니다. 1년 치 이용권을 끊으면 50% 할인이라는 말에 득템이라며 좋아했습니다. 첫 며칠이 지나자 이런저런 이유로 발길을 끊었던 헬스장. 할인으로 끊어 환불도 안된다고 합니다.

 키우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길래 야심 차게 반려 식물을 구입했습니다만 주인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오늘도 집안 구석에서 겨우겨우 연명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 말고도 거창한 목표로 시작했다가 언제 그만둔지도 모르게 용두사미가 되었던 취미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에 비해 콩나물 키우기는 간단해도 너무나 간단해 보입니다. 간단하면서도 여러 장점이 많아 실제로 콩나물 키우기가 코로나 19가 만든 핫한 취미라고 합니다.

 물만 잘 주면 되니까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 자라기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다 자라면 식재료, 반찬거리 장만도 됩니다.

 하루하루 쑥쑥 커가는 콩나물을 보면 신기함과 쏠쏠한 재미가 느껴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콩나물을 키워본다면 작은 씨앗이 주는 생명의 신비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채소를 싫어하고 가공 육류를 좋아하는 아이들한테 머리 하나에 길게 쭉쭉 뻗은 콩나물을 보여주면서 이런 콩나물을 많이 먹으면 키가 쑥쑥 자란다는 근거 없는 말로 쉽게 먹일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어른들도 콩나물을 즐겨 찾을 때가 있습니다. 숙취해소에 좋아 과음한 다음 날이죠.  




 콩나물이란 단어 하나로 온 국민을 웃겼던 코미디언의 유행어가 생각납니다.

 "콩나물 팍팍 무쳤냐?"


 콩나물을 팍팍 무치려면 일단 콩나물부터 키워야죠. 취미 치고는 간단해서 괜찮을 듯싶습니다. 어쩌면 이 취미는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우리 삶도 쭉쭉 뻗어나가기를 바라는 희망이 있는 한 말입니다.

이전 18화 손이 할 수 있는 어여쁜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