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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 밤 과자점 Jan 23. 2022

책을 낸다는 것

나의 런던 동거인 혜림과 책을 출판했다. '우리는 어쩌다 런던에서'.

동거를 시작하면서부터 염두에 두고 이곳 브런치에 함께 글을 썼고 정말 어찌어찌하다 보니 책이 나왔다.

텀블벅 후원도 진행하고, 책을 위한 SNS도 운영하고, 독립서점에 입고도 해보고, 소소하지만 북토크도 하고 나니 어느덧 2022년이다.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부끄럽지만 책 홍보도 해보고 지인들에게는 선물도 하고 또 지인들이 나의 책을 구매해주는 모든 과정들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을 느꼈다. 아, 무언가 창작물을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가 소비해주고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이런 기쁨이구나.


그저 첫 출판한 작가에 대한 칭찬과 용기의 말 한마디이지만 '필력이 좀 되시던데', '네가 글을 이렇게 잘 쓰는 줄은 몰랐는데', '술술 읽히더라'라는 말이 진짜 고맙고 힘이 되었다. 얼마 전에 배우 이동욱이 유퀴즈에 나와서 '제 직업은 누군가 선택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는 말을 하는데 나 왜 (연예인도 아닌데) 거기서 공감하고 그럼? ㅎㅎㅎ 책을 냈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비록 한 사람이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기쁨인 줄은 몰랐다.


더하여, 나는 이 부분이 제일 좋더라- 라며 말하는 그 부분들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은 쏠쏠한 재미였다. 곧 출산을 앞둔 내 회사 후배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말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고, 아들 둘을 키우는 고등학교 동창은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했다며, 중2 아들을 키우는 동료는 '형광펜과 애플 펜슬' 읽으며 아들과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시간의 자유와 공간의 자유'에 감탄한 선배는 내게 사진으로 캡처해서 종종 보고 있다며 톡을 보내왔다. 그 하나하나의 피드백이 즐거웠다. 그리고 또 하나, 아는 사람이 책을 내니까 책을 읽다가 이렇게 느낌을 전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나도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며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 이 부분은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아 여기가 너무 좋다고 전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 그렇게 책을 통해서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고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 아마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잠시 동안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어쨌건, 혜림 덕분에 출판을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2021년은 값진 한 해였다. 다들 다음 책은 언제냐고 물으시지만, 당분간은 없을 겁니다. 이제 다시 일해야 하니까요. 당분간은 런던과도 안녕입니다. 그러나 영원한 이별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글 쓰는 것을 멈추지는 않으려고요. 종종 이곳에서 만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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