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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17. 2021

뚱딴지같은 소리

돼지감자와 에디슨의 닮은 점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요즘, 사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전에 미리 대책을 논의하려고 부하 직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쌈박한 아이디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든 그럴싸한 이야기라도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만 회의는 진척이 없습니다. 근데 후배 녀석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지 희한하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습니다. 듣다 못해 상사가 한 마디 했습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뚱딴지같은 소리 자꾸 할래?" 


 그러자 후배 녀석은

 "뚱딴지요? 그거 우리 집 막내아들 별명인데요?"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상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다들 웃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무거웠던 분위기는 나아졌습니다.

 근데 아들 별명이 뚱딴지라니? 이건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못생긴 걸 보면 돼지감자라고 부르곤 합니다.

 돼지감자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하고요. 이름만 보면 토종 같지만 북미 출신의 귀화식물이라고 합니다.

 분류학적으로 따져봐도 가지 과인 감자보다는 해바라기에 가깝습니다. 녹말이 덩이줄기 형태로 열매를 맺는 특징이 있습니다. 해바라기와 사촌지간이라 꽃도 비슷하게 생겼고, 키도 최대 3m 정도까지 자랄 정도로 상당히 큰 식물입니다. 


 꽃과 잎은 전혀 감자같이 생기지 않았으면서 감자와 닮은 뿌리가 달려 있는 이 식물은 예전엔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돼지가 먹는 사료로 주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 돼지감자, 이 돼지감자의 원래 이름은 뚱딴지였습니다. 


 "뚱딴지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할 때 그 뚱딴지,

 이 뿌리채소는 모양도, 크기도, 무게도 다 다른 데다가 논밭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랍니다.

 감자 같지 않은 녀석이 감자 모양의 뿌리를 달고 수도 없이 튀어나올 때마다 농부들은 당황스러웠고요, 캐도 캐도 나오는 돼지감자를 보며 '참 뚱딴지같다'라는 의미로 '뚱딴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 뚱딴지를 종종 사람에 비유하며 우리 주변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이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너무 엉뚱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입니다. 아울러 심술 난 것처럼 뚱해서 붙임성이 적은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뚱딴지처럼 난데없이 무슨 소리야."라고 하듯이 말이죠.  




 이렇게 천대받던 돼지감자인 뚱딴지가 화려하게 변신했습니다. 최근 돼지감자는 뛰어난 여러 효능 덕분에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돼지감자에는 인슐린을 정상치로 낮추는 이눌린이 포함된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C, 칼륨 같은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녹말로 된 덩이줄기에 함유된 탄수화물 75~80%가 이눌린 성분입니다. 이눌린은 체내의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 않고 분해되더라도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돼지감자를 먹고 포만감을 느끼더라도 부담감이 없어 다이어트나 당뇨 식이요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칼로리가 낮아 많이 먹어도 혈당이 잘 상승하지 않는 돼지감자는 당뇨병 예방에 탁월합니다. 당뇨에는 짱이라며 엄지 척을 합니다. 


 돼지감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변비와 체중 조절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장내에 머물러 인체에 이로운 도움을 주는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을 증폭시켜 장 내 환경을 개선해 주며 이와 함께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 C는 면역력을 증진시켜줍니다. 비타민 C는 피로회복, 피부미용에도 좋고요, 멜라닌 색소의 침착을 막아주어 주근깨, 기미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뚱딴지같다'라며 천덕꾸러기였던 돼지감자가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정말이지 세상 일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돼지감자의 달라진 위상을 보며 다시금 실감합니다. 


 비정상적이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위를 가리켜 자주 쓰는 '뚱딴지같은 소리',

 간혹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뚱딴지같은 소리’로 웃음이 빵 터지기도 합니다. 팍팍한 현실에 매몰되어 삶이 버겁고 지칠 때 얼토당토않은 말과 행동이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도 합니다.

 뚱딴지 돼지감자가 당뇨병에 약이 되듯이 엉뚱한 말이나 행동이 신선한 웃음으로 지친 일상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활력소가 됩니다. 


 엉뚱한 상상으로 저능아, 문제아 취급받았던 에디슨이 뛰어난 발명가가 된 이유도 뚱딴지같은 소리가 창의력으로 인정받고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뚱딴지같은 소리가 언젠가는 정상의 부족함을 메우고 정상의 고달픔도 치유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막내아들 별명이 뚱딴지라고 말한 후배 녀석, 그 이유를 물으니까 이렇게 대답합니다.

 "하도 터무니없는 희한한 말과 행동들을 해서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 행동이 요즘 필요한 창의력이라고 하잖습니까? 뭔가 다르게 생각하는, 똑같은 사물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톡톡 뛰는 창의력이니까요. 창의적이 되라고 하는 마당에 뚱딴지같지만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게 창의적인 교육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에디슨의 엄마가 에디슨을 그렇게 키웠듯이 말이죠. 아이다운 사고방식을 간직하게 해주고 싶어 별명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저도 옆에서 많이 배우고요" 


 차마 뱉지 못하고 삼켰던 희한한 생각들, 듣는 순간 잊어버렸던 터무니없는 말들, 이제는 그냥 흘러 버리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귀한 대접을 받게 될 뚱딴지같은 소리가 툭 튀어나올지 누가 압니까? 그런 의미에서 상황에 맞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나누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좀 뚱딴지같은 소리라도 귀 기울여 들어야겠습니다. 에디슨의 어머니처럼 말입니다.

 내 안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엉뚱하게 여기지 않을까? 하는 눈치도 그만 보고 다 뱉어 내고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좋은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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