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딩리더십
어젯밤의 일이었다.
딸아이 진로 문제로 남편과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눈 지 이미 며칠이 흘렀다. 내 성격은 솔직하고 급한 편이라 원하는 바를 바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스타일인 반면, 남편은 신중하고 차분하며 뭔가를 결정할 때는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는 성격이다. 남편은 가만히 있는 것 같고, 혼자만 급해서 이리저리 뛰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 문제라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었고, 남편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기야, 잠깐 이야기 좀 해. 지금 이 문제로 우리가 이야기 나눈 지가 꽤 됐는데 왜 자기 의견을 말 안 해주는 거야. 당신이 뭘 원하는지, 당신 생각은 어떤지 빨리 말해줘야 결정을 하지. 그냥 솔직하게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말해주면 되잖아."
.......
혼자 또 널뛰었다.
.......
시간이 지나고, 남편이 조용히 이야기를 건네 왔다.
"지수야. 내가 빨리 답을 안 하는 것 같아 답답했지. 생각을 좀 정리하고 말하고 싶었던 거 같아. 그리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왠지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면 더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제 정리가 좀 된 거 같아. 자세하게 이야기할게."
서로 이야기를 잘 나누었고, 최선의 결정도 내렸다. 무엇보다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었다.
조직과 팀 내에서 각자 처리해야 할 업무도 있지만, 함께 논의하고 협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공동의 업무가 많다.
이런 경우, 나 혼자 빨리하고 잘한다고 해서 혹은 빨리 끝낸다고 해서 일이 잘 진행되거나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어찌 됐던 동료와 함께 속도를 맞추고 서로 협력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협력을 이끄는 방법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전달하는 말과 행동을 잘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이런 부분을 해줘야..'식의 말투는 상대를 떠나게 한다. 상대방은 내 잘못인가? 나를 탓하나? 나를 비난하는 것 같은데.. 의 느낌을 받는다. 어젯밤 내가 전달한 방식은 전부다 '당신이 이렇게 해줘야~', '당신 생각을 빨리 말해줘야~'였다. 상대방은 추궁당하고, 본인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반면 '우리가 이 부분을 이렇게 하면~'식의 말투는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존중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 어젯밤 나는 '우리가 결정을 잘 내리기 위해선, 서로 솔직한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아.', '우리가 서로 원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좋을 거 같아.'로 바꿨어야 했다.
'당신'보다는 '우리'를 전달하자. 상대를 높이고 존중할 때 진심으로 함께 하고 싶은 '협력'이 일어난다.
이런 경험이 강의를 또 풍부하게 한다. 어제 강의에서 남편과의 이야기를 오픈했다. 있었던 일을 리얼하게 전달했다. 모두에게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
생텍쥐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