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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01. 2021

한 번에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내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이 말은 살아생전 박완서 선생이 하신 말씀입니다.

 내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았을 거라니. 이보다 소설에 적합한 말이 있을까 싶습니다. 근데 비단 소설뿐이겠습니까?


 사연 많은 인생길은 저마다 꾸불꾸불합니다. 복잡 미묘함은 기본이요,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세상 게다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삶입니다.

 말 한마디에 심금을 울리고,

 글 한 문장에 감동을 주고,

 노래 한 소절에 눈물 콧물 다 짜내고,

 그림 한 장으로 인생을 담아내고 싶지만 변화무쌍한 세상을, 구구절절한 인생을 어찌 한 번에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이번 계획은 한 번에 되었으면, 이번 작품은 한 번에 히트 쳤으면, 이번 일은 한 번에 터졌으면 바라지만 이 또한 그럴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죠.

 홈런 하나 치기 위해서도 수백, 수천 번의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고요, 명곡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 번을 썼다 지웠다를 수없이 되풀이합니다.

 어떤 일이든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을 들여야 부족한 점은 채우고 틀린 부분은 고치고 모르는 내용은 배울 수 있습니다. 내면의 심지도 튼튼하게 세울 수 있고요.  




 근데 누구는 노래 한 곡 쓰는데 몇십 분 만에 뚝딱 쓰기도 하고, 한 편의 소설을 며칠 만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또 누구는 한번 만에 명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만 그러기까지 혼자 묵묵히 연습했던 많은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입체파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피카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떤 부인이 피카소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할 테니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피카소는 몇 분 만에 초상화를 완성했고 부인은 금액을 묻습니다. 피카소는 한화로 8천만 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몇 분 만에 그린 그림 치고 금액이 너무 많다고 하자 피카소는

 "나는 당신을 그리는 데 40년이 걸렸습니다"라고 하죠.


 단 몇 분 만에 그림을 그리기까지 40년 동안 그렸다가 찢어버린 스케치북과 뼈를 깎는 노력의 시간들을 이 부인처럼 우리는 짐작조차 못합니다.

 가치 있는 일은 다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스턴트처럼 누구나 쉽게 찍어낼 수 없으니까요. 모르니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한 번에 되고 한 번에 뜨고 한 번에 터지는 일은 없습니다.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도, 한 번에 바뀌는 역사도 없습니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시간을 따라 땀 흘리며 애를 씁니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전 생애를 걸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일 테고요.

 하지만 시간을 들여하면 할수록 점점 수월해지고 잘하게 되는 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에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힘을 내어봅니다.  




 오늘도 하나의 인생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1인으로 살아갑니다. 인생의 소중한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애쓰는 1인을 만나고요. 서로 다른 1인과 1인이 모여 우리는 사회라는 세상을 이루고 오늘도 삶을 이어갑니다.


 10년 세월도 1분 1초부터,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오늘도 차근차근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사회를 이어가는 사명과 인생을 만들어 가는 소망.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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