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극복하기

숨은 행복 찾기 (2016. 3. 21 / 옛 글을 들여다보며)

by 송지수

지난 주말은 이번 주 새롭게 진행되는 프로젝트 때문에 휴일을 반납하고 일을 해야 했다. 우선 가족에게 미안함이 컸다. 특히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주중에는 학교도 늦게 끝나고 학원도 새롭게 시작했기 때문에 맘껏 놀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말을 엄청나게 기대한다. 그런데 일요일을 커피숍에서 엄마는 일하고 아빠는 책 보고 자기는 수학 문제를 풀려고 하니 입이 댓 발로 튀어나올 수밖에... 일하는 내내 딸아이의 툴툴거리는 불만(?)에 집중도 안 되고 속도도 안 붙고 마음도 쓰여서 과감하게 일을 접었다.


“딸내미, 놀자! 우리 뭐할까?”


아이가 선택했다.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을 새롭게 뮤지컬로 만든 ‘미녀와 야수’ 영화였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가 보자고 해서 본 영화였는데, 시작과 동시에 푹 빠져들었다. 이미 줄거리도 다 아는 뻔한 내용인데, 보는 내내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엔딩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였다. 일을 접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모처럼 피로를 푸는 힐링 시간을 가졌다.


영화를 본 후에도 재미있는 여러 장면들이 문득문득 떠올라 기분을 좋게 했다. 그런데 모두가 재미있어하거나 감동적인 장면 외에 나에게 기억나는 좀 특별한 장면이 있었다. 야수는 겉보기엔 무섭고 강하지만 내면이 따뜻하고 함께하는 신하들을 믿고 사랑하는 인간미 있는 왕자다. 그런 야수가 친해진 벨에게 고민을 이야기한다. 신하들이 서로 신나게 떠들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본인이 다가가면 갑자기 조용해지고 적막이 흐른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신하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신하들 또한 왕자를 무지 좋아하고 신뢰한다. 뿐만 아니라 왕자가 겉보기엔 무섭고 무뚝뚝하지만 내면은 따뜻하다는 것도 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선 신하들이 외부의 침입에도 목숨을 걸고 왕자를 지키려고 하는 강한 충성도를 보여주기까지 얼마나 그를 믿고 따르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신나게 떠들다 왕자가 오면 조용해진다. 왕자는 그 분위기에 얼마나 끼고 싶었을까... 신하들은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데 다가오는 왕자를 어떻게 맞이해야 했을까... 아름다운 동화 속, 또 아주 옛날이야기 속에도 저랬구나...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있는 우리 직원들이 내가 다가갈 때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마 이번 주에 진행하는 리더십 트레이닝 과정에 몰입해있어서 그런지 그 장면이 유독 더 잘 보였다.


요즘 들어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환경도 급변하는 상황이다. 변동적이고 복잡하고 불확실성과 모호성 속에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속에 조직의 모습도 과거와는 참 많이 달라졌다. 조직 안에서도 여러 변화 중 가장 크게 겪고 있는 것은 어느 조직이나 위와 아래 ‘세대차이’ 속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직장 내 상사와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다룬 코너가 있다. 거기서 ‘꼰대’라는 말이 히트 치고 있다. ‘꼰대’는 기성세대를 뜻하는 은어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주장하는 것을 ‘꼰대질’한다고 말한다. 꼰대 부장과 직원은 서로 대화가 안된다. 직원은 부장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며 어이없어한다. 꼰대 부장이 곁에 오는 걸 싫어한고 피하고 싶어 한다. 부장 또한 밑에 직원이 하는 행동과 말에 뒷목 잡는다. 요즘의 직장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직원들 중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 (Millennial Generation)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의 구성은 밀레니얼 세대와 비 밀레니얼 세대로 양분화된다. 그 두 세대는 서로 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과거에는 회사를 위해 살고, 자신의 사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일에 몰두했다. 거기에 따른 보상에 만족하고 또 더 많은 일을 했다. 주어지는 일에 토 달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그냥 묵묵히 열심히 해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와 다르다. 이 일을 왜 시키는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회사에 어떤 부분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적극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한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다면 평생 일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안정감을 느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렇지 않다. 내가 하는 일에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면 더 이상 그 회사를 다닐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자기의 성장과 발전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일을 삶의 최우선으로 두지도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과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중시한다.

이 두 세대가 공존하는 직장에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불 보듯 뻔하다. 아무리 인간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야수처럼 멋진 리더라도 다가오면 대화가 힘들고 불편해진다. 그도 역시 같은 꼰대라고 생각하게 된다. 세대차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서로는 업무적 관계 외엔 일체 다른 소통은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서로의 관계는 더욱 어색해지고 힘들어진다. 그리고 점점 멀어지게 된다. 서로 악순환 고리는 강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리더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란 다른 사람들의 감정 상태와 행동 방식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이다. 상호 다름에 대해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우리와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공감 능력은 ‘다 좋은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지. 싫은 소리 하지 마. 요즘 그런 말 하면 큰일 나.’ 식의 무분별하고 흐리멍덩한 자세가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면 공감한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회사가 하는 일에 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기를 원하고, 나의 커리어 성장에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리더에게 지지와 인정을 받기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 식의 독단적인 강요는 그들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 서로 다른 사고와 감정을 가진 갈등의 상황에서 공감하는 능력은 마치 뿌연 미세먼지 속에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과 같다. 깨끗하고 깔끔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서로를 잘 들여다보고 이해하게 된다.

인재를 잘 끌어오고 다른 곳에 뺏기지 않고 잘 잡아두는 리더들을 보면 이 공감 능력이 탁월함을 볼 수 있다. 거기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를 더욱 발전시키는 능력을 보여준다. 세대차이가 아무리 나더라도 그 리더를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골프선수가 18홀을 돌면서 단 한 개의 골프채만 가지고 경기를 운영하지 않는다. 각 상황에 맞게 다른 채를 사용해서 원하는 곳에 공을 보낸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원을 대할 때 하나의 소통 방식으로 접근해선 협력을 이끌고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각각에 따라 다른 접근 방식으로 다가가는 공감 능력이 더욱더 필요하다.


- 오롯오롯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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