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속으로 멋지게 들어가기
각자의 또래집단으로 들어가는 중
초등 1학년. 학교와 태권도가 끝나면 집에 머물렀다.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놀이터 나가는 게 전부였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학원이나 공부방에 가 있어서 친구를 우연히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41세 육아맘. 아이들이 등교하면 운동복을 입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체육관에 갔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나이 또래의 엄마들이었고 1시간의 격한 유산소가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나 역시도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집에 머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딸과 나에겐 타인과의 놀이와 소통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딸에겐 TV와 유튜브가 있었고 나에겐 책과 컴퓨터가 있었으니 그리 심심하지 않게 잉여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딸도 나도 세상 속 사람들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놀이가 부족한 딸은 체중이 점점 늘어났고 어른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나는 익숙한 것 안에만 머무려는 닫힌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딸에게 키즈폰을 선물했고 나에게는 또래들이 모인 지역 자기계발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을 정보를 선물했다.
우리 둘에게 새로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수단이 만들어지니 딸 아이는 하루종일 친구들과 연락하고 오후 내내 밖에 나가 뛰어논다. 나 역시도 오프라인 모임과 북클럽 참여를 위해 새로운 단톡방에 합류했고 색다른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간다. 계기가 생기니 집 밖으로의 외출이 신선하다. 내 움직임이 닿는 모든 것이 새롭다.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서 땀에 젖은 머리로 집에 들어오는 딸. 놀이터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 덕분에 하루가 다채로워졌을 딸. 새로운 인간관계가 확장되며 낯선 것을 즐거운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는 나.
남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던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서로 조금씩만 기대면서 나름의 하루를 보내는 독립의 시간이 온 듯 하다. 나의 영역과 딸의 영역이 점점 분리되서 커지는 시기가 천천히 왔다. 맞다. 우리에겐 각자의 또래집단이 필요했다. 우린 모두 각자의 세상으로 멋지게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