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Jul 16. 2021

늘 가졌던 희망, 코로나가 끝나면 뭘하고 싶으십니까?

 제가 아는 후배가 마스크를 쓴 채 이런 말을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 가서 그 나라의 시그니처 메뉴를 다 먹어보는 겁니다. 나라마다 맛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라고요.


 코로나가 끝나면 햄버거를 먹으려고 해외여행, 그것도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니, 재미있지만 엉뚱하기 그지없는 녀석입니다. 근데 저도 그러고 싶어 집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끝나면 꼭 하고 싶은 바램들을 떠올리며 기대를 잔뜩 했습니다. 하지만 역병은 오히려 백신을 비웃고 기세 등등해서 다시 기운을 축 빠지게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을 상상하며 좋아했지만 현실은 야속하게도 어딜 가나 아직은 언택트입니다.


 작년부터 우리 삶은 그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가 되었습니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길을 걸을 때는 거리를, 밥 먹을 때는 혼자서, 악수 대신 주먹 인사가 생활 수칙이었습니다. 학교는 원격 수업, 회사는 재택근무. 그야말로 언택트, 비대면이 대세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직접 만나지 않고도 마치 만난 듯이 무리 없이 협업이 가능할까, 서로 대면하지 않아도 대면한 것처럼 즐길 수 있을까 하며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개발자들은 스마트한 언택트를 위해서 애를 쓰고 있습니다.


 작년 처음 온라인, 비대면으로 바뀌었을 때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를 미리 경험한다는 호기심도 있고 재택근무, 원격수업으로 집에서 지내는 일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가족들끼리 집 밥도 원 없이 먹을 수 있고요. 게다가 모바일 주문으로 원하는 건 척척 집으로 온다는 게 너무나 편하고 짜릿했습니다.

 여가 활동도 사람 많은 영화관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고, 콘서트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 그다지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익숙하지 않았던 일이 익숙해져 갑니다.

 마스크 끼고 다니는 게 처음엔 너무 이상하고 불편하고 짜증 나고 그랬는데 어느덧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귀찮고 불편함까지도 익숙해져 버려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있는 상태가 상쾌함보다는 허전함을 느낄 만큼 뭔가 빠진 듯한 느낌부터 받습니다.


 요즘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도 안 만나고 집에 혼자서 화면 속에 있는 또 다른 외로운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혼자가 됩니다. 공부도 업무도 마찬가지이고요. 이게 맞는 건가 싶고, 이래도 되는 걸까 싶습니다.  




 하지만 고작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뭔가 진짜로 허전함이 듭니다.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너무 크고 끝내 채울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안절부절못합니다. 장소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분위기의 매력, 공간이 주는 나름의 에너지를 누릴 수 없어 마치 금단 현상을 보입니다.


 주문만 하면 바로 집으로 배달되는 음식에는 식당이 주는 북적대는 분위기가 빠져 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대문 앞에 놓이는 식재료에는 마트 특유의 시끌벅적한 활발함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집에서 보는 영화에는 조곤조곤 대화하는 조심성도, 먹다가 흘리고 잃어버리는 팝콘도 느낄 수 없습니다.

 온라인 콘서트에는 떼창도, 어깨동무하며 추는 춤도, 무대 앞까지 뛰어나가는 열광도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화통하게 웃기,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침 튀기며 떠들기, 가쁜 숨 몰아쉬며 뛰어다니기, 맛있는 거 나눠먹기. 지극히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인류는 언제까지 제약을 받으며 살게 될까요?

 비대면의 편함보다 살을 맞대는 진한 온기와 익숙해져 가는 언택트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자유로움이 그리워집니다.


 어딜 가나 언택트, 비대면이 대세인 요즘 사람들이 주고받는 희망 섞인 대화는 뭐니 해도 '코로나가 끝나면 뭘 하고 싶으십니까?'입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뭘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봤더니 굉장히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비행기를 타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여름이면, 겨울이면, 연휴가 되면 들뜬 기분으로 잠 못 들었던 설렘도 그립습니다.

 사우나 가서 눈치 보지 않고 때도 빡빡 밀고 싶습니다.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때 빼고 광내고 싶습니다.

 친구들 전부 모인 동창회에 가서 허물없이 주고받는 동심의 세계를 다녀오고 싶습니다.

 올해는 방문객이 좀 더 많았으면 합니다.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이 좀 더 많기를, 불청객이어도 좋으니 내 가게 주위가 인기척이 없어 적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아무것도 안 해도 모두가 마스크 벗고 길거리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이랬으면, 이보다 더 많은 잃어버린 일상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  




 위기에서 벗어난다 싶었는데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는 역병이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상황으로 답답한 오늘입니다. 이런 상황이 몇 번 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늘 가졌던 희망, 코로나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겠죠? 조금만 기다려보면 이번에는 꼭 그럴 거라 믿고 싶습니다.


 언택트의 편리함보다는 사람의 온기가 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은 요즘입니다.

 다시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희망과 기대는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뭘 하고 싶으십니까?'

 끝날 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고 이겨내면서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별 다섯 개짜리 주말을 보내고 싶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