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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10. 2021

지금 바로 시작해, 오늘이 제일 빠른 날이니까

무언가에 푹 빠져 즐거움을 얻는다는 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마감하는 퇴근 시간, 각자 저녁 있는 삶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다들 하루 종일 시달려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 후배 직원은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들떠 보입니다. 주섬주섬 챙겨 나가려는 후배에게 요즘 무슨 좋은 일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후배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실은 요즘 저는 피아노에 푹 빠졌어요.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치기 싫었는데 이제는 퇴근하면 피아노 치러 갈 시간이 설렙니다."라고요. 


 반백 살을 넘은 친구 녀석이 주말마다 바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동네 한 바퀴 걷자고 해도 귀찮다며 방구석에서 뒹굴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말이 되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집에 붙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대체 뭘 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녀석이 다니는 학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에 오를 때마다 큰 바윗 덩어리나 돌산을 맨손으로 오르는 암벽 등반인 클라이밍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클라이밍에 푹 빠진 녀석의 표정에서 삶의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무언가에 푹 빠져서 즐거움을 얻는다는 건 삶의 활력입니다.

 나는 지금 무엇에 빠져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내가 즐기고 있는 건 무엇인지, 즐기고 싶은 것은 있는지 언뜻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이렇게 밋밋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남부럽지 않은 성공이 인생 목표라고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처럼 사람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하여 후세에 빛나는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어릴 때 감명 깊게 읽은 위인전이나 자주 들었던 영웅들은 살아 있는 동안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해냈기에 후세에도 전해져 내려왔으니까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웅이라 해도 혼자서 전쟁을 이길 수 없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니 모두가 위인이 될 수도, 영웅이 될 수도 없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자기계발 내용도 그렇습니다.

 성공을 위해 시간을 아껴야 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운동도 한두 개쯤은 할 줄 알아야 하고, 외국어도 한두 개 정도는 구사해야 되고, 성공을 위해 전공 말고도 다른 분야 한두 개는 마스터 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대인관계도 폭넓게 가져야 성공할 수 있으니 주위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친절과 배려를 베풀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긍정적이고 밝게 모두가 좋아할 만한 성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돌아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걸 다 해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듯이 마음에 있지 않은 열정을 쥐어짜면서 만들다간 재미는 고사하고 금방 지치기 마련입니다. 

 개인의 능력 함양에만 초점을 맞추는 자기계발을 읽다 보면 그렇게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은 무능력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더군다나 한정된 시간 동안 일에 얽매여 있는 현실에서 이 모두를 기가 막히게 해내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미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신 내가 진정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 하나라도 푹 빠지는 재미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삶이 후회 없는 삶일 텐데 경쟁과 스펙에만 연연하며 좋은 시절을 다 보낸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이 인생을 잘못 살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퇴근 후 집안 구석구석을 보며 오래전 나와 마주합니다.

 책장에 꽂힌 오래된 책들, 하얀 종이는 빛을 바래 누렇게 변했습니다. 이 책을 왜 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걸 봐선 그 당시엔 꽤나 푹 빠졌던 책인가 봅니다.

 서랍을 열어 보니 물감과 붓이 수십 개. 대단한 그림을 그릴 것도 아니면서 가지런히 놓여 있는 물감과 붓을 보며 예전에 가졌던 그림에 대한 애정이 스쳐 지나갑니다.

 양손으로 칠 것도 아니면서 배드민턴 채는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과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말에 하나 둘 구입을 했던 배드민턴 채들, 지금은 신발장 한 칸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축구공, 농구공. 여러 개의 공들도 바람이 빠진 채 놀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와 신나게 뛰어놀며 함께 뒹굴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이지만 한때 그 정성과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얼마나 즐기고 싶었는지도 느껴집니다. 


 삶은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각자가 원하는 삶을 후회 없이 사는 게 중요하다고 하죠.

 욕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면 반드시 성과로 돌아오는 정직한 일들이 세상에는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아서 우리에겐 취미 생활이 꼭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사한 악기 연주, 유창한 회화 실력, 나이를 넘어서는 스포츠 정신, 뚝딱하면 완성되는 요리 솜씨,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 옆에서 보기엔 부러움의 대상이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라 망설여집니다.

 배워볼거리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만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다면 흥미를 가지기가 쉽지 않고 도리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때 오로지 성공이었던 자기계발의 목표가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죠.

 계단 4층 정도는 걸어 올라가기, 하루 10분 눈 감고 명상하기, 매일 물 1리터 마시기, 하루에 한 번씩은 '괜찮아, 할만해'라고 말하기 같은 소소한 도전을 목표로 삼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합니다.

 경쟁이나 스펙과는 상관없는 단출함이 일상의 건강과 평화로운 정서로 삶을 꾸려 주니까요.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달리고 싶고, 명상하면서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소소한 시도가 더 큰 도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은 마음이 끌리는 재미와 취미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인생 2막에 삶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할 일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잘못 살아왔다는 후회도 들고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어 외로움이 배가 된다고 합니다.

 무언가에 푹 빠져 즐거움을 얻는다면 나 자신을 멋지게 가꿀 수 있고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겨납니다. 허탈함과 외로움에 처진 어깨가 열정과 즐거움으로 들썩거리지 않겠습니까? 


 나이 50을 넘어 클라이밍을 배운다며 가뿐 숨을 몰아쉬는 녀석을 만났습니다.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아슬아슬한 운동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내 나이 50이 넘었지만, 그래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 늦게 시작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도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지금 바로 시작해. 오늘이 제일 빠른 날이니까." 


 요즘 즐기고 있는 취미, 즐기고 싶은 거리가 있습니까? 그런 것이 마음에서 끓어오를 때 에너지가 되어 밋밋했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줍니다.

 다들 무엇에 빠져 계십니까? 어디서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얻는 그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무언가에 푹 빠져 즐거움을 얻고 싶은 일,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오늘이 제일 빠른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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