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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튼튼 김프리 Nov 24. 2023

프로 미라클 모닝러의 사라진 목요일 아침

나와 맞지 않는 타인에 대한 두서없는 생각 정리

나의 아침은 어느 누군가의 아침과는 닮아 있고, 또 어느 누군가의 아침과는 사뭇 다르다. 일찍 일어나 긍정일기 쓰고, 독서하고, 글을 쓰는 삶을 산 지 5년째. 아이들이 등교하면 산더미 같은 책들과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향해 아이들이 올 때까지 또 읽고 또 쓴다.


하루 중 혼자일 때가 많지만 딱히 심심하지 않고, 할 일이 있다 한 들 그렇게 바쁘지도 않다.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말할 사람이 없으니 글을 쓰는지도 모를 일이다만  나의 아침은 독서, 글쓰기, 운동으로 채워진다.


어느 지인은 밤에 아이들을 재워놓고 새벽 1~2시까지 혼자 논다고 한다. 혼술을 하거나 드라마를 기도 하고, 필요한 것들을 쇼핑하고 SNS를 하다가 잠든다고 한다. 아침엔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9시부터 11시까지 꿀잠을 잔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 혼자만의 잠에 빠져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나의 아침을 사랑한다. 살아있다면 당연하게 맞이하는 아침을 혐오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모두들 이렇게 저렇게 각자 나름대로의 시간을 살고, 그 다름을 인정하기에 주변 이들에게 미라클 모닝을 권한 적이 없다. 미라클 모닝이 필요한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 흥미나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내가 좋은 무언가를 설득하는 일은 오래전에 그만두었다.


그래서 이번주 나의 아침은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웠다. 책도 3권이나 읽고, 매일 블로그 글쓰기도 빼놓지 않았다. 여유 있는 시간 사이사이 운동을 했고, 남는 시간 없이 알뜰한 아침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주 목요일은 미라클 모닝이 없다. 전 날 새벽까지 지인의 집에서 맥주를 마셨기 때문이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요 근래에 생긴 고민거리 때문에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길어졌다. 지인의 짧은 질문에 나는 대답을 길게 했다.


대화의 주제는 나와 맞지 않는 타인. 누가 맞고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쓸데없이 빠른 내 눈치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빨리 알아채버린다. 독심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상대방의 세속적인 욕망을 인지하는 순간, 내 모든 세포들은 그로부터 도망치라고 쉴 새 없이 외쳐댄다.


이 조용한 외침을 들은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불편함을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낸다. 대부분 잘 감췄고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번엔  들키고 말았다. 함께 하는 저녁식사 동안 지인은 나의 불편함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어 할 거라 예상했고, 질문에 휘둘리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지만 술은 내 의지를 가볍게 무너뜨렸다.


그래서 목요일에 남은 건 해장 사진 뿐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 자리는 길어질 거라 예상했으니 목요일 아침은 무조건 자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서도 속마음을 들켜버린 무거운 마음이 털어지지가 않아 오후 12시까지 늘어져라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났지만 마음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배가 고플 뿐이었다.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먹고 싶어 집 앞 분식집으로 향했다. 해장엔 라면과 김밥 만한 게 없다. 속이 쓰리지도 머리가 아프지도 목이 마르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열심히 읽고 쓰다가 혼밥을 하러 온 사람처럼 차분히 앉아 천천히 배를 채웠다.


푹 자기로 마음먹고 계획대로 실천했더니 괜히 뿌듯했다. 남 좋으라고 하는 미라클 모닝이 아니고, 내가 내 시간을 내가 의도한 대로 쓰는 것이 당연한 건데 새벽기상을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는 이유로 가끔은 죄책감과 창피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루 쉬고 다시 시작

목요일을 잘 쉰 덕분에 금요일 아침엔 알람 없이 눈이 번쩍 떠졌다. 오늘 아침엔 월, 화, 수요일에 지켰던 루틴을 그대로 했다. 긍정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 어제 안 했다고 실패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잘 안다. 오늘부터 1일이면 어떠한가? 살아가는 데에 큰 문제가 안된다.



여전히 내 안에는 나와 맞지 않는 타인에 대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무엇이 맞지 않는지도 구체적으로 찾지 못했다. 상대방의 어떤 말과 행동이 나의 어딘가를 불편하게 하는지를 꼭 찾고 싶은데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속마음을 글로 써봐도 도대체 모르겠다.


나 역시도 이유도 모른 채 지인에게 <너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은 적이 꽤 있다. 맞지 않는다는 것이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맞지 않는 사람에게도 배울 점은 존재하고,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특정 메시지에 반응하는 나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꼭 알아내고 싶다. 어디에 있는 어떤 부분이 움찔하는 것인지를 꼭 이해하고 싶다.


사라진 목요일의 아침에 나에게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앞으로 맞이할 수많은 아침동안 나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볼 작정이다.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부분이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일 수도 있다. 자극으로부터 나를 보호할지, 아니면 약한 부분을 튼튼하게 만들지를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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