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내 취향, 그리고 코로나
머리가 복잡할 때 따릉이를 타고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과 나의 연체 기간이 겹쳐 한동안 도서관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도서관이 다시 열고 나도 대여 정지가 풀리면서 정상적으로 책을 대여할 수 있게 됐다.
어렸을 때도 나는 서점의 여러 가지 책이 꽂혀있는 풍경을 좋아했다. 서점 특유의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 책장 넘어가는 소리, 책 특유의 종이 냄새가 나를 즐겁게 했다. 서점에 가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요즘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게 된 지 한 2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도서관을 갈 때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간다. 따릉이를 타는 것은 도서관까지 걷기엔 멀고 버스를 타기엔 애매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따릉이를 타면 선선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느낌도 좋고, 서 있을 때보다 높아진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나는 키가 조금 작은 편이라 그런 풍경과 높은 공기의 느낌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바퀴를 굴리면서 하체 운동도 할 수 있으니까 여러모로 생산적이서 좋다.
아쉽게도 도서관은 코로나로 인해 9시-6시만 운영한다. 나는 평일에는 직장에 다니니까 오로지 주말에만 도서관에 갈 수 있다. 도서관은 코로나 전에는 10시까지 운영했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 나는 평일에 집에서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한 후 슬슬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말에만 갈 수 있다. 그래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빌릴 수 있고, 책의 내용을 읽은 후 고스란히 되돌려놓기만 하면 되니 반갑고 좋다.
지난 목요일에는 지인의 지인의 SNS에서 본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와 "쉬운 일은 아니지만"이라는 책 두 권을 빌렸다.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는 뉴욕 0.1% 최상류 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험담을 담은 내용이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은 홍화 정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과 짧은 에세이를 엮어놓은 책이다.
우리 집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작은 도서관이 흩어져있고 같은 구에 속해있다면 모두 책을 빌릴 수 있다. 원래 한동안은 집에서 제일 가깝다고 생각한 도서관에만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 도서관에는 브런치를 통해 나온 책들이 다수 있었다. 그 계기로 거기서만 빌리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른 도서관이 집에서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는 신선함을 주고 싶어서 원래 가던 곳이 아닌 다른 도서관으로 따릉이 자전거를 굴려 방문했는데, 그곳은 입구가 잘 눈에 띄지 않고 주변 거주지와 조금 거리가 떨어져서인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부 시설이 깔끔하고 책 상태도 다른 곳에 비교하여 많이 깨끗했다.
남들과 있을 때가 아닌 혼자 있는 시간에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따릉이도 혼자 타는 것인데 그 시간만은 오로지 내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릉이를 타고 도서관에 들리는 것은 운동도 하고 책도 볼 수 있는 일석 이조의 구조이다. 운동을 하면서 책이 있는 장소에 가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빌려와 읽을 수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생각이 많고 마음이 복잡할 때 철자라도 읽고 있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름 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도 되도록이면 이 취향을 유지하고 싶다.
지난 8월 초에 네이버 부스트 코스에서 만난 디지털 마케팅 모임에서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마케터의 취향에 관해 살짝 이야기했다. 아무도 없이 혼자만 남겨지는 시간, 오로지 나를 위해 만들어진 시간에 나는 어떤 것을 하고 있었던가. 아주 자연스럽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고, 나는 그걸 하면 왜 좋은가? 등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시간이 생기거나, 혼자 있거나, 마음이 복잡하거나, 행복해지고 싶을 때 따릉이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내일도 업무와 연관된 책을 예약 걸어놓은 게 있는데 그 책을 빌리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도 같이 빌릴 생각이다.
이 글은 코로나 2.5 단계 시행 전 작성되었습니다.
코로나 2.5 단계 시행 직전, 주변에 있던 도서관들은 잠정 폐쇄하였습니다. 많이 아쉽지만 모두를 위한 해결책이라 생각하고 집에 있는 책들을 읽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잠시 개선되었을 때 열었던 도서관에서 빌린 5권의 책이 책상 한편에 놓여있습니다.
반납기한 없이 책을 여전히 읽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었던 과거가 떠올라 한편으로는 많이 아쉽습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조금 더 노력해서 천천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