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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한 때는 빛이 났고, 여전히 빛나고 있다.

by 멘탈튼튼 김프리


큰 아이 태어나고 그 다음해에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돌도 안된 아이 키우면서 대학원 생활을 했는데요.


이 때도 독박육아였고, 남편은 대학원을 다니는 저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요. 배워봐야 사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석사 학위를 낭비라고 생각했죠.


학비의 절반은 장학금으로 해결했으니 사실 큰 돈이 들어간 건 아니였어요. 대학교 중퇴인 저는 (학점은행제 학사학위) 학력 컴플렉스가 있었고 어떻게든 이걸 극복하고 싶었죠.


서운했죠. 남편도 남편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지만 썩 달가워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 때문에 멈추고 싶지는 않았어요.


대학원 2년을 큰 아이와 다녔어요. 지금은 초3, 10살 되었네요. 유모차랑 범퍼카 싣고 다니면서 아이랑 학교 투어하고 아기띠 하고 중간기말고사 보러 다녔습니다. 제가 시험보고 있는 동안 저보다 나이 어린 조교들이 큰 아이를 봐주곤 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아이 데리고 MT도 가고 세미나도 가고 회식도 갔습니다. 그리고 졸업식 때 우수논문상 받았습니다. 좀 멋지죠?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왜 나는 성장의 속도가 느릴까?

하고 싶은 일은 넘쳐나는데 온 에너지를 업무에만 쏟을 수 없어서 속상할 때가 많았어요. 도와주는 사람도 별로 없죠.


서러울 때도 많고 성장 속도는 더디죠. 아차하면 시간만 훅 지나버리고 나는 없는 엄마의 삶.


근데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니 형태만 바뀌었을 뿐 저는 꽤 멋진 어른이 되어있더라구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도 둘 줄 알게 되었고 사소한 일로 상처받아도 금방 치유되는 법도 알게 되었구요. 무엇보다 한 남자와 10년을 살면서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충돌없이 잘 지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잊지 말자구요. 엄마인 우리도 한 때 빛났었다는 것을요.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른 빛을 내고 있다는 것을요. 앞으로도 빛날 것이라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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