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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산책 단상, 엄마의 말이 아이의 꿈을 완성시킨다.

by 멘탈튼튼 김프리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봅니다. 아이들과 24시간 있다보니 체력이 많이 딸려서 그런가 밤 10시만 되면 졸리고 피곤합니다. 아무래도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많은가봅니다.


자가격리중인 7살, 10살 두 아이들과 밀착하고 있는 이 시간, 이 아이들이 신생아였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제가 머무는 공간과 시간만 정지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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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참 생각이 참 많은 요즘입니다.


어릴 때는 나 하나만 잘하면 됐으니 뭔가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냥 밀고 나가는 뚝심과 끈기만 있으면 충분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여러가지 변수가 많이 생깁니다.


나만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저에게 우호적이면 참 좋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나이 40이 다 되어 진로고민을 하면서 친정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 어릴 적 제가 노래할 때 엄마는 저에게 큰 응원을 보내지는 않았어요. 이 부분은 친정엄마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만해라, 몇 번이고 도전을 하는거니, 너 목소리는 허스키해서 그다지 매력이 없다, 하여튼 너는 참 대단하다, 그렇게 가지 말라고 해도 지 혼자 좋다고 그렇게 다닙니다, 가수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 등등 저에게 기운 빠지는 소리를 많이 하셨어요.


물론 그게 일부러 저 기운빠지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였다는 것을 압니다만, 제가 꿈을 접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오랫동안 이런 말들이 제 안에 쌓이고 쌓여 저를 단념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엄마도 외할머니에게 칭찬과 응원을 들지 못하고 자라서 저한테 하는 많은 말들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드네요. 왜 엄마의 말을 신경썼을까. 고작 20살이었는데 그냥 하고 싶으면 해버리면 그만인 것을, 왜 엄마의 말들을 떠올리며 재능이 없고, 너무 늦었고, 안된다고 생각했고, 노래하는 사람으로 밥 벌어 먹고 살지 못할거라 생각했는지 후회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해보면 뭐라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고 계실겁니다만, 너무 오래 접어버린 꿈, 이미 재능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재능이 되어버렸고 열정이 사라져버렸지요. 그래도 계속 미련이 남습니다. 미련이 남으면 후회가 생기니 뭐라도 해서 꼭 털어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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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운동을 꽤 잘하지만 프로가 될만한 재능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아들이 좋아하니 FC 다니는 것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희 친정엄마처럼 아들과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더라구요.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길이 얼마나 험하냐, 경쟁에서 지면 프로팀에 못 들어가면 밥벌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 말고 다른 운동도 좀 해봐라 등등


아들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인 제가요.


하다가 본인이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알아서 그만 둘테고, 커 가는 과정에서 다른 길을 찾아 진로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고, 축구를 계속해서 운동 관련된 일이나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요 몇일 집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게 답답해서 밤에 자전거를 타고 단지 안을 산책했습니다. 아이들과 가까이 있다보니 나는 어떤 엄마인가, 닮고 싶은 엄마인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엄마 때문에 제 꿈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엄마의 영향이 굉장히 컸습니다. 제 아들은 엄마 덕분에 꿈을 이룬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아들에게 조건없는 응원을 보내겠다 약속합니다. 생각없이 던지는 말로 아이의 꿈을 좌절시키지 않겠습니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기왕 하는 말, 아이를 살리고 저도 살리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마흔이 다 되어서 제 2의 진로 고민을 하는 저에게도 힘을 북돋는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다짐합니다.


그 좋아하는 노래도 계속 불러야겠습니다.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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