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성부력]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다. 며칠 뒤 <마음의 부력>이라는 소설을 접하게 된다.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 글은 소설에 대한 구체적인 리뷰라기보다는 소설을 읽고 내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본 것이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건 [동시성의 법칙]이다. 왜 갑자기 [부력]이란 단어가 내 맘에서 떠오르고 그리고 외부에서도 흘러와 내게 달라붙은 것일까? 동시성의 법칙에 따르면 분명 나에게 부력이라는 단어를 유추할 만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하나는 가족에 관한 것이다. 이 소설은 죽은 형과 자신 그리고 그 둘 위에 존재하는 어머니와의 삼각관계에 따른 사랑의 부채감과 죄책감에 관한 내용이다. 신학을 전공한 이승우 작가님은 성경에서 리브가와 에서와 야곱의 이야기를 가져와 대입한다. 소설을 읽는 나는 우리 가족을 가져와 대입한다.
나에게 쌍둥이 남동생들이 있다. 하나는 어릴 때 큰어머니 가정에서 자랐고 다른 하나는 엄마 아빠와 살면서 자랐다. 다 자라고 난 후 예견되는 스토리와는 달리 다른 집에서 자란 아이는 평범해지고 우리 집에서 자란 아이는 집안의 아픈 손가락이 되어갔다. 그리고 서로는 자신이 상대방보다 덜 사랑받았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이 소설의 구조와 비슷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을 더 받은 사람이 덜 받은 사람에 대해 아무 잘못 없이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제 손으로 사본적 없는 뜬금없는 이상문학상 대상 작품 속에서 우리 집 이야기를 보게 된다. 삶은 살아내느라 서로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애써 덤덤하게 무관심했던 형제들이 내 마음에서 부력이 강해지며 떠오른다. 소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맥락을 가진 가족 이야기이다. 제목이 너무나도 나를 저미게 한다. 더군다나 나는 그 둘보다도 더 사랑을 받았기에 그 부채감의 무게가 더해온다. 나뿐 아니라 모든 가족들에게 존재하는 기울어진 사랑의 이야기이다.
또 하나는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이즈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이것 또한 내 마음속 부력이다. 아무리 누르려해도 다시 떠오른다.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느냐 천천히 시작하느냐 가지고 매일 밤 씨름을 한다.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꿈이란 이름의 부력이다. 10년 전부터 꿈꾸던 작가의 길은 이제 순식간에 물 위로 떠올라버렸다. 더 이상 눌러서 감춰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나를 잡아당기는 삶의 중력도 만만치가 않다. 일 속에서만 존재하며 살아온 습관 그리고 같이 살아갈 이들이 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부력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아니 고집할 수도 있다. 사실은 내가 결정할 일이다. 그래서 고민은 깊어진다.
좋은 소설 하나가 나에게 고민의 모습으로 가장한 사유 거리를 이리 많이 던져준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괴롭다거나 힘들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내 삶이 밑에서부터 차오른다는 느낌이 오히려 강하다. 행복은 몰입에서 온다는 말을 나는 철저히 믿는 편이다. 내가 피디 생활을 하면서 몰입했던 순간들은 돌이켜보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행복했고 스스로 빛났던 순간들이었다는 것을 안다. 또 다른 몰입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 온다.
이상문학상의 대상 작품은 내가 감히 이렇다 저렇다 평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훌륭한 작품은 뜨내기 같은 나도 붙잡아 앉혀 생각하게끔 해준다는 감상이 있을 뿐이다. 또한 깊이 생각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싶을 만큼 깊어지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한다. 40년을 소설만 써오면서 자신은 같은 일만 반복하는 [사무원]이라고 말하는 이승우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40년 뒤처진 내 발걸음을 조심스레 떼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