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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준 밥을 먹고 나이 들어가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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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튼튼 김프리
Aug 5. 2021
나는 요리가 싫었다. 2시간 걸려 준비하면 10분만에 없어지는 이 비효율이 싫었다.
잠깐의 먹는 즐거움을 위해 솜씨도 노하우도 없는 내가 고군부투하는 게 참 미련한 짓 같았다. 그래서 주로 외식을 했고 배달을 시켰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과 남편에게 집밥을 해주기 시작한 이후로 플레이팅은 볼 품 없지만 내가 한 요리가 맛있다. 흔하디 흔한 메뉴들로 돌림빵하고 있지만 속도도 빨라지고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과 아이들의 입을 보면 보람도 느낀다.
남편은 시어머니 밥을 먹으며 자랐고 내가 해 준 밥을 먹으며 나이들고 있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드니 더 잘 먹여서 멋지고 건강하게 나이들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더운 삼복더위 아침부터 밥 하느라 육수 1리터를 빼고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밥 숟가락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20분의 시간.
오늘은 이 시간이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온다. 잘 다녀오라고 손짓한 후 나는 남은 밥을 혼자 먹고 있다. 같이 먹는 밥이 더 맛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식사 메뉴는 들깨미역국, 감자채볶음, 진미채볶음.
다 때려넣고 끓이는 국, 다 때려넣고 볶는 볶음이 맛이 없기가 힘들다. 나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니 영혼없이 고생했다는 말을 나에게
던지고
사라졌다.
아침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으니 영혼없이 한 말은 아니라는 걸 안다. 남편의 한 마디에 가슴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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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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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튼튼 김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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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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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는 아들, 깜찍한 딸을 키우는 초딩 남매 엄마 / 새벽기상, 글쓰기, 독서를 좋아하는 엄마 / 놀라운 기적을 만드는 <미라클 모닝의 힘> 출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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