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금붕어의 완전한 사랑법 4

소설 오 마이 베이비

by 박지아피디

베이비랑 봤던 영화 <500일의 섬머>

영화는 재미는 있었지만 기대하던 방향으로의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감정적으로 불만스러워 투덜거렸다.

베이비는 재미보다는 감동을 받고 심지어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참 조~~~~은 영화다”라고 조선시대 도련님같이 말했다

“헤어진 사람에게는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영화야~”라고

“아~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였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는 영화”라고...

아주 함축적으로 웅얼거렸지만 난 그게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들었다.


그 당시 나는 베이비가 아주아주 좋아해 주는 여자 친구였다

그래서 베이비 자기 얘기 많이 들려주던 핑크빛 시절이었으니까...

헤어진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헤어진 이유를 몰라 못 잊고 있었던 베이비의 첫사랑을 말하는 걸 거다. 18살부터 10년 동안 사귀던 베이비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아~ 물론 나 만나기 이전 까지겠지.... 그랬으면~


아마 큰 문제도 없었는데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모른 채 - 물론 표면적 이유야 여자 집안의 반대였다지 아마 - 이별했으니 나의 베이비처럼 마음 여린 사람이 그 얼마나 힘들었겠나...


<500일의 서머>를 보고 내가 느낀 교훈과 베이비가 깨달음을 얻은 내용은 대충 이런 것 같다.

"슬퍼마라 베이비야... 니 제대로 된 짝이 아니니까 헤어지게 된 거다. 다 제짝이면 해피엔딩 되는 거고, 지짝 아니면 굿을 해도~ 안 맺어지는 법이니라.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과 잘 안 됐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하늘을 원망하지도 말거라.

지금 찰떡궁합 천생연분에 속궁합까지 끝내주는 진짜 네 짝이 지금 네 앞~에 있는 고 모퉁이만 돌면 바로 보이게 기다리고 서 있단다. 알겠느냐 착한 베이비야”


영화를 보고 나서 베이비가 그 이유를 안 것 같아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야호~~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 베이비가 첫사랑 잊고 나를 더 마음껏

좋아하겠네...?’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정말로... 베이비가 4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을 해결한 것이 베이비를 위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 4년이 지나고 나를 만나 거다. 베이비의 군대 동기이자 내 후배 피디인 준석이가 그러는데 여자 소개해준다 해도 절대 소개받지 않았다고

한다. 4년 내~내... 여자가 있는 자리라 하면 나오지도 않았단다. 춘향이 기다리며 수절하는 이몽룡 모냥...


베이비란 사랑을 나눌 때 가끔 그 여자 친구 얘기를 베이비 자신도 모르게 하곤 했었지...


그 첫사랑과는 하루에 열 번 이상 사랑을 나눈 적도 있다는 둥

사랑을 나누는 도중에 그녀의 안에서 죽지 않고 서고 또 섰다는 등등...

이런 건 절대 내가 물어보지 않았다. 이런 게 가능 하다는 건 꿈에도 몰랐다.

내가 너무 놀라니까 당황한 베이비가 “다 군대 있었을 때 얘기”란다.

그럼 이해해야지... 군바리들은 휴가 때밖에 시간이 없으니~ 집중했겠지. 다 그런 거지 뭐~ 쩝...


하지만 겉으로는 질투 내는 것처럼 말했다. 그래야 여자다운 맛이 있잖아~

“흥?!! 그럼 나랑은 그거보다 한 번 더 많이 해”

그땐 베이비가 너무 어리고 혈기왕성했으니까 그렇지... 뭐!

사실 하나도 완전 질투가 빵 퍼센트 안 난 건 아니었다.

아무리 지나간 연인이라 해도 질투를 조금은 느낄 수도 있는 거다.

그렇지만 난 십 년 동안이나 한 여자를 사랑했고 아직 그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남아있는 베이비가 너무 좋았다.


내가 들으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구체적인 말들을 베이비도 모르게 내뱉고야 마는, 그렇게 사랑과 잔정이 많은 베이비라서 더욱 사랑하고 아끼고픈 마음이 생겼다..


“그 여자를 왜 못 잊는 거야?”

“그럼 지금 베이비 앞에 있는 나는 뭐야?”

“난 나이 들어 불만이라는 거야?”

따위의 형이하학적인 질투를 애교 담뿍 담아 가끔 날려 보냈다.

가~끔이다~ 일부러 진짜 일부러... 였다 그래야 여자다운 맛이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나 자신도 정말 의아했다.

‘왜 그런 생각이 실제로는 안 드는 거지?’

‘실제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왜 질투가 안 나지?’

베이비의 모든 것이 이해되고 인정되는 완벽한 사랑이 내게도 찾아온 것 같아 너무 충만했다.

아직도 첫사랑을 못 잊는 착한 베이비를 보듬어 안고 존경의 느낌을 가지며 내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의 그 떨림...

그 순간은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 보는 완벽한 행복이었다.


베이비와의 130일은 꿈에서나 경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완벽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이 영원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아무튼 그 무려 무려 10년 동안이나 사귄 여자 친구가 “ 아버지가 반대하시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 했단다.

베이비는 “네가 얼마나 고민하고 하는 말이겠냐...” 하며 군말 없이 헤어져 줬단다. 그 뒤로 정말 쉬크하게 서로 한 번의 전화도 한통의 문자도 어떠한 수소문도 해볼 생각 없이 지금은 생사조차 모르는 사이가 됐다.


이러니 내가 시크한 그 테니스 공 아저씨가 베이비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난 10년도 10개월도 아닌 아슬아슬하게 100일 넘긴 사인데...




‘밑에서 기다릴게’라는 거의 고만고만 같은 내용의 문자를 여러 가지 번호를 이용해 보냈다.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내 번호가 베이비 실수의 의해 스팸번호로 저장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한 번은 중요한 클라이언트 번호가 나도 모르게 스팸 번호로 저장되어있어서 문자를 받지 못해서 아주 곤란한 일을 겪은 경험이 나도 실제로 있었다.

사십 분 넘게 기다렸으나 답장도 없고 내려오지도 않는 베이비...


혹시!~ 아!!! 맞다 맞다.

베이비가 핸드폰은 자기 방에 두고 거실에서 예능 프로 재방이라도 보고 있어 내 문자를 못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점잖은 베이비는 평소에도 웬만하면 핸드폰을 진동 모드로 해놓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 왜 <무한도전>이나 <무릎팍>, <1박 2일> 같은 예능 프로들은 조그맣게 틀어놓아도 강호동, 김종민 이런 사람들 때문에 굉장히 시끄럽잖나... 그러니 당연히 내 문자를 못 봤을 수밖에... 그래~ 그런 거다.


그렇다면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섣불리 행동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그동안 내 인생을 통 털어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책 없이 한 행동으로 잃은 경제적 인간적 손실들을 생각해 보라


그래서 다시 찬찬히 130일 동안 베이비와 나눈 대화에서 유추해낼 수 있는 모든 정보들을 취합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조합해 보았다. 그러나 이리저리 아무리 따져 봐도 오늘은 확실히 부모님이나 누나는 집에 없을 것이었다.


이렇듯 내가 꼼꼼해지고 조신해진 건 베이비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땡~큐 베이비~~


그렇다. 베이비가 혼자 집에 있기 때문에 혹여 내가 약속 없이 집에 찾아간다 하더라도 아주아주 그리 예의 없거나 몰상식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베이비가 혹시 나의 예정에 없는 방문에 놀랄까 봐 만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확실히 여러 가지 가능성을 유추해 봐도 베이비 혼자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온 것이다.”라는 말부터 다짜고짜 할 거다.


그럼 베이비도 ‘아 그래서 이렇게 초대도 없는 상태에서 불쑥 오게 된 거였군...’ 하고 흔쾌히 이해할 거다...

나는 모처럼 일요일에 단란하게 가족끼리 다 모여 쉬고 있고 그러는데 불쑥 찾아가서 초인종 누르고 사람들 놀래키고 그러는 무례한 사람이 절~대 절대 아니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아마 베이비도 알 걸...? 그동안의 나의 행실을 봐 왔으니 알지 않을까?? 5화에서 계속




<4> Starry Night

아티스트 : 김종서

가사 발췌 : 피디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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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뒤에 그냥 그런대로 나조차 잊었던 긴 이별 그 후

이런 나의 그 외로움 끝에 다가오는 그대 천천히

왠지 아직은 두려움뿐이야 나 많이 그댈 좋아하지만

이런 불안함 따뜻한 미소로 조용히 감싸 안아준 그대 ★★★★

다시 깨어 살아 있는 듯한 이 기분

아직 난 조금 자신 없지만

이미 내 안에 들어온 그대

이 밤 그대 그리울 뿐이야

내일 또 그대를 만나겠지만

이젠 하루가 너무 짧기만 해

그대가 내게 온 그 이후로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이 밤

지금껏 아껴온 말 사랑해

다시 깨어 살아 있는 듯한 이 기분

아직 난 조금 자신 없지만

이미 내 안에 들어온 그대

아픈 이별 후에 내게 온 사랑 두려웁지만

지금 이 순간 그대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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