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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un 16. 2020

라네즈 네오쿠션,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1편

라네즈 네오쿠션을 말하려면 쿠션의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드디어 라네즈가 일을 냈다. 라네즈는 불과 최근까지 굳건히 한국 화장품 1위를 지켰던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부동의 1위 자리를 LG생활건강에 내어준 상태이다. 그래서 위기감을 많이 느낀 것으로 보이며 보유한 브랜드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라네즈 네오쿠션은 아모레퍼시픽에도, 라네즈에도 새로운 색깔을 입혀주고 나아가 브랜드 다운에이징에 성공하여 새로운 소비자들을 유입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그 이유를 기획자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갓 신상 라네즈 네오쿠션




라네즈는 신상품 네오쿠션을 온라인에 선런칭하였는데, 3시간 만에 공식몰에서 초기 물량이 완판 되기도 하고, 11번가 x 라네즈 네오쿠션 단독 런칭 건에서 오픈 하루 만에 약 3,000건이 넘게 팔리며 기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건 실로 라네즈에서도 오랜만에 기대해볼 만한 결과의 시초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에어쿠션



라네즈 네오쿠션이 잘 될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쿠션의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초로 쿠션을 개발했다. 쿠션은 선크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을 특수 스펀지 재질(퍼프)에 흡수시켜 용기에 담아낸 메이크업 제품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에서 2008년 최초로 쿠션 파운데이션 에어쿠션을 출시한 후 2018년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달성했다.



이 쿠션이 나오기 전까지 여성 화장품에 "쿠션"이라는 것은 없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이 나온 것이다. 그야말로 뷰티의 혁신이었다. 보통 여성이 화장을 하게 되면 피부 타입에 따라 3~6시간 정도를 주기적으로 수정 화장을 해줘야 한다. 이전에 발랐던 파운데이션이 지워지거나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치 깐 달걀처럼 파운데이션으로 예쁘게 완성해놓은 피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저분해지거나 얼룩덜룩해진다.


이게 바로 파운데이션! 보통 유리나 튜브에 담김. (출처: 아모레퍼시픽)



쿠션이 나오기 전까지 여성들은 수정 화장을 하기 위해서 파운데이션, BB 본품을 가지고 다니거나 렌즈통이나 샘플 통에 내용물을 소분하여 손이나 스펀지로 수정 화장을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수정 화장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그야말로 번거롭고 불편했다. 이로 인해 화장품 파우치의 부피는 커지고 가방의 무게는 더해졌다.



그리고 수정 화장을 하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요한 약속이라도 잡힌 날이면 여성들은 집에서 화장을 하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약속 시간 전 지하철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며 급하게 화장을 다듬기도 한다. 특히 번화가 화장실은 수정 화장을 하는 여성들로 얼마나 붐비는지. 때로는 볼 일을 보려는 사람보다 화장을 고치려는 여성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때도 있다. 남자들은 이런 상황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이런 여성들의 불편함, 번거로움. 소비자의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에서 최초로 개발한 쿠션이었다. 이건 정말 신개념이었다. 쿠션은 파운데이션이 플라스틱 통 안에 담겨있어서 퍼프를 사용해 도장처럼 얼굴에 찍고 펴 바르는 식이었는데 기존에 파운데이션으로 손가락이나 스펀지, 퍼프 등을 사용해서 화장을 했던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고, 쿠션 하나만 챙기면 파우치 부피도 줄고 수정 화장도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담으로 개발 스토리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면, 아모레퍼시픽의 한 연구원이 '주차 도장'에 영감을 받아 주차 도장처럼 균일하게 얼굴에 찍어바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갖은 노력 끝에 아모레퍼시픽은 이 쿠션을 2008년 경에 처음 만들었는데, 기술력과 부자재와 내용물 간의 FIT 등을 긴밀하게 발전시켜나가면서 쿠션 팩트의 최강자로 그 위치를 견고히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한국 시장은 매우 좁았고 경쟁사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재빠르게 쿠션을 출시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디올, 샤넬, 시세이도 등의 백화점 명품 브랜드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을 따라 쿠션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뒤늦게 나온 애경의 에이지 투웨니스 견미리 쿠션 팩트도 업계에서 공고히 팩트계의 1위를 만들어냈다. 에이지 투웨니스 팩트는 배우 견미리가 지속적으로 모델로 활동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홈쇼핑 특유의 대용량 찬스로 엄마와 딸이 함께 써서 엄마와 딸까지 모조리 사로잡아 버리고 말았다.




출처: GS SHOP 견미리 팩트




심지어 2018년, 정말 속상하게도 아모레퍼시픽 쿠션 관련 특허 건 중 하나는 무효 결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모레는 쿠션 관련 400여건의 특허 보유하고있음) 개발자, 기획자 입장에서 볼 때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쿠션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모든 시초는 아모레퍼시픽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정말 쿠션은 춘추전국시대에 버금갈 만큼 경쟁과 경쟁, 그리고 또 경쟁에 이르게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백화점 명품 브랜드부터 한국 토종 브랜드, 인디 뷰티 브랜드(마치 인디밴드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만들어진 비교적 연혁이 짧은 브랜드들)까지 정말 많은 쿠션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은 정말 다양한 브랜드에서 쿠션을 골라 잡았고 쿠션은 브랜드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템이 되었다.




세상엔 정말 많은 쿠션 화장품이 존재한다. (출처: 얼루어 코리아)



아모레퍼시픽이 처음에 쿠션을 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력은 비슷해져 갔다. 그래서 화장품 브랜드들은 같은 내용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다른 소구 포인트로 소비자들을 힘들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퍼프를 개발해서 좀 더 쫀쫀하게 파운데이션 내용물이 묻게 한다든지, 여름철 더위에 무너지는 파운데이션을 개선하기 위해 매트한 내용물을 넣는다든지, 자꾸 덧바르는 퍼프와 파운데이션 간의 위생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부자재를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금씩 계절감, 사용감, 트렌드에 맞게 쿠션을 개발했다.




그런 쿠션은 결국 기술력이 비슷해지면서 디자인을 손 보기 시작했는데 브랜드들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콜라보를 하거나, 비교적 로드샵 브랜드들은 귀엽고 트렌디한 캐릭터들과 콜라보를 하면서 또 다른 쿠션의 디자인 시대를 열어 나갔다. 그래서 여성들은 하나의 쿠션만 소유한 것이 아니라 마치 립스틱처럼 여러 개의 조금씩 다른 제형, 사용감, 디자인 등의 쿠션 제품을 소유하게 되었다.





캐릭터와 콜라보해서 소장 가치가 있는 쿠션 팩트로 만들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쿠션의 디자인은 비슷할 수밖에 없었는데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담기는 것이 디자인 베이스가 결국 같았기 때문이다. 블랙 or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하여 심플하거나, 금테를 둘러 고급스럽거나, 캐릭터와 콜라보하여 귀엽거나 하는 식의 디자인 영역에 그치고 있었다. 그런데 라네즈 네오 쿠션에서 결국 일을 낸 것이다. 아주 크게.







디자인도 모방을 한다지만 이 디자인은 기존 쿠션 팩트계 디자인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디자인이다. 어떤 것이 연상이 되는가? 혹시 전자기기나 사과가 생각나지는 않으신지.




라네즈 네오쿠션, 잘 될수밖에 없는 이유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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