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요일 밤 과자점 Apr 16. 2021

런던, 얼마만큼 아나요?

알아두면 쓸데없는 영국 이야기, 그 시작

나는 영국을 몇 번째 오는 걸까? 


제일 처음 왔던 때가 2000년 여름이었다. 대학생이 되었고 그 당시에는 대학생이 되면 유럽 배낭여행 정도는 다녀와 줘야 했다. 나 역시 다를 바 없었다. 1달 일정으로 유럽의 12개 도시를 돌아보는 빡빡한 일정의 호텔팩으로 친구 2명과 함께했다. 그때 런던에 와서 갔던 곳은, 마담투소 밀랍인형 박물관, 그리니치 천문대(그때는 천문학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었다. 본초자오선 앞에서 사진 찍으며 좋아했던 스무 살의 나란 녀석이 떠오른다), 버킹엄 궁전, 하이드 파크, 타워브리지, 대영박물관 뭐 그런 곳들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런던의 야경은 아름답다.


두 번째로 온 것은 2006년의 겨울 12월이었다. 대학원 다닐 때 참여했던 모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 공모전에서 입상한 덕분에 스포츠 마케팅 투어를 했고 그때 갔던 곳이 영국의 맨체스터였다. 맨체스터 스테이디움에서 사 온 기념 머그컵은 지금도 잘 쓰고 있다. 게다가 무려 박지성 선수가 뛰는 경기를 직관했으니 꽤나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아있다. 


세 번째로 온 것은 2007년 7월이었다. LSE의 summer school을 듣겠다고 런던에 6주 정도 머물고, 나머지 기간은 요크, 윈저미어, 에든버러, 글라스고를 돌아보고 다시 런던에 왔다가 귀국하는 일정으로 2개월 여를 보냈다. 당시 런던 물가가 너무 비쌌고 학비도 기숙사비도 모두 비쌌던 터라 런던 남쪽 Zone 2의 페캄(Peckham)에 방 하나를 셰어 하며 살았었다. 그때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하기로 하고, 그때의 기억도 꽤나 좋은데, 그 당시에 갔던 여행지가 모두 각자의 특색이 강렬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요크의 중세 분위기,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한적한 시골 마을, 에든버러의 페스티벌 열기 가득했던 밤들, 스코틀랜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묻어났던 글라스고. 모두가 즐거웠던 기억들이다. 

코츠월드에서, 2019년 9월

그리고 한동안 영국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가 2019년 가을에 다시 런던에 입성했다. 동생 유학 길에 짐꾼을 하겠다며 왔었는데 사실은 관광이 제일 즐거웠던 일주일을 보냈다. 코츠월드, 스톤헨지, 옥스퍼드를 둘러보는 런던 근교 투어를 갔었고 옥스퍼드에서 사진을 찍으며 꼭 기회가 되면 영국으로 유학을 와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유학을 올 수 있는 기회가 닿았고, 나는 다시 런던에 왔다. 이번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정말 제대로 사는 것처럼 살 마음을 먹었더랬다. 나의 계획은 학업과 함께 영국의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에 있었다. 매주 미술관, 박물관, 연극, 뮤지컬 들을 섭렵할 부푼 꿈으로!!! 그러나 현실은 COVID 19…… 문화생활은 커녕 학교 수업마저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터라 학교 도서관 구경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영국을 느끼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코로나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토록 오고 싶었던 영국이므로 나름의 방식대로 영국을 느끼고 소소하게 기록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사실 관광으로만 왔었기에 영국에 대해 아는 것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궁금해하면서. 지금 생각나는 것들은, 런던 교통 카드 오이스터 카드의 의미. 왜 펍 이름들에 누군가의 Head가 많이 쓰일까? 런던에 바버샵은 대체 몇 개인가? 뭐 이런 것들이다. 참 알아봐야 쓸데없는 그런 내용들. 그래서 나의 영국 생활 탐험기의 이름은 #알아두면쓸데없는영국이야기 알쓸신잡의 아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재미가 되기를 바라면서 시작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수도 런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