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4.내 삶을 좀 먹는 비교, 페이스북과 이별

새벽기상이 밀어낸 네번째 강박

by 멘탈튼튼 김프리


자기 자신의 단점은 등 뒤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의 단점은 너무 잘 발견하지만 정작 내가 고치고 버려야 할 단점들은 눈에 잘 안보여요.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면 장점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단점이 큰 방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굉장히 지루해요. 이것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삶의 변화는 더 늦어집니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변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저는 자존감이 높고 자존심이 사람입니다.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인데요. 스스로에 대한 기준도 높고 타인을 평가하는 기준도 꽤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경쟁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대단한 내공을 지닌 소유자들이 많아요. 그런데 기준이 높은 게 꼭 좋지만은 않아요. 꽤 잘하고 있지만 내 스스로 만족하는 법이 없고, 잘 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제 자신이 초라해지거든요. 비교하는 대상과 제 능력의 갭차이가 상당히 크다보니 늘 이유없는 1패를 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일상을 살아갑니다.


제 주변엔 저와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경력에 비슷한 일을 하는 지인들이 꽤 있어요. 아이가 있는 지인도 있고 아이가 없는 지인도 있지요. 저와 별로 다르지 않은 그녀들이 밖에 나가 외부활동을 너무나 자유롭게 하고, 밤 늦게까지 듣고 싶은 교육을 듣거나 모임에 나가는 사진을 보면 저는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독박육아였어요. 그래서 직장을 다니는 것도 늘 힘에 부쳤고, 일을 하러 외부로 나가려면 두 아이들을 맡길 곳을 전투적으로 찾아야 했어요. 너무 좋은 조건이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았지만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사업제안 미팅 자체를 거절한 적도 많고 좋은 제안을 받아도 제가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서 대부분의 일을 지인에게 소개해줬어요. 제 능력이 안되서 포기했다면 서운한 마음이 덜했겠지만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였어요.


이것도 참 이상한 것이 다른 사람 SNS에서 명품이나 호텔에서 고급진 브런치를 즐기는 사진에는 그다지 질투를 느끼지 않아요. 요즘 말로 기가 막히게 플렉스*(FLEX)를 한들, 저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지인들의 사회적 영역이 넓어지거나, 무언가를 성취하는 소식을 듣게 되면 혈압이 오르락 내리락 요동을 치고 마음 속에서 억울한 마음이 계속 올라왔어요.


지금 제 삶도 그리 나쁜 삶이 아닌데도 남과 비교를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짜증이 나고 저를 도와주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미웠어요. 특히 남편에 대한 원망이 점점 커져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페이스북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관리하고 있는 몇 개의 SNS 채널 중 페이스북만 정리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그 날도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했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었는데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sns의 생활화로 언제나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이 현대인을 더욱 좌절하게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친구의 근황을 보며 질투하고 수시로 울리는 카톡 알림과 채팅방에 매달리는 일상은 너무 얕고 자극적이서 마음의 병을 불러드리기 쉽다.
내 인생은 롱테이크, 무편집본,
지루하고 구질구질하다.
다른 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SNS로 보여지는 삶은 단편적인 삶. 365일 어질러져 있는 집을 12월 31일에 딱 한 번 치웠고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 페이스북에 깨끗한 집을 찍은 그 사진을 업로드합니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우리 집,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행복한 집, 아이들 등원 뒤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마음이 녹는다"라고.

364일 내내 전쟁통이었을텐데도 그 한 장의 사진은 정신없는 364일의 모든 어지러움을 날려버립니다. 편집되기 전의 이야기, 생략되기 전의 과정, 보정되기 전의 모습들을 알 수가 없고 보이는 게 전부입니다. 나는 오늘도 구질구질하고 내일도 구질구질할 예정인데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빛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죠. 삶은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아니라는 것을요. 놓아둔 꽃병의 위치는 수시로 바뀌고 심지어 깨져서 어질러지기도 합니다. 호텔처럼 수건을 잘 개어둬봐야 샤워 후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잘 정리된 고급 식기들이라고 해도 음식을 담은 후 누군가는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매일 정장을 입고 풀 메이크업을 하는 삶을 살 수도 없구요. 다른 사람도 일이 없으면 집에서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참치 캔에 조미김으로 대충 식사를 떼우며, 하이힐이 아닌 삼선 슬리퍼를 신고 마트에 가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고 살면 우리의 삶이 너무 괴로워져요.


그래서 저는 페이스북을 끊었어요. 솔직히 말해 페이스북만 끊었어요. 다른 SNS는 괜찮은데 유독 페이스북이 저의 자존감을 확 끌어 내린다는 걸 발견했어요. 페이스북만 보면 지금 내 삶도 충분히 행복한데도 자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온라인 친구의 삶은 내 인생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페이스북 하나를 끊었더니 시끄러웠던 속이 잠잠해졌고 불안감이 사라졌어요.



물론 SNS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지요. 소통의 재미가 목적이라면 SNS 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어요. 하지만 소통의 재미로 시작한 SNS가 질투를 유발하고 자존감을 끌어내린다면, 편집되고 보정된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좌절감을 느낀다면 당장 SNS 어플을 삭제하셔도 좋아요. 다른 사람의 인생만 멋져 보이고 내 현실은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차라리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게 낫답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에겐 미안하지만 4,000명이 넘는 저의 페친들과 수년째 떨여져 지내도 제 인생은 문제가 없네요. 그 수천 명 중 제가 진심으로 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직접 연락이 올테니 전혀 서운하지 않네요. 그들 역시도 온라인 친구 하나 없다고 속상해하지 않아요. 저는 이미 차고 넘치게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고, 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새벽에 만난 책 한권, 책 속에서 읽었던 문장들이 제가 보지 못했던 제 단점과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자극을 준 덕분에 저는 이제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지 않아요. 예전에 알고 지냈던 사이이지만 그들의 사진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면 그들의 계정을 제 눈에 보이지 않게 숨기거나 삭제하기도 합니다. 저와 인연이 닿았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지만 제 마음은 SNS 게시물의 좋아요 대신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표현 가능하니까요.

미국의 전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비교는 곧 도둑과 같다. 비교는 늘 우리에게서 행복을 훔쳐간다>라고 말했어요. 단지 다른 삶의 일상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이 어지러워져 꽤 잘 지내고 있는 내 삶이 한없이 초라하고 하찮아 보인다면 다른 사람 일상 대신 사랑하는 가족의 일상, 내 아이의 일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요? 남의 SNS를 볼 시간에 내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03. 화려하고 헛된 꿈에서 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