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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03. 2021

걱정으로 놓치고 있을지 모를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일이나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쓸데없는 잡생각이 떠오릅니다.

 며칠 전 기분 상했던 일이라든가, 예전에 했던 이해할 수 없는 실수,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뜬금없이 불쑥 찾아와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정신을 어지럽게 합니다.

 '이런 잡생각 하지 말아야지'라며 몇 번이고 다짐을 합니다만 창피하고 민망했던 그때의 기억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합니다. 


 '시험을 망치면 어쩌지?'

 '이번 승진도 물먹으면 큰일인데?'

 이런 걱정이 들면 크게 심호흡을 연신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합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생각 안 하려고 애씁니다. 이런 말을 되새기면서요.

 '어휴, 미리 걱정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돌아서면 걱정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물러날 기미가 전혀 없습니다. 


 '녀석은 지금 딴짓 안 하고 공부하고 있겠지?'

 '지금 시킨 일은 알아서들 일하고 있겠지? 혹시?'

 그러면 고개를 흔들며 신경을 끄려고 합니다. 그래도 자꾸만 신경이 쓰여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릴 때도 있습니다.

 '더 이상 참견하지 말아야지'.

 신경 끄려는 순간 진짜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곤 합니다.  




 '잡생각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도 잡생각이고요,

 '걱정하지 말아야지' 하는 애쓰는 말도 걱정입니다.

 더 이상 참견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지금 참견하고 있는 중입니다.

 잡념도 참견도 들여다보면 근심, 걱정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이런 걸 하지 않는 시간이 하루에 과연 얼마나 될까요? 1시간은 될까요? 어쩌면 10분? 급박할 때는 1분?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는 걱정을 하며 살아갑니다.

 좋은 생각, 즐거운 생각은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반면 걱정 같은 이 녀석은 알아서 잘만 찾아옵니다.

걱정하는 대상도 다양합니다.

 돈, 건강, 가족, 성공과 실패 같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걱정은 물론 천재지변, 교통사고 같은 예기치 않은 걱정도 있습니다. '밭에 누워 하늘이 무너질 것을 걱정한다'라는 말처럼 쓸데없는 걱정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걱정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걱정은 한시도 마음 편하게 하지 않는 고통스러운 감정이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있을지 모를 위험을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한 우리의 생존본능이기도 합니다. 걱정이 있었기에 위험을 미리미리 대비하며 생존해 왔으니까요.

 하지만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 많지 않은 요즘에도 불필요하고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걱정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일까지 미리 걱정을 사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걱정이 생겼을 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지금 고민해서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가?'

 '실제로 걱정하고 있는 일들이 내게 닥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혹시 별것도 아닌 걱정을 스스로 심각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걱정하는 것일까?'

 지금 닥친 문제를 논리적으로 살펴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걱정거리의 실체를 냉정하게 파악하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염려하던 걱정이 실제 그리 큰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라고 한 어니 J. 젤린스키의 말처럼 말입니다.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고 해결이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습니다. 해결되든 안 되든 이래저래 걱정은 필요도 소용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실제로 벌어진 일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면서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살면서 이런 걱정으로 시간을 보낸 적 없으셨나요? 그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말년을 살아가는 노년들에게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걱정하면서 허비한 시간이 가장 후회스럽다"라고요.

 단 한 번뿐인 인생에 시간은 금이라고 하는데 금 같은 시간을 걱정으로 날려버린다면 너무 아깝지 않나요?  




 길을 가는데 친한 친구가 아는 체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갑니다.

 순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나를 왜 피하는 거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괜히 신경이 쓰이고 기분은 꿀꿀해지려고 합니다.

 이럴 때는 생각을 달리 가집니다.

 '자식, 바쁜 일이 있나 보다'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옆을 볼 여유도 없을까?'라고요. 그러자 마음에 일었던 안 좋은 생각이 오히려 친구를 걱정해 주는 넉넉한 마음으로 바뀝니다. 


 삶에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있습니다. 앞날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죠.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내일 일도 어찌 될지 모르는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니 오지도 않은 정체불명의 걱정으로 불안에 떨며 남아 있는 인생을 허비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게 의미 있는 삶이라는 사실, 이 또한 모르지 않습니다. 


 걱정으로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며 살기보다는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생각을 다르게만 해도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향이 좋은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삶의 여유를 음미하듯 말이죠.

 지금 이 순간 근심 걱정으로 놓치고 있을지 모를 소소한 행복은 없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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