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처음

3자를 처음 단 사람의 두번째 서른

by 한소리

'내 이름은 김삼순' 주인공이 노처녀라고 놀림 받은 나이가 언젠지 기억하는가. 놀랍게도 서른이다.

덩치가 있냐느니 노처녀라느니 온갖 핍박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녀가 고작 서른이었다니.

나도 서른이라니! 내 첫 3이라니!


십여년 전만 해도 서른살은 스무살과 달리 찐 어른의 상징이었고, 그 이후로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못 가지면 나이값 못하는 어른이라고 평가받았다. 근데 내가 서른? 2024년을 한달 앞둔 지금에서야 '다 옛말이지'하고 넘길 수 있지만 내가 서른이 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나마 갑작스럽게 만나이로 변경하자는 국가 수장 덕분에 두어살 어려지긴 했어도 신체 나이나 친구들의 나이가 갑자기 2살 어려지는 것은 또 아니다. 그냥 서른이다.


우리는 딱 떨어지는 숫자에 집착한다. 숫자는 웬만하면 열부터 세고, 돈도 0으로 떨어지게 계산하면 마음이 편하다. 나또한 내 나이에 몇 없을 뒷자리 0이기에 뭔가를 더 하려고 했다. 가령 예를 들어 글쓰기라거나, 이직이라거나, 새로운 습관 들이기라거나.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글쓰기, 실제로 이건 거하게 망했다. 책을 쓰겠다고 했던 의지는 매일 쏟아지는 약속을 이겨내지 못하고 까맣게 묻혀버렸다. 이직은 반쯤만 성공했다. 왜 반쯤이냐? 31살의 한솔이도 이직 준비를 해야한다는 점에서다. 1월1일 독서모임에서 파란펜으로 기록하며 운동을 하고자 했던 다짐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역시나 내 의지박약은 서른에도 여전하다. 30년이나 이렇게 살아왔는데 한순간에 바뀌면 그것 또한 문제긴 하다, 하하.


다짐했던 것과 다르게 시작하게 된 것도 물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재무재표를 처음 공부하게 된 거다. 공시가 뭔지, 코스닥과 코스피의 차이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상폐순서까지 줄줄 외우는 이상한(?) 사람이 됐다. 또 기타를 처음 연습하게 됐다. 첫 기타는 아니지만 주도적으로 기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처음이었다. 우쿨렐레와 피아노가 자취방으로 오게 된 후 갑작스럽게 기타를 구입했고 지금까지 잘 치고 있다. 이또한 이상한 일이다.


참 이상한 서른이었다. 걱정했던 것만큼 무서웠고 즐거웠다.

그래 처음은 늘 무서운 법이니까.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서른보다 서른 하나가 더 무섭다는 거다.


서른으로 넘어올 때는 분명히 내 인생에 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그래서 무섭지만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게 있었다. '버라이어티하면 얼마나 버라이어티하겠어! 오히려 좋아!' 마인드의 상태였다면 요즘은 서른한살이 오는 게 상상하기에도 조금 벅차다.


작년까진 부담 안 줘

겨우 1학년 신인이라며 괜찮다며

나를 앉혀놓고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지

몇 가지 과목으로 알려줬지


방탄소년단 노래 중에 '2학년'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저 가사가 내 지금 마음을 잘 설명해줄 수 있을 듯 싶다. 올해까지는 그래도 만나이라느니, 갓서른이라느니 설렘반 떨림반으로 느끼지 못했던 서른이, 서른한살로 빼도박도 못하는 상태가 된 기분이다. 아무도 잘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서른이 처음인만큼 서른 하나도 처음이다.


처음이 두려워지면 나이를 먹는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먹긴 먹나보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1년이었다. 그래서 내년이 더 무섭다. 내년에 올 일들이 설렘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그럼에도 시계는 멈추지 않고 내년을 향해 30일간 빠르게 흘러갈 것을 알고 있다. 그럼 내가 해야 할 것은 준비 뿐이겠지. 남은 올해 남은 업보들을 열심히 청산하며 달려보려한다.


이 주제의 글은 서른한살 해피뉴이어를 외치는 그날까지 매일 이어질 예정이다. 내 글을 읽고 그 능력 썩히기는 아깝다고 글써봐라 말해주는 언니나, 내 글을 좋아해주는 가족들이나, 언제나 좋은 글을 쓸수 있도록 자극해주는 친구들과 서른을 함께 했기 때문에 나는 이들에게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을 봐서라도 저질러놓은 업보를 청산해야지. 뭐라도 해야 바뀌니까!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미래에 함께 해주어 고맙다. 처음 쓰게 된 이 글에 대한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모두 많은 응원 부탁한다. 한달의 의지박약을 이겨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