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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18. 2021

길조냐? 흉조냐? 까치와 까마귀

 7이라는 숫자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행운의 숫자이니까요.

 토끼풀이 만발한 들판에서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찾으려고 안달입니다.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행운이 온다고 하니까요.

 행운의 편지를 받으면 말이 행운이지 그리 기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편지 내용을 그대로 베껴 아무도 모르게 7명에게 몰래 행운을 전달합니다. 혹시라도 내 행운이 달아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행운을 상징하는 여러 동물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이 새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죠. 매년 해가 바뀔 때면 이 새가 등장하는 노래를 부르고 새해를 축하하며 소망을 빕니다. '까치 까치설날은~'의 주인공 까치입니다.

 길조라고 불리는 까치는 검은 색깔의 새이지만 흰색의 털이 있어 생김새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까치보다 덩치도 크고 울음소리도 기분 나쁜 새가 있습니다. 이 새가 울면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꺼려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흉조라고 알려진 새, 까마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떠올려보면 위협적이고 무섭게 느껴집니다.


 길조인 까치와 흉조인 까마귀. 마치 무슨 공식처럼 외운 이 사실은 진짜일까요?

 그리고 말귀를 못 알아듣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 녀석을 보고 흔히 '새大가리'라고 놀립니다. 머리가 나쁜 사람한테도 마찬가지이고요. 친구들끼리 '조두(鳥頭)'라 부르면서 무시할 때도 있습니다. 정말 새들은 머리가 나쁠까요?  




 까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텃새입니다.

 동네 어귀의 높은 나무나 전봇대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까치는 시각과 후각이 뛰어나 주위의 냄새뿐만 아니라 사람의 냄새도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나 다른 짐승이 들어오면 낯선 냄새를 파악하고 경계의 표시로 울어대는 거라고 하는데요, 먼 옛날 마을을 찾아오는 낯선 손님이 있다면 대개는 친척이거나 명절날 타지에서 부모님을 찾아온 자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연히 반가운 만남이었을 테고요.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까치는 잡식성이라서 쥐와 같은 작은 동물은 물론이고 곤충이나 나무 열매, 감자 같은 채소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이 때문에 봄이나 여름에는 나무에 사는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어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새입니다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워낙 가리지 않는 식성 때문에 딸기, 수박 같은 과실을 쪼아 먹고 비닐하우스에 큰 구멍을 뚫어놓거나 농작물을 상하게 만들어 농가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워야 하는데 현실은 유해 조수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까치의 천적인 맹금류가 줄어 까치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다가 전봇대에 서식하며 배설물로 인해 정전 같은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한때는 길조로 사랑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포획 대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흉조라며 멀리하는 까마귀는 우리나라처럼 부정적으로 여기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까마귀를 보통 '불길한 새'로 여긴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까마귀를 붉은색으로 그리면 태양, 금색으로 그리면 효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까마귀가 길조인데요, 옛날 뱃사람들이 항해를 나갈 때마다 까마귀를 새장에 넣어 데리고 다녔습니다. 배가 방향을 잃었을 때 까마귀를 날려 보내면 가장 가까운 육지 쪽으로 곧장 날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아랍인들은 결정의 순간에 까마귀가 오른쪽으로 날면 행운이, 왼쪽으로 날면 불행이 온다고 여겼기에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이웃처럼 아주 친근한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단순히 길조, 흉조를 떠나 전 세계적으로 까마귀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가 존재합니다. 그만큼 까마귀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조류 중에서 까마귀는 가장 똑똑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합니다.


 까마귀는 부리로 나뭇가지를 주워 올립니다. 그러고는 나무 틈새에 넣어서 그 안에 있는 먹이를 꺼내 먹습니다. 사람이나 침팬지 같은 유인원만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까마귀도 도구를 쓰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게다가 나뭇가지를 원하는 길이로 잘라서 사용할 줄도 안다고 하니 대단한 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어떤 까마귀는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상자 안에 더 큰 먹이가 있는 것을 보고 그걸 위해 다른 먹이를 17시간이나 먹지 않고 참은 건데요,

 도구를 쓰거나 이렇게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은 침팬지 같은 유인원에게서만 있는 특성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정도보다 새들이 훨씬 똑똑한 것 같습니다. 굉장히 둔해 보이는 까마귀도 보기와 다르게 뛰어난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까마귀는 뇌의 무게만 보면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보다 큰 뇌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텃새는 한 장소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에 뇌가 더 크다고 하는데요, 몸집은 작게 만들면서 천적에 맞서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에 따라 진화해온 결과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까마귀는 효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예로 중국에서는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고 불렀습니다. '까마귀의 효'라는 뜻인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은혜를 갚는대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자식이 자란 후에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효성은 인간이 유사 이래로 늘 강조하는 덕목인데 까마귀는 가르치지 않아도 이미 몸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길조라며 새 중에는 가장 사랑받은 새였던 까치는 지금은 오히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고, 흉조라고 무시했던 까마귀는 뛰어난 인지능력에, 지극정성인 효가 있어 본받아야 할 새가 됐으니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나 봅니다. 물론 인간의 편의에 따라 관점이 변한 결과이지만 말입니다.

 아울러 머리 나쁜 친구에게 함부로 조두라고 놀리는 일도 까마귀한테 실례되는 행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까마귀 입장에선 꽤 기분 나쁠 것 같습니다.


 까치로 시작해서 까마귀까지,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오다 보니까 기존에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꽤나 다릅니다. 이제는 어느 한 새를 가리켜 길조다 흉조다 말하는 것이 선입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덕꾸러기가 된 까치이지만 까치가 울면 오늘은 반가운 만남이 있을 거라는 기분 좋은 기대를 해보고요, 까마귀가 울면 재수 없다고 여기는 대신 오늘은 부모님께 안부 전화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꾼다면 괜찮은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까치와 까마귀, 길조, 흉조를 떠나 두 새 모두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새인만큼 앞으로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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