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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07. 2021

인생의 맛, 인생도 내입맛따라 고를 수 없을까요?

 밥 사줄 때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타났던 녀석이 밥 한번 얻어먹으려고 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잘만 빠져나가는 걸 보며 한마디 합니다.

"어휴, 저 녀석, 진짜 짠돌이야." 


 일을 대충 하는 것 같습니다. 눈에 잘 띄거나 남들에게 주목받는 일이라면 세세하게 신경 써서 처리합니다만 관심이 별로 없다 싶으면 설렁설렁 해치우고 넘어갑니다. 일이라는 게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다지만 과정도 등한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언을 합니다.

 "너, 자꾸 그러다가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될지도 몰라." 


 사랑하는 연인이 다정한 입맞춤을 합니다. 두근두근 짜릿한 기분은 한껏 달아오르고 둘이 좋아 어쩔 줄 몰라합니다. 서로 꼬옥 껴안은 채 사랑의 속삭임을 주고받습니다.

 "정말 달콤한 키스였어." 


 밥 한번 얻어먹기 힘든 짠돌이, 일을 대충 처리하다 행여 맛볼지 모를 쓴맛, 달달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실제로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감정이나 기분을 맛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입맛, 한자로 구미(口味)라고 씁니다.

 특정한 입맛을 가진 사람은 구미가 당기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감을 느끼고, 싫어하는 음식을 보면 거부감부터 가지는 것처럼 입맛은 사람이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을 뜻합니다. 


 사람마다 제각각인 입맛은 변덕이 심합니다.

 담백한 걸 먹다 보면 칼칼한 음식이 먹고 싶어 집니다. 짠 걸 먹고 나면 심심한 맛이 땡깁니다. 단맛이 아무리 좋아도 단맛만 먹으면 금세 질리고, 어떤 때는 혀에서 불이 나는 매운맛을 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어쩌면 입맛은 이기적인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혀에 척척 감겨 마음에 드는 음식만 먹고 싶어 하니까요. 몸이야 어찌 되든 상관도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입맛은 단순히 맵고 짜고 쓴고 달다는 맛으로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입맛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나 개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썩 내키지 않듯이 취향이 아닌 일은 입맛에 거슬린다고 표현합니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일이 주어지면 입맛에 딱 맞는다고 하고요. 성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을 보면 입맛이 까다롭다고 씁니다. 비위를 맞추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삶에도 여러 맛이 있습니다. 삶은 희로애락의 연속입니다. 희로애락에도 삶의 맛이 담겨 있습니다.

 시험에 합격하고, 하는 일이 잘되고, 하다못해 공돈을 생겼을 때는 행복합니다. 인생의 단맛이죠.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지 않습니다. 화나는 일도 비일비재, 배신도 당하고 일이 꼬일 때도 적지 않습니다. 좌절하고 실패하면 이런 말을 내뱉곤 합니다. '인생의 쓴맛을 봤다"라고 말이죠.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작고 볼품이 없어 보이는데 때에 따라서는 큰 것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분해서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맵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인생의 매운맛을 보게 해줄 테다!"라면서요.  




 맛으로 사람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도 심하게 아끼는 사람을 짠돌이, 짠순이라고 합니다. 짠돌이는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자기 주관대로 살아갑니다. 짠돌이에 쓰이는 '짜다'에는 개성이 강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짠돌이와 달리 상황 파악이 늦거나, 어색한 행동으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런, 싱거운 사람'이라며 핀잔을 줍니다.

 한편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리며 능글맞은 행동으로 비위를 상하게 하는 '느끼한 사람'도 있습니다. 오글오글, 능글능글. 생각만 해도 느끼하지 않습니까?  


 각자 인생의 최고의 순간 또는 최악의 순간을 떠올려 본다면 어떤 장면이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인생 최고 또는 최악의 순간은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대개는 대인관계에서 얽혀서 생긴 일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큰 성공을 하거나 혼자 크게 다친 사고같이 자기에게만 해당되는 사건보다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나쁘게 얽혀 힘들었던 사람과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장면을 최고 또는 최악의 순간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사람은 각자 일, 취미, 학업 같은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도, 최악의 순간도 모두 다른 이들과 교감하고 얽히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입맛대로 관계를 맺고 끊으며 살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내 입맛에 척척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입맛과는 상관없이 좋든 싫든 전적으로 그의 입맛에 맞추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맛이 좋다고 단맛만 먹고살 수 없듯이, 대인관계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관계도 인생도 쓴맛이 더 많은 게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사는 게 버겁긴 하지만 '쓴맛을 모르는 자, 단맛도 모른다'라는 이 말에 위로를 얻어봅니다.  



 

 단맛, 쓴맛, 짠맛, 매운맛같이 우리는 맛으로 삶을 이야기합니다.

 짠돌이, 싱거운 사람, 매운 사람처럼 맛으로 사람을 그려내기도 하고요.

 앞으로 인생은 어떤 맛을 보며 살아가게 될까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언제나 그랬듯이 맛이란 맛은 싫든 좋든 골고루 맛보며 살아갈 테죠.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이 모두 어우러져야 최고의 음식 맛이 나오듯이 최고의 인생도 다르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입맛대로 살고 계십니까? 오늘은 어떤 맛인가요?

 인생도 내 입맛대로 고를 수 없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때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맛을 보며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요즘처럼 힘겨운 때는 감칠맛 나는 날이 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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