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그리고 생활의 달인

예능 전쟁터 25년 참전기 19

by 박지아피디

● 코로나, 자영업자, 생활의 달인

그리고 <달자의 봄>


그 전에는 주로 방송국에서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다.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하면 맡아서 연출 및 제작을 했다. 2006년 처음 <서바이벌 독서 퀴즈왕>을 자체 기획 제작한 이 후로 프로그램 기획을 참 많이도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했고 지금까지도 기획은 늘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 해에는 [랄랄라 온]에서 유독 프로그램 론칭을 많이 했다.


그 해는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만큼 기획이 잘 되었다. 무려 4개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감이 잘 안 오시겠지만 일 년에 네 개의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것은 요즘의 나영석 피디 정도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유명스타 피디에게 슬쩍 궁둥이 디밀어본다.


그런데 그해에는 희한하게 기획하는 족족 론칭이 되었고 론칭하는 족족 말아먹었다. 첫째는 박진희, 박성광 전현무와 함께하는 TVN 리사이클 프로그램, 둘째는 <영자의 전성시대>, 세 번째는 전유성. 이경실 그리고 한의사 이경제 님과 함께한 <맛집 사장님은 어디서 외식할까?> 그리고 마지막은 생활의 달인 여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달자의 봄>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중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은 <달자의 봄>이다. 물론 내가 기획한 모든 프로그램들은 다 잘되기 바랐지만 <달자의 봄>은 정말 오래오래 하고 싶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서 달인의 수준이 된 여성들의 생활을 다큐처럼 촬영하고 그분에게 하루의 휴가를 준비해 드린다. 그리고 가장 예쁜 옷(평소 절대 입을 수 없는 드레스 종류)과 메이크업을 해드리고 사진도 찍어 드리면서 그분의 인생에 대해 인터뷰하는 내용이었다. 이 분들을 [달자]라 칭했다.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했던 나는 <달자의 봄>이 너무 좋았다. 남대문에서 백반 나르기의 달인, 구두 닦기의 달인, 칼국수의 달인 등 다양한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노하우로 묵묵히 삶을 살아가시는 순박한 분들이었다.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촬영을 해 드리면 너무 좋아하셨다. 인터뷰하면서 눈물도 많이 흘리셨다. 배우 강석우 씨와 개그맨 이경실 씨가 귀에 착착 붙고 정감 있게 내레이션 해 주셨다.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감동도 보람도 있었다.


비록 온갖 달인들과 각종 흥미로운 테스트를 하며 10년 동안 재미를 쌓아온 <생활의 달인>에 비해 너무 강도가 약하고 너무 감성적이라는 이유로 얼마 하진 못했다. 요즘은 뉴스를 틀 때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안타까운 상황들이 나온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때의 나도 하는 족족 되는 일이 없을 지금의 자영업자 분들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답답했다.


<달자의 봄>은 아직도 내가 기회만 된다면 꼭 다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일 코로나 뉴스를 본다. 실제로 우리 동네에서 내가 자주 가던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것도 보고 있다. 골목골목 어디선가 한숨을 쉬고 있을 우리들의 달인과 달자들에게 조금만 더 같이 힘을 내시자고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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