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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ul 04. 2020

혹시 당근...? 당근마켓에서 처음으로 거래를 해봤다.

혹시 당... 당근?


"혹시 당.. 당근?"



요즘 당근마켓이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한번 재미를 붙이고 나자 나는 직장 동료들에게 "저 오늘 당근마켓 거래하러 가요."라고 들뜬 마음에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주말, 나는 처음으로 당근마켓 앱을 켰다. 전에 앱을 설치하기는 했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냥 방치해놓고 있었다. 재밌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그룹 카톡 대화방에 당근마켓에 대해 묻자 긍정적으로 이야기해줬다. "당근마켓 재밌어요.", "저도 몇 번 팔아봤어요. 괜찮아요.” 라는 평가들이 있었다. 회사에서 기획자의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당연히 테스트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첫 거래를 물색했다.



당근마켓에는 많은 카테고리가 있는데 나는 도서 카테고리를 선택해서 사고 싶은 물건을 찾았다. 그런데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마케팅의 필수 도서라고 불리는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을 단돈 3,000원에 팔고 있는 것이었다. 정가는 16,000원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바로 당근마켓에서 채팅방을 열었고 약속 날짜를 잡았다.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싸게 파는 걸까?' '물건에 하자가 있는 걸까?' 궁금했지만, 어차피 터무니없는 싼 가격이니까 별 다른 질문 없이 거래를 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쿨거래의 좋은 예





"지하철역 2번 출구, 3시에 만나요."


이게 뭐라고 마치 처음 소개팅을 하는 것처럼 떨렸다. 소개팅처럼 예쁘게 꾸미고 가겠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사실 나는 중고거래를 직거래로 해본 적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설레기도 하면서 약간의 걱정도 들었다.  '그냥 만나서 돈을 주면 되는 걸까?', '혹시 안 나오면 어떡하지?',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갑자기 시간을 바꾸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3시는 점점 다가왔고, 그렇게 나는 약속 장소로 약간의 설렘과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




"저 도착했어요, 출구 밖에 있어요."


주말 오후 3시에 약속을 잡은 것을 바로 후회했다. 약속 장소에 5분 전에 도착했는데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잠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언제 오는 걸까?'



"넵! 지금 가고 있어요."



상대방이 대답했다. 지하철역은 어차피 사람들이 출발, 도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기다림의 시간은 짧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 내 책을 들고 오는 걸까 흘끗 쳐다보기 바빴다. '오, 혹시 저 사람인가?' 하면 다들 스쳐 지나갔다. 앞을 보고 있으면 뒤를 못 보니까 살짝 위치를 바꿔서 뒤도 봤다. '과연 누가 올까?'



3시가 되었고 역 근처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그중 모자를 눌러쓴 대학생으로 추측되는 여자분이 역 근처에 오자 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더운데 안 뛰어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당.. 당근?"

"아! 네 맞아요."



현금이 없었던 나는 계좌 이체를 해도 되냐고 물었다. 카카오 앱을 켜서 불러주는 계좌 번호를 누르며 3,000원을 송금을 했다.



"근데 왜 이렇게 싸게 파시는 거예요? 이 책 유명한 책인데."

"아, 언니가 다 봤다고 해서 팔아요. 며칠 올렸는데도 안 팔려서 싸게 파는 거예요."



언니가 책을 사서 봤는데, 동생이 책을 팔아 용돈을 버는 신기한 시스템.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당근마켓. 나도 언니가 있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감사합니다. 잘 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시간 약속도 지키고, 쿨 거래도 해주고, 내가 필요한 책을 정말 좋은 가격에 구매하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 당근마켓과 당근에게 새삼 고마웠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오면서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돈을 송금한 것이 생각났다. 그 자리에서 물건을 확인하는 것이 거래의 당연한 이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굳이 동네 사람끼리 확인할 필요 있나? 하자 좀 있으면 어때, 나는 많이 싸게 구매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근을 보내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서 살짝 책의 상태를 확인해봤다. 책의 상태가 최상이었다. 나는 그냥 거래하면 들고 갈 생각에 에코백 하나 메고 왔는데, 책의 사이즈에 맞는 작은 종이백에 담겨 가져와준 것도 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날 내가 먼저 도착해있다는 이유로 멀리서 뛰어오던 모자를 눌러쓴 당근이 새삼 떠올랐다. 세상은 아직 따듯한 걸까-!



집에 돌아와 선풍기를 켜고 앉아 책이 담겨있는 종이백을 바라봤다. 이게 뭐라고 재밌구나.



당근마켓은 왜 잘 되는 걸까. 어떤 점에서 나를 거래를 하게 만들었나. 왜 나는 또 거래하고 싶은가. 사람들이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이유는 뭘까. 당근마켓의 경쟁자 번개장터는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나. 당근마켓의 주 특징은 무엇인가.



그렇게 나는 또 당근마켓을 켰고, 번개장터도 가입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직업병을 가진 기획자였다.

 

다음 글에서 당근마켓 거래 2탄이 이어집니다 :)



https://brunch.co.kr/@happyi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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