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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20. 2021

작은 친절 하나하나가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상대방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라 했는데 알고 보니 나를 속인 거짓말임을 알게 될 때,

 선한 마음을 담아 진심을 다해 호의를 베풀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권리처럼 요구해 올 때.

 실망감은 물론 관계에 대한 회의가 들곤 합니다. 옆에서 이런 조언을 합니다.

 "얕보이면 끝이야! 세상이 만만한 줄 아냐?"

 "어휴, 당하는 게 바보지. 정신 차려!" 


 그래서일까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호구냐? 내가 호구로 보여?"  




 웃는 얼굴, 상냥한 목소리로 친절함이 묻어나는 가게 주인의 행동에 기분 좋게 물건을 구입했습니다. 무언가에 홀렸는지 그때는 몰랐는데 집에서 펼쳐본 물건은 바가지에다 필요 없는 품목까지 들어 있습니다. 처절한 실망감과 함께 말이죠.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든 고객들에게 친절하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교육을 넘어 강요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소위 진상 고객, 손님이 아닌 손놈에게도 억지 친절을 베풀어야 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도 않은데 고객은 왕이라며 진상을 떠는 고객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힘들지 않습니다. 


 세상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알까 봐 불안합니다. 혹시 나 모르는 사이에 내가 호구가 된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조금만 어리숙해 보이면 마구 달려들어 뭐든 빼먹으려고 안달입니다. 이런 세상에 호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낌없이 베푸는 친절이, 기분 좋게 건넨 호의가 호구 짓이 될 때 남는 건 상처뿐입니다. 


 레프 톨스토이가 친절에 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라고요.

 이런 친절을 자기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한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 아닐까요?  




 친함을 뜻하는 한자 親과, 가까움을 뜻하는 한자 切의 합성어인 친절(親切),

 친절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정겹고 고분고분함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을 만족하게 하는 자기표현이고요. 또한 친절은 '옳은 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입니다. 그 옳은 의도란 바로 '무의도'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친절은 자기를 낮추고 겸손해져야 베풀 수 있는 예절입니다. 


 사심 없이 선한 마음으로 친절을 실천하는 방법은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가령 미소를 보내고 밝게 짓는 표정도 친절입니다.

 말을 부드럽게 하고 먼저 인사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언행도 친절입니다.

 기회나 장소를 먼저 양보하고 고통을 나눌 줄 알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마음 또한 친절입니다.

 큰돈 들지도 않고 상대를 위하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는 친절입니다. 이런 친절은 살아가면서 더 넓은 안전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인류가 개발해낸 세련된 생활양식이라고 합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요즘 사람들은 메시지로 사진을 많이 주고받으며 올린다고 합니다.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눈부신 하늘이라고, 갑자기 내린 가을비가 남긴 무지개라고, 심지어 집안 화단에 있는 빨간 단풍이 너무 이쁘다며 경쟁이라도 하듯 각자 사진을 나눈다고 합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답답하고 무력한 나날의 연속이지만 좋은 건 나눠야 한다며, 좋은 건 같이 봐야 한다며 풍경을 나누는 사람들의 다정함과 친절에 슬며시 미소가 번지곤 합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친절은 사람이 홀로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무리 안에서 서로를 도우며 살아갈 때 생존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지만 반드시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푼다고 해서 상대로부터 존중은커녕 호구 취급을 받을 때도 적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친절을 이용하는 돼먹지 않은 사람보다는 친절은 친절로, 각자의 자리에서 선한 마음과 행동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친절을 베푸는 행동은 선한 영향력으로 주위를 아름답게 하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친절을 베풀 때 아이들, 친구, 가족, 동료에게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져 이불을 서로 끌어당기는 계절입니다. 각박한 세상인 데다가 먹고살기도 점점 팍팍한 요즘입니다.

 조그만 꽃씨 하나가 퍼져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 작은 친절 하나하나가 선한 영향력이 되어 세상이 훨씬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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