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May 20. 2022

인생 그래프, B와 D 사이 & 피할 수 없는 C.


'인생은 B와 D 사이에 C가 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샤르트르가 남긴 유명한 명언입니다.

 B는 Birth로 탄생, D는 Death로 죽음, C는 Choice로 선택을 뜻하는 이 말은 사람은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입니다. 


 선택 하나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순간의 선택이 날개 없는 추락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오롯이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 앞에서 고민에 휩싸이는 게 인간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샤르트르의 말을 그림으로 옮겨봅니다.

 직선을 쭉 그어 시작점에는 B, 끝나는 지점에 D를 표시합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C를 점으로 찍습니다. 일직선의 시작과 끝에 있는 B와 D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C. 이것을 인생 그래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로로 쭉 그은 직선 하나가 인생 그래프라고 하니 밋밋합니다. 딱 봐도 지루하고 심심해 보이지 않습니까? 108 번뇌라니, 한 치 앞도 몰라 꾸불꾸불하다는 인생길을 달랑 직선 하나로 나타내려니 없어도 한참 없어 보입니다. 

 다들 굴곡 하나 없이 편평하고 잔잔한 삶을 꿈꿉니다. 어려움 없이 평탄하기만을 바라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에 불과합니다.


 변화무쌍한 삶이라는 말처럼 직선에 도형을 추가해 봅니다. 직선 위로 산처럼 높은 삼각형을, 아래로 역삼각형도 넣어봅니다. 올랐다 내려왔다 하는 톱니바퀴 모양도 그려 넣고요. 인생 그래프가 조금씩 실감 납니다.

 우뚝 솟은 산 정상에 올라 희열을 맛보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밑도 끝도 없는 바닥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며 헤맬 때도 있습니다. 공부를 해도, 일을 해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톱니바퀴처럼 도리어 후퇴하는 시기도 있는 게 삶이니까요. 


 직선에다가 또 직선만 그려 넣으니 그림이 딱딱합니다. 사는 게 직선일 수만은 없는 일, 이번에는 곡선 모양도 그려 넣습니다.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부드럽게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인생을 축약해서 보면 직선으로 표현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곡선일 때가 훨씬 많다고 하니까요.


 파도의 높낮이에 따라서도 삶이 고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파도가 잔잔하게 출렁일 때는 기분도 잔잔하며 편안하지만 파도가 높고 거셀 때는 두렵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도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직선보다는 좀 인간미가 있지 않나요? 갑자기 추락하기보다는 서서히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요, 파도에 따라 내려오면서 오를 때도 있으니까요.  




 인생 그래프를 그리다 보면 깨닫는 사실이 있습니다.

 영원히 쭉 올라가는 그림도, 평생 밑으로 내려가는 그림도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편평하기만 한 인생도, 승승장구만 하는 삶도, 바닥만 헤매는 삶도 없습니다.

 이 모든 그림들이 우리가 선택하는 C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그려지는 게 삶의 이치입니다. 

 

 돌고 돌아도 제자리인 회전문처럼, 매일 똑같은 하루가 되풀이되는 도돌이표 같은 일상이 심심하고 지루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역병을 겪으면서 가끔 이런 생각이 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의 연속이라면 차라리 지루한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 말이죠. 


 파도의 높낮이가 너무 심하면, 오르고 내리는 직선이 가파를수록 마음도 걷잡을 수 없이 출렁입니다. 높이 다다르면 한없이 짜릿하지만 아래로 떨어질수록 무섭고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럴 바엔 아예 지루함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도전 정신이 없어 보입니까? 그래 본들 이 역시 부질없는 바람일 테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어떤 파도를 불러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죽느냐 사느냐?' '짜장이냐 짬뽕이냐'.

 하나부터 열까지 크고 작은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는 나날의 연속을 보내는 우리는 선택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이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C를 바라봅니다.

 '파도를 어떻게 만들어야 단조로운 일상이 좀 더 즐거울까?',

 '오늘은 어떤 파도를 그려 다양한 재미를 느끼면서 살 수 있을까?'

 '밀려오는 파도를 어떻게 타야 스릴을 만끽할 수 있을까?' 


 B와 D 사이에 피할 수 없는 C, 오늘도 선택의 기로에서 파도를 그려 넣습니다. 잔잔한 파도를 넘어 가끔은 높은 파도가 그려지기도 합니다만 휩쓸려 가지는 말아야겠죠.

 지루한 일상에서 모험도, 즐거움도, 재미도 얻을 수 있는 파도 같은 선택, 다양한 경험과 다채로운 새로움을 찾는 파도였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파도를 타고' 온다는 한 편의 영화처럼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조삼모사, 그 이면에 숨은 진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