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금붕어의 완전한 사랑법 2

소설 오 마이 베이비

by 박지아피디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이제 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아!!! 오늘이 4월 4일이었구나.

우리 민족이 싫어하는 죽을 4자가 두 개나 겹친 날이라 그런가? 난 오늘 바보 같은 짓을, 아니 두 번 죽어 마땅한 짓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오늘의 운세]

2010년 4월 4일 일요일 돼지띠

대인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으니!

몸을 게을리하여 오늘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말고

오늘을 적극 활용하면 인간관계가 공고히 다져지니

후일에 크게 웃을 일이 있다

오늘을 반드시~~ 활용하라


어제 캔디랑 대화하다가 진리를 깨달았다.

그러니 난 더 이상 <미저리> 짓 안 할 거다. 깨달았으면 당연히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난 오늘 그 아이를 다시 붙잡으러 가는 게 아니다.

다시 애인이나 친구를 요구하러 가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날 <친한 누나>처럼 편하게 생각하라 말하러 가는 거다.


인터넷에서 친절하게도 무료로 제공해주는 오늘의 운세에서는 전국 5백만 돼지띠들에게... “대인관계 완전히 좋으니 오늘을 놓치지 말고 반드시 적극 활용하라” 했다.

그래 용기를 내자.

언제나 뭔가 기분이 찝찝하면서도 그 기분 무시하고 뭔가를 저지르고 나서 항상 후회하긴 했지만 오늘은 대인관계가 좋다잖아...

적극 활용하래잖아?...


그래 오늘은 모든 신들이 축복해 주는 행운의 날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인간관계로 후일 크게 웃을 일이 있다잖아.


그래! 그러고 보니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 아이의 부모님께서는 반드시 아침 일찍부터 교회에 가셨을 것이다. 그 아이는 대체로 일요일에는 집에 있으니까 분명 혼자 집에 있을 것이다. 뭐 요새는 일요일이 아니어도 일을 잠깐 쉬는 중이라 평일에도 집에 있긴 하지만...

그러나 돌잡이인 조카 아기를 데리고 최근 둘째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요즘 들어 친정 나들이가 부쩍 잦아졌다는 누나가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그 누나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친정 부모님이 다 교회 가셔서 하루 종일 집에 안 계시고, 무뚝뚝한 남동생 하나만 덜렁 있어 잘못하면 점심에 라면이라도 끓여 줘야 되는 수발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돌잡이 아기를 데리고 임신한 무거운 몸으로,,,??

거의 산 중턱에 있어 삼백 미터 오르막이 하늘로 치솟는 높은 곳에 위치한 4층짜리 빌라에,,,???

엘리베이터도 없이 3층인 201호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반 지하 일층이 B1이란 이름으로 있어서 3층이 201호인 빌라임-나도 빌라 건물 안에 오늘 처음으로 들어가 보고서야 알게 됐다)


나라면 절대 안 간다. 오늘 그런 친정집에 와 있을 리~가 없다.

물론 그 아이에게 들은 바로는 그 매형이 아주 돈 많은 젊은 남편이라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귀여운 자기 아들을 벤츠 SUV로~ 친정까지...

아무리 가파른 오르막이라도 벤츠 때문에 별무리 없이, 친절하게 태워 줬을 수는 있지만...


대체로 결혼 한 한 일이 년 지나면 누가 그렇게 남편들이 계속해서 자상한가? 다 잡아놓은 물고기에 밥 주는 격이지...


그러고 보니 오늘의 운세대로 인간관계를 적극 활용하라는 말이 이 완벽한 물리적인 환경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나의 인간관계라는 것은 (지극히 사무적이고 일상적인 인간관계를 제외하고는) 정신적으로는 거의 99%가 그 아이니까...

적극 활용하라는 말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여 그 아이의 집으로 찾아가서 적극적인 마인드로 작금의 이 답답한 나의 인간관계를 좌우지간 적극적으로 원만하게 되돌리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도 이래저래 용기 나지 않는 마음을 어르고 달래 봤다. 집에 찾아간다는 것은 혹여 라도 그냥 적극적이 아닌 과도하게 적극적인 것은 아닐까?


하지만...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의 슬기로운 지혜로 전해 내려오는 정확한 데이터베이스인 오늘의 운세라는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 삼아 다시 스스로를 설득했다.


정말 어지간히 정확하지 않고서야 총 열두 마리에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략 육천만 명이라 가정했을 때...

나눠보면 동물 한 마리당 거의 5백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 인생과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오늘의 운세가...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주요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들에 버젓이 날 리가 없잖은가?


비적비적 옷 방에 가서 옷을 입는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집엔 그 아이가 도와줘서 이사 왔다. 뭐 보증금도 당연히 나 혼자 사는 내 집이니까 내가 냈고 이사도 이사센터 아저씨들이 포장에서 정리 청소 배선까지 내 맘에 쏙~들게 다 해주셨다. 그러나 이사는 그 자체로 굉장한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작업이다. 그 아이는 그런 내 곁에 있어줬다. 이사하는 사람의 옆에 있어준다는 것은 이사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안 구석구석 그 아이의 모습이 더 느껴진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커다란 드레스 룸 한방 삼면 가득히 걸려있는 옷들 중엔 명품들도 있고 예쁜 옷들도 꽤 많아 보이는데 마땅히 걸치고

나갈 옷이 없다. 한때는 패셔너블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2년 전부터 10kg나 붙은 살은 나를 홈쇼핑 마니아로 만들어 놨다.


77 사이즈이면서도 검은색이 아닌 핑크나 초록색의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사은품까지 줘가면서 파는, 시간제한이란 게 있어 승부욕을 건드려 광분하고 중독 되게 만드는 홈쇼핑...

특히 나 같은 77 사이즈의 여자들은 핑크색이나 그 외 컬러풀한 옷들을 살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제품을 막론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매진되곤 한다.


거울을 보았다. 와우!! 진짜~진짜 이게 내 모습이 맞나? 얼마나 살이 쪘는지 곧 터질 것 같은 얼굴에 붓기까지.. 홈쇼핑에서 익숙한 솜씨로 구입한 77 사이즈 오렌지색 점퍼를 걸쳐놓으니 영락없는 아줌마였다.

이 모습을 그 아이는 4개월 동안이나 참아주며 날 예뻐해 줬던 건가?

내가 남자라도 이 모습은 매력적이진 않다.

전혀, 전혀...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면서 그 아이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우리 집에서 나갈 때 난 언제나 현관문을 빼 꼼이 열고 집으로 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쳐다보곤 했다. 그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복도 끝에서 좌회전하기 직전에 역시 돌아보지 않은 채로 오른손을 번쩍 들어 보인다. 꺄아악~~~ 그 멋진 모습이라니...


무려 184cm에 달하는 늘씬한 키와 서해대교처럼 쫙 뻗은 다리...

그래서 중학교 때는 펜싱 선수로 뽑힐 수밖에 없었던... 또 그것을 증명해 주듯 하계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는 펜싱선수들의 그 올라붙은 엉덩이... 측면에서 보면 어깨가 약간 동그랗게 말린 것이 도무지가 정우성과 구분이 안 되는~ 외국어로 "아리가또” 몸매다.


저 멀리 정면에서 보면 <지붕 뚫고 하이킥>의 광수 머리랑 똑같은 파마머리라 광수로 오해받을 수도 있는....

가까이서 보면 당근 정우성과 싱크로율 90%이고...

난 설렌다. 여고생이 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뭐 저렇게 멋진

녀석이 다 있나?

으이~구~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아이고~ 저분이 내 남친이라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며 그 아이가 탄 엘리베이터 소리가 띵하고 울릴 때까지 현관문을 닫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오란 말도 없었고 오지 말란 얘기도 없었다. 뭐~전화통화가 안되니 말이다.

사실 가면... 백 만인이 생각해도 가면 절대~ 절대 안 되는...

그 아이의 집에 지금 가려하고 있다..


지하 2층 입주민 전용 주차장에는 이틀 동안 바깥바람 한번 쐬어보지 못한 노란 스포츠카 사브 saab 930 convertible이 리모컨에 반응한다.

삐이익 삑--

그 소리는 예전에 그 아이를 데리러 갈 때나 집에다 데려다줄 때 내던 경쾌한 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세 달 전에 산 노란 사브 컨버터블 스포츠카는 나에게 사브 베이비란 애칭으로 불렸고 그 아이는 나에게 그냥 ‘베이비’라 불렸다.


이 후로는 ‘그 아이’를 ‘베이비’라 칭하겠다.


노란 사브 베이비가 예쁜 헤드라이트 눈으로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가지 마세요 주인님 이건 아니잖아요... 지금 베이비의 집에 가면 안 된다는 거 아시잖아요!!!” 하며 램프 속의 지니처럼 나에게 절규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안다. 내 깊은 무의식은 안다. 내가 알면서도 애써 나에게 모른척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천만인이 말려도... 하나님이 말려도...

난 이 사브 베이비를 타고 나의 베이비의 집에 결국 가고 말 것 이란 것도 나는........ 너무 안다.

‘오늘의 운세’라는 진리에 가까운 강력한 과학적 근거가 있으므로...

2010년 4월 4일... 정말 오랜만에 날씨 좋은 4월의 첫 일요일이다.

나의 베이비를 만나려면 시간도 그리고 용기도 많이 필요할 것 같아 큰 주황색 종이컵(요즘 청담동 된장녀 들한테 필수 아이템이라며 친구가 마포의 된장녀인 나에게 한 줄 사다 줬다)에 맥심 모커골드 커피 믹스를 세 개나 따서 뜨거운 물을 부어 가지고 나왔다.


노란 컨버터블 스포츠카에 샤넬 썬 글라스를 쓰고 커피까지 원터치 컵 홀더에 끼우고 힙합그룹“이지 라이프 ez-life” 의 음악을 들으며 신호대기에 서있는 나를 누군가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서대문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신호대기 중인 내차 옆 차선에 서있는 버스에 탄, 버스라서 높아서 창문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한 고등학생은 내가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곁눈질로 느낀 내 느낌은 그랬다. 마치 즐거운 주말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운 좋은 여자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나라도 그렇게 봤을 것 같다.

그러나 그 고등학생도 나도 몰랐다. 한 시간 뒤에 내가 겪을 일에 대해... 3화에서 계속



<2> Kissing A Fool

아티스트 : George Michael(조지 마이클)

가사 발췌 (및 의역) : 피디 베이비~

You are far When I could have been your star

You listened to people Who scared you to death, and from my heary

베이비는 이제 내게 너무 먼 사람이에요

베이비의 연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베이비는 사람들 말(사람들이 그동안 가진 생각들에) 귀를 기울여(익숙해져) 너무 겁을 먹고 내 마음에서 멀어진 거예요

People, You can never change the way they feel

Better let them do just what they will, For they will, If you let them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어요. 뭘 하든 내버려 두세요 그들은 맘대로 할 테니까요 (내가~베이비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잖아요)

Steal your heart from you People, will always make a lover fell a fool

But you knew I love you We could have shown them all

We should have seen love through

베이비의 마음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 따위에 뺏긴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바보라고 느끼도록 만들어 버려요 하지만 나의 사랑은 그대도 알잖아요.

우리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어요

Fooled me with the tears in your eyes Covered me with kisses and lies

So goodbye But please don''t take my heart

그대는 눈가에 맺힌 눈물로 날 속이고 (베이비가 속인 건 아니지만 눈물로 날 감동시켰지~) 키스와 술 취한 과장된 말들로 날 포근히 감싸 줬죠~

이제 떠나세요~ 하지만 내가 베이비를 사랑하는 마음은 가져가진 마세요

(베이비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냥 나 찌롱이가 영원히 가질게요)

Strange that I was wrong enough To think you''d love me too

I guess you were kissing a fool You must have been kissing a fool

베이비도 날 사랑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거였나 봐요

베이비는 아무것도 판단 못하는 바보 찌롱이에게 키스하고 있었나 봐요

바보 같은 사람을 사랑한 게 틀림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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