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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an 30. 2022

강아지와 대화하기

강아지 마음 알아차리기



최근에 도서관에서 “동물과의 대화”라는 책을 발견했다. 자폐증이 있는 작가가 일반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동물들이 원하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 인트로만 읽었고 번역책이라 읽기 쉽지 않지만 일상 속에서 내가 동물과 대화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내가 키우는 강아지와 알게 모르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강아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강아지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강아지의 표정을 관찰하면 대강 강아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강아지 표정 체크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대개 그날 촉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부르고 늦잠이라고 읽는)이 아니면 강아지의 얼굴을 살핀다. 강아지의 얼굴을 살핀다는 건 눈의 크기와 또렷하고 총명한 정도, 강아지 얼굴 표정을 관찰한다는 말이다.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도 표정이 있다고? 하면서 놀라겠지만, 강아지를 계속 키우다 보면 이 아이가 자주 짓는 표정이나 표현하는 감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일어나기 힘들어 비몽사몽 한 나이지만, 대개 이불속에서 힘겹게 나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강아지의 컨디션을 살피는 것이다. 보통 전날 산책을 오래 하면 다음 날 아침 강아지의 눈이 작아져 있는데 이상하게 동공이 작은 것 같기도 하고 눈을 덜 뜬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면 강아지가 피곤하구나 생각하고 덜 귀여워하고 재운다. 그리고 나를 아침에 배웅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문 밖을 나선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억울한 강아지

강아지도 사람처럼 억울할 때가 있는데, 강아지가 분명히 나에게 뭘 바라고 있는데 내가 안 해주는 것 같을 때 서운함 + 속상함 + 억울함 쓰리 콤보 표정이 나온다. “우리 아기가 왜 그래요?” 하면서 물어보면 눈이 살짝 처져있고, 말하는 것처럼 그 작은 검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닫았다가 한다. 더 억울함을 어필하고 싶으면 사람이 하는 말소리를 흉내 낸다. “낑낑” 거리며 애기인 척하거나 “끙~”하면서 타령을 하기도 하고, “왕!”하면서 갑자기 크게 짖기도 한다. 어쨌거나 자기 좀 봐 달라는 소리인데, 보통은 내가 다른 일을 해서 강아지한테 관심이 없거나, 목욕을 시켜놓고 안 말려준다는 둥, 문 닫고 너 할 일만 한다는 둥, 너만 맛있는 것 먹는다는 둥, 밥시간인데 아직 안 줬다는 등이다.



삐져서 옆눈으로 보는 강아지

유현준 교수의 “공간의 미래” 책을 보면 동양 문화권에 있는 사람은 상대의 눈을 보면서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는데, 사람은 동물과 달리 흰자가 있어서 눈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사람과 동물과 가장 큰 차이라고 말한다. 강아지는 흰 자 없이 검은 눈동자만 새까맣고 동그랗게 빛나는데 사람이 키우는 강아지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터득하는 것인지 옆눈으로 쳐다볼 줄 안다. 그래서 종종 흰자가 잘 보인다. 예를 들면, 가족들과 침대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며 옆눈으로 쳐다보는 식이다. 아니면, 강아지가 잘못했을 때 혼나려는 것 같으면 옆 눈으로 보호자를 쳐다보면서 눈치를 살핀다. 이럴 땐 그 옆눈이 너무 귀여워서 혼낼 수가 없다.



신이 난 강아지

신이 나서 즐거운 강아지의 모습은 보통 꼬리를 빠르게 헬리콥터 날개처럼 흔드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다. 보호자로서 내가 느끼는 흔드는 꼬리 외에 다른 포인트는 강아지가 즐거우면 표정이 해맑고 순수한데, 그중에서도 편안하게 웃는 표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입은 웃는 모양이며, 혀를 살짝 내놓고 헥헥거리면서 눈은 편안하게 웃고 있다. 눈이 약간 촉촉하게 빛나는 것도 포인트다. 보통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있거나 (그와중에 강아지는 중앙에 있어야 함), 산책을 나가려고 할 때, 산책을 나갔을 때 그 표정이 나온다. 다른 하나는 엉덩이를 높게 들고 엎드려서 앞 발을 좌우 양옆으로 세게 바닥을 치다가 한 바퀴 돌았다가 하는 행동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주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 목욕을 하고 나면 특유의 샴푸 향을 없애는 겸 신이 나서 집을 휘젓고 다닐 때 그런 표정이 나온다.



슬픈 강아지

자기를 놓고 보호자가 어딜 가거나, 오랜 시간 집에 혼자 있었다가 보호자가 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하려 할 때 슬픈 강아지의 표정이 나온다. 강아지는 분명 눈썹이 없는데 슬픈 강아지 표정을 보고 있으면 눈이 동그란데도 불구하고 처져 있는 게 보인다. 투명한 눈썹이 달려있어서 “나 지금 슬퍼요”하고 처진 눈썹으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오랫동안 옆에 있어주지 못한 게 미안해지는데, 어떤 영상에서는 강아지가 사람을 기다리느라 평생의 절반 넘는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슬펐던 적이 있다.



강아지의 표정을 체크하고, 강아지의 행동을 보면서 이 아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싶은 마음은 있는 동안 강아지와 더 많이 행복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생명체를 키우면서 얻는 행복과 기쁨,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강아지와 함께 앉아있으면 강아지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예를 들어 “네!” 이것만 해도 너무너무 귀여울 것 같다. 아니면 “누나 잘 잤어?” 이런 말이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신이 만일 강아지에게 세 가지 말을 할 줄 알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예를 들면 “응 나도 사랑해!” 이거랑 “네!” 이거랑 “아파요” 이 정도? 강아지는 집단생활을 했던 동물이라서 버림받을 까 봐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아플 때 아픈 티가 조금 난다고 하는데, 함께 있는 동안은 부디 오래 건강했으면 하는 게 나의 욕심이다. 그래서 강아지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주고 싶다.


그래도 개껌 줄까? 해서 불러놓고 안 주고 있으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표정과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는 나머지 장난을 자꾸 치게 된다. 개껌 준다 해놓고 모른 척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으면 내 휴대폰을 발로 쳐서 떨어뜨리거나, 아이패드나 키보드에 자기 발을 올려놓는 식인데 이런 표정과 행동들은 너무 귀여운 나머지 내가 일부러 보고 싶어서 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래서 가끔 내가 정말 이름을 불러서 오라고 하면 의심하며 잘 오지 않고 멀뚱이 망부석처럼 앉아서 쳐다보고 있다. 꼭 내 팔이 닿을 사정거리 안에는 들어오지 않아서 내가 자기에게 오게 만든다. 영리한 녀석…


가끔 내가 보고 싶은 표정이나 행동을 보려고 강아지와 대화가 오류날 때가 있으니 올해부터는 자제해야겠다. 그럼 내일 산책부터 실천하길!


강아지야 오랫동안 같이 행복하자 :)



https://brunch.co.kr/@happying/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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