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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15. 2021

음악에 취해 마법에 빠져 볼까요?

 좁은 길에 두 사람이 앞뒤로 가고 있었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은 느긋하게 천천히 걷는 반면, 뒤에서 가는 사람은 바쁜 일이 있는지 걸음이 빨랐습니다. 급한 사람이 먼저 앞질러 가야죠. 그리하여 뒷사람이 서둘러 앞사람을 추월하려는 순간 뒷사람의 발걸음이 멈칫합니다. 앞사람이 허밍으로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빠져들었거든요. 뒷사람은 생각합니다.

 '아, 저 노래가 뭐더라? 뭐였지?'


 바쁘게 걷던 걸음이 느려진 뒷사람의 귓가에 앞사람이 허밍으로 부르는 노래가 자꾸만 맴맴 돕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예전에 참 좋아했던 노래였거든요. 바쁘게 살면서 한동안 잊어버린 노래이기도 하고요. 허밍 소리를 들으며 그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근데 노래 제목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뭐였지? 아~ 뭐였더라?'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낯선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 맡은 업무를 해나가려니 부담이 만만찮습니다. 택시에 올라타 목적지로 향합니다. 긴장감이 벌써부터 밀려옵니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려고 해도 걱정이 앞섭니다. 그 순간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올드 팝송이 흘러나옵니다.

 '어? 이 노래는?'

 돌처럼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감미로운 팝송을 따라 흐르면서 차차 풀리죠. 심지어 속으로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낯선 일,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온갖 낯선 것 투성이 속에서도 어디선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잔잔하게 들려오면 엉망인 기분이 차츰 풀립니다. 긴장으로 온몸에 들어갔던 힘이 빠지면서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이 한 곡의 노래가 흐르는 짧은 3-4분이지만 마치 기적이 일어난 듯합니다.

 노래는 의기소침한 가슴에 위로와 용기를 주고요, 가슴이 뜨거워지는 노래를 들으면 어쨌든 부딪혀 보자는 배짱도 생깁니다.




 대단하지 않은 듯 보여도 귀를 기울이면 마음이 행복해질 때가 있습니다.

 없으면 죽고 못 사는 건 아니지만 있으면 마음의 벗이 되기도 하고요, 간혹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서먹서먹한 사이에 맴도는 어색함을 풀어주고요, 모두 다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손에 손을 잡게도 합니다.

 팍팍하고 메말랐던 마음이 보들보들 말랑말랑해지는 아주 신기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음악입니다.


 우리 삶의 배경에 음악이 없다면 어떨까요? 음악이 없는 일상을 상상해보셨나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좋아하는 영화나 감동받았던 드라마의 장면들을 떠올려봅니다. 무서운 분위기,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카타르시스 이 모든 장면에 음악은 빠지지 않습니다. 극 중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한껏 달아오르게 하는 역할은 뭐니 해도 음악입니다.

 얼음판에서 화려한 기술과 연기로 세계 모든 이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던 김연아 선수,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 흐르는 음악을 배경 삼아 예술을 선보입니다. 만약 배경 음악이 없었다면 보기에 심심하고 가슴 벅찬 감동이 밋밋해지지 않았을까요?


 반세기 전만 해도 TV는 채널이 달랑 3개뿐이었고 그나마 아버지의 독점물이라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은 라디오가 전부였습니다. 노래가 언제 나오려나 라디오 앞에서 귀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막상 노래가 나오면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웃곤 했습니다.

 지금은 듣고 싶은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그래도 음악이 주는 즐거움은 변함없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지친 하루의 피로를 달래 봅니다. 지나간 옛 시절의 음악은 추억을 소환해 흠뻑 취하게 합니다. 음악에 푹 빠져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의 능률을 올리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가도 문득,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도, 샤워를 하면서도, 친구들과 떠들다가 어느 순간에, 받쳐 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다가도 우리는 음악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음악은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시절마다 노래는 언제나 함께 있었습니다. 음악은 그 시대를 노래했고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 즐거움과 추억을 주었으니까요.

 음악은 또한 역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한자리에 모이게 하여 역사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음악은 전 세계를 하나로 뭉치게 하기도 합니다. 세계의 역사도 바꾸는 음악, 내가 듣는 한 소절의 음악이지만 음악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듣는 모습은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해왔던 행위이고요,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이 전통을 이어가는 어떤 의식에 참여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인류가 화성에 가서 살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걸 대신하는 날이 오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노래를 듣고 부르고 있을 거고요, 앞으로 멀고 먼 미래에도 음악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연히 흘러나오는 노래에 발길을 멈춰 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요.

 그걸 본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노래는 우리에게 진실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라고요.


 즐거워서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하니까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음악은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왜냐면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니까요.

 그래서 음악은 세상만사 너머 마법과 같은 거라고 하나 봅니다.


 음악이 삶의 배경이 되는 일상, 밋밋한 삶이 마법으로 아름다워집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떤 음악에 흠뻑 취해 마법에 빠져 볼까요?   






이미지 출처 - BTS 미국공연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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