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내 자신이 미워질 때

한없이 내가 싫어지기만 하는 날

by 한소리

이상하게도 그런 날들이 있다. 잠깐 까먹은 일이 책임져야할 사고로 돌아온다거나, 잘하고 있는 줄 알았던 일이 사실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거나, 내 잘못이 아닌데 결국 손가락질의 방향이 내가 된다거나 하는 날.


그리고 꼭 이런 날에는 꼭 이상하게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얼굴은 상기되고 땀은 삐질삐질, 틀리지 않으려고 몇번이나 애를 쓰지만 큰 실수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린 불편함은 내 온갖 감정들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곤 마음 중간에 무겁게 자리 잡는다.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다 뒤늦게 퇴근하는 길은 하염없이 길게 느껴진다.


나는 사고를 거하게 친 날이면 집앞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요즘은 올라서 만천원!)짜리 맥주를 사고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다. 저녁은 거르고 맥주로 끼니를 떼우는 거다. 다리를 쭈구리고 앉아 휴대폰으론 웃긴 영상을 틀어놓는데 이 공허한 자취방엔 쓸쓸함을 대신 달래줄 사람도 없다.


그렇게 밤이 깊고 바깥도 조용해지면

한없이 내 자신이 미워진다.


일찍 잠이나 자자 하고 누우면 온갖 생각이 밀려든다. 왜 그런 실수를 했지, 왜 그렇게 안 했지, 나는 바보인가, 정말 재능이 없나?심지어는 난 왜 예쁘지 않지. 왜 부자가 아니지. 남들보다 왜 이렇게 모자란 거야 라고 자기혐오까지 이어진다. 나를 향해 나쁜 말을 쏟아내다보면 어느새 베개가 축축해지고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또 밤이 지난다.






"나 정말 사랑받지 못할 존재인가?"


어느날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비난을 한귀로 흘려들으며 멍을 때리다가 '나 진짜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일까?'하는 그런 생각이 스쳤다. 아주 뜬금없는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의심해봤어야 하는 그런 말인데 제대로 생각해본적은 없는 말. 내가 미워하는 내가 나의 전부인걸까? 그럴리는 없을텐데!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언제 행복해하는지, 내가 어떨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나 자신을 멋있다고 생각하는지. 생각나는대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그래야 다시 내가 미워질때 이 글을 꺼내서 사랑할 힘을 얻을테니까. 그래야 내가 더 단단해질테니까.


이 글 또한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지인들과 친구들의 힘으로 쓰여졌다. 그 친구들도 본인이 싫어지는 날이 오면 내 글을 읽고 내가 사랑하는 나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


글을 읽는 모두 부디 본인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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