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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l 22. 2021

소모품, 여러분은 얼마나 아끼고 계십니까?


 1980년 대 모 전자회사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습니다. 당시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낸 명카피로 해당 제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이 슬로건은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처럼 고차원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으니까요. 


 주말 아침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영화에서 나올 법한 아주 오래된 자동차를 보곤 합니다. 최신 사양처럼 근사하고 세련된 모양이 아닌 각이 진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옛 모습 그대로의 외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어쩜 저렇게 관리를 잘했을까?'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운동을 해야 할 만큼 10년 타기도 쉽지 않은데 몇십 년 동안 쌩쌩 달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연세가 일흔을 넘은 회사 사장님이 무릎 통증 때문에 불편해하십니다. 앉고 설 때마다 무릎이 아파 얼굴을 찡그립니다. 그 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주위 사람을 향해 농담조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국산, 70년 넘게 썼으면 잘 쓴 거지? 안 그래? 허허"  




 자고 일어나면 칫솔질을 하고 숟가락으로 밥을 먹습니다. 나름 유행하는 옷으로 멋을 부리고 자동차로 이동을 하고 의자에 앉아 일을 합니다.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컴퓨터로 작업을 합니다. 하루를 마칠 때면 매트리스에 누워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잠을 잡니다. 


 살균 기능이 있다는 칫솔도 몇 주 쓰고 나면 세균이 증식을 하고, 나를 편하게 지탱하던 의자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어느 순간 삐걱댑니다. 비싸게 구입한 자동차도 세월이 갈수록 손봐야 할 곳이 많이 생깁니다. 고가의 자동차도 그럴진대 그보다 싼 다른 물품은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휴대폰은 배터리 문제로 교체를 고민하게 하고요, 컴퓨터는 사양이 너무 차이가 나면서 느려집니다. 이불, 베개, 매트리스마저 복원력이 약해져서 때가 되면 교환해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소모품이란 표현을 많이 쓰게 됐습니다.

 소모품. 쓰는 대로 닳거나 줄어들어 없어지거나 못 쓰게 되는 물품입니다. 이 때문에 일정 시기가 지나면 교체나 재구입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부품이 마모되어 물건이 다 닳도록 쓰는 사람보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적극적으로 먼저 쓰려는 사람이 많아 소모품은 더 자주 바뀝니다. 


 대개 소모품이라고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교체가 가능한 소비용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쓰는 모든 물품은 소모품입니다. 볼펜, 종이 같은 사무 용품은 물론 집에서 쓰는 주방용품과 가구, 컴퓨터와 자동차 같은 기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집도 오래되면 다시 지어야 하니 소모품입니다. 영원히 쓸 수 있는 물건은 없으니까요.  




 대기업을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물건이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고장이 나도록 설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딱히 틀린 말 같지는 않습니다. 자본주의 논리로 이해는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모품은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버려지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진짜 관리를 잘해야 하는 소모품은 따로 있습니다. 신체를 소모품으로 비유하자니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우리 몸이야말로 영락없는 소모품입니다. 게다가 다른 소모품은 때가 되면 새것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몸은 어디서도 새로 살 수도 없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입니다. 


 물건과 달리 우리 몸은 영구적으로 같은 컨디션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약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만 우리 몸도 잘 관리하고 가꾸면 살아있는 동안 편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끼며 살걸'. 거울에 비친 낯선 나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혼자 중얼거린 말입니다.

 '아끼고 살자!' 물건 하나를 쓸 때는 여러 번 다짐하며 함부로 쓰지 않았는데 정작 내 몸은 그러지 않고 오히려 함부로 다루며 막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잘 챙기려고 해도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건강과는 거리가 먼 습관이라 몸은 엉망, 건강관리도 등한시했으니 여기저기 골골하고 아픈 건 자업자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도 아껴 써야 오래갑니다. 한평생 인체가 감당할 능력이 정해져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아끼고 가꾸는 습관을 지니는 게 필요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여러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심플하게 몇 가지만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려고 합니다.

몸에 좋은 거 먹고, 잘 자고, 운동 제대로 하고, 마음 편히 사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까? 


 건강을 잃으면 천하를 다 잃는 거라고 했습니다. 거창하게 천하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내가 살아온 전부를 잃어버리는 거니까 오늘부터 나를 사랑해 주기를 해야겠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기의 시작은 뭐니 해도 '내 몸 아끼기!'부터입니다. 


 소모품, 여러분은 스스로를 얼마나 아끼고 계십니까?

 이제부터라도 성심성의껏 아끼고 돌봐주시죠. 우리의 몸과 마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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