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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04. 2021

남자들이 늑대처럼 행동한다면

편견과 선입견

 늑대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뭐니 해도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섬뜩하고 온몸이 소름 돋을 만치 무섭기까지 합니다.

 하루는 늑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늑대의 습성을 보니까 내가 알고 있던 동물과는 전혀 딴판인 의외의 동물이었습니다.


 한평생 하나의 암컷만 사랑하는 애처가였습니다.

 사냥을 하고 나면 암컷과 새끼를 먼저 먹이고 나서 수컷은 마지막에 남은 걸 먹고요. 만약 암컷과 새끼가 위험에 빠지면 목숨을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배우자가 죽지 않는 한 재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암컷이 죽어 재혼을 한 수컷 늑대가 과거 전처 사이에서 얻은 새끼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키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재혼을 하지 않은 늑대는 새끼를 혼자 키우다가 새끼가 크고 나면 암컷이 죽은 곳에 가서 굶어 죽는 녀석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독립을 한 뒤에도 부모를 찾아가 인사까지 한다고 합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음흉한 남자를 가리켜 흔히 늑대 같다고 표현합니다. 남자는 다 늑대라고, 늑대 같은 남자는 조심하라고 여자들에게 가르쳐 왔습니다. 사악하고 나쁜 남자한테 늑대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만 늑대의 습성이 이 정도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편견이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오해하는 건 비단 늑대뿐만 아닐 겁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데도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믿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내가 섣부르게 속단해서 오해를 산 사람도 여럿 있었을 거고요. 지금도 이런 경우가 있지 않은지 한번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선입견으로 색안경을 끼고 대했던 사람, 주위에서 들은 소문 때문에 대하기가 나도 모르게 꺼려졌던 사람, 뒤에서 들려오는 말 때문에 일부러 피하려고 했던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아 혼자 머쓱했던 경험 있지 않으십니까?


 사람은 누구나 습관적 생각이나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거기서 비롯된 자기 나름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판단의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남들이 말한 대로 별생각 없이 믿어버리고, 근거 없는 추측으로 속단합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으로만 판단하며 보이는 것만으로 '이런 사람이다'라고 단정 짓곤 합니다.  




 흔히 본능적으로 안다고 합니다.

 살아온 경험에 의해 보여지는 현상들이 감각을 통해 생각으로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마치 촉이 온 마냥, 필 받은 느낌이 틀림없다고 자신하지만 그런 정보의 90%는 틀린 정보라고 합니다. 촉이 올 때마다, 필을 받을 때마다 다 맞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시험 칠 때 필 받아 찍은 답안 중 몇 개 맞았는지 떠올려 본다면 이해되지 않습니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기서 길은 길이의 단위라고 합니다. 한 길은 2.4~3미터 정도이고요. 아무리 깊은 물이라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마음속으로는 직접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아리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의 속마음은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여기저기 들려오는 말들로만 판단할 게 아니라 직접 작은 이야기라도 귀 기울이고 작은 고민에도 마음을 열고 작은 아픔에도 손길을 닿아야 상대방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거겠죠. 그러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이면을 알아가게 되고요,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근거 없는 선입견이었고 지금껏 편견으로 그 사람을 대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깊이 박혀있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적지 않습니다.

 편견이 지나치면 미움을 불러오고 분열을 일으킵니다. 편견은 우리에게서 행복을 앗아가는 주범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는 편견을 갖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부터 없애야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사로잡힌 편견이나 선입견들 말입니다.  




 남자는 다 늑대라며 경계하는 여자분들. 실제로는 늑대 같은 남자를 만나야 진짜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하나 더, 캄캄한 밤에 섬뜩하게 울음소리를 내는 늑대는 실은 암컷이 죽어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울어대며 슬픔을 토하는 울음이라고 합니다.

 남자들이 늑대처럼 행동한다면 여자들은 감동의 물결에 복받쳐 행복한 가정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늑대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하찮은 인간에 비유한다면 늑대 입장에서는 꽤 억울할 것 같습니다.


 편견으로 바라본 늑대를 제대로 알고 나니 멋지지 않나요? 남자들이 늑대처럼 행동한다면 정말 멋진 남자, 멋진 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고지순한 사랑과 목숨을 바쳐 지켜내는 든든한 가장의 모습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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