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Oct 09. 2020

행복한 시지푸스를 상상하며 I


 오늘도 자신보다 큰 바위를 끙끙대며 언덕 정상으로 밀어 올립니다. 힘겹게 갖다 놓아 본들 바위는 도로 제자리로 굴러내려 갑니다.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을 질질 끌며 내려옵니다. 다시 있는 힘을 모아 바위를 언덕으로 밀고 올라갑니다. 어제도 했던 고역, 오늘도 하고 있는 노동, 내일도 해야 할 노역입니다. 신을 속였다는 죄로 평생 바위를 굴리고 또 굴리는 벌을 받는 시지푸스, 언제 끝날 지 모를 고통으로 시지푸스의 얼굴은 일그러집니다.




 삶이 지치고 힘이 듭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세계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합니다. 먹고사는 일이 빠듯해 다들 힘들다고 한숨을 내쉽니다. 사회적 거리를 두고 조심하며 산 지도 6개월이 더 지난 지금,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이 여전히 숨 막히게 합니다. 언제 끝날 지 모를 불확실성에, 끝나더라도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불안함에 스트레스는 쌓여갑니다.

 

 사람이 큰일을 당하거나 가진 것을 잃어버리거나 뜻하지 않는 어려움을 겪으면 마음이 아프고 위축됩니다.

 사람이 힘들면 자신도 모르게 자꾸 마음이 작아지고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됩니다. 지나간 과거를 원망하고 후회합니다. 아팠던 상처를 곱씹으면서 짜증과 화만 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수록 지금 이 순간이 더 힘겨워집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한 지침을 매일 듣습니다.

 마스크 잘 착용하고 손 자주 씻어라고 합니다. 건강을 잘 관리하라고 합니다. 건강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우선 잘 먹고 잘 자야 합니다. 운동도 꾸준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즐거운 상상을 하라고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우리 몸과 마음이 골병들 수도, 튼튼해질 수도 있습니다.

 한가로이 길을 걷는데 갑자기 집채만 한 개 한 마리가 컹컹 짖으며 내 앞에서 으르렁거린다고 가정해보세요. 순간 머리가 쭈뼛 서고 심장은 쿵쾅쿵쾅 팔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식은땀이 나면서 피가 거꾸로 쏟는 듯합니다. 이 개와 싸우느냐, 아님 도망을 치느냐 결정을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한 신체 반응입니다. 개가 아무런 일 없다는 듯 가버리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몸과 마음은 스르르 긴장이 풀립니다.


 비단 사나운 개를 만났을 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과거 좋지 않았던 기억, 아픈 상처들을 떠올리며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우리 몸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합니다. 혈압이 오르고 소화도 안되고 위궤양까지 생깁니다. 생각만으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받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골병이 듭니다.


 반면 즐거운 상상을 하면 긴장이 풀어집니다. 흐뭇한 기억, 밝은 상상, 기분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그에 따라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가 감정 관리에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하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면 흐뭇해지는 건 알겠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실망과 막막함 뿐이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상상은 자유입니다. 상상은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 일에 치여 힘들게 살았습니다. 어려워진 주위 여건으로 지금도 막막한 현실을 버티며 살아갑니다. 주위가 온통 깜깜한 마당에 상상마저 굳이 어두운 미래, 힘든 현실, 슬픈 처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해야 하나요?


 미래에 멋진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비록 현실은 꿀꿀하지만 미래는 보다 나은 내 모습을 그려봅니다. 꿈은 간절히 꾸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나요? 꿈을 꾸고 간절히 원하면 누가 압니까? 범우주의 기운이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여줄지 말입니다.

 

 현실이 힘들고 짜증만 나는데 게다가 쓸데없는 과거 일에 집착하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상처를 떠올리며 고통을 자초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좋은 미래를 상상해봤으면 합니다. 밝은 것, 흐뭇한 것, 신나는 것, 행복한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들 몸과 마음은 많이 튼튼해집니다.  




 오늘도 시지푸스는 땀으로 범벅된 채 낑낑대며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립니다. 신을 속인 죄로 받는 벌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바위를 힘겹게 밀어 올리는 시지푸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신의 사자(死者)를 속여 저승의 업무를 마비시켰던 일을 떠올립니다. 인간을 함부로 대했다가 큰 코 다쳤던 신들이 우왕좌왕, 허둥대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당황해하던 신들의 얼굴을 회상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집니다. 오늘은 즐겁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위를 굴립니다. 기약 없는 노역에 시달리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즐거운 상상도 하면서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으고 버리기보다는 좀 비워야 할 텐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