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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11. 2021

잠시 쉬어가는 구간처럼, 잠시 여유로운 시간처럼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목적지까지 안내를 해주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가는 곳까지 얼마의 거리가 남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거라고 미리 계산해서 알려줍니다.

 길이 막히면 우회할 수 있는 길도 가르쳐주고 가는 동안 근처 유명한 장소도 안내해 줍니다.


 그래도 처음 가는 길을 운전하면 긴장이 되고 신경이 곤두섭니다. 잠시 방심하거나 한눈을 팔다가는 들어가야 할 곳을 놓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잠깐이라도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놓치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그러다 내비게이션이 이런 멘트를 날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음 안내까지 10km 이상 직진하는 경로입니다"라고요.

 그럼 한시름 놨다 싶어 안심이 됩니다. 물론 당분간이지만요.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긴장 속에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는 말할 필요도 없고 성적에 그리 관심이 없는 아이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이 하루 만에 끝나지는 않죠. 대개는 며칠 동안 이어집니다. 드디어 시험 마지막 날, 마지막 과목을 끝내고 나면 그동안의 긴장이 스르르 풀립니다. 잘 봤던 못 봤던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비록 다음 기말고사가 있을 때까지만요.

 



 다음 안내까지 잘못 길을 들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직진 구간을 달립니다.

 긴장해서 안 들리던 음악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집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며 지나가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이리 맑았나 감탄합니다. 마음도 상쾌해지면서 드라이브하기 진짜 좋은 날이구나 싶습니다.


 어쨌거나 시험이 끝났습니다. 당분간 시험 걱정 없는 편안한 시간입니다.

 성적이 어찌 나올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시험이 끝나면 밀린 잠을 원 없이 자고, 보고 싶은 영화를 봅니다. 못 만났던 친구에게 연락을 하며 약속도 잡습니다. 시험 스트레스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이리 편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 안내까지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직진 구간을 달리는 것처럼,

 중간고사 끝나고 다음 기말고사 때까지 시험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도 그런 구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늘 긴장 속에서만 살 수 없습니다.

 허구한 날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시험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시험 걱정으로 초조와 불안의 연속이라면 어디 힘들어서 제 명대로 살겠습니까?

 긴장의 연속, 초조함의 극치를 달리며 안달복달하다가도 어느 지점에선가는 지친 심신을 달래며 쉬어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골병 나기 십상이니까요.   


 하루 중에도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마치며 마시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처럼

 쉼 없이 돌아가는 일과 중에 잠시 쉬어가는 커피타임처럼


 오른쪽 왼쪽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 없고,

 요리조리 빠지지 않고 가던 대로 가기만 하면 되는,

 방향을 틀지 않아도 걱정 없는,

 긴장의 끈을 내려놓고 잠시 동안 여유를 누리는 시간 말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씨 속에 운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고요. 그러다 비가 그치거나 빗속을 뚫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면 마음이 놓입니다.

 어느덧 불금입니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날씨 속에 운전하듯 이번 한 주도 고군분투하며 보냈습니다. 매일 되풀이되는 다람쥐 쳇바퀴도 열심히 돌렸고요. 이제 잠시 쉬었다 가야 할 시간입니다.

 모두들 편안하고 원기 충전하는 주말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면서 말이죠. 다음 주도 열심히 살아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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