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행복 찾기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딸아이 친구 세 가정이 모여 함께 물놀이를 갔다. 오전 9시가 개장인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서둘러 8시쯤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찍 도착해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많은 인파를 뚫고 나름 널찍하고 좋은 평상을 차지했고 하루 종일 대가족이 먹을 음식들과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정리했다. 어른이 다섯에 아이들이 다섯, 총 10명이었다. 완전 대가족이다. 그러니 각자 챙겨 온 짐들도 장난 아니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고, 놀다 지치면 먹고, 재충전한 뒤 또 놀았다. 엄마들은 평상에 모여 모처럼 수다 떨고, 배고프면 먹고 또 수다를 떨었다. 모두 직장 맘들이어서 평소에 이렇게 편하게 모여 수다 떠는 게 쉽지 않았던 터라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빠들도 합류해서 같이 이야기하다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모처럼 요리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별일 없이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실컷 놀다 폐장시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저 쪽 풀장에서 우리 딸아이가 통곡을 하며 꺼억꺼억 우는 거였다. 남들이 보면 누가 돌아가셨나 할 정도로 울었다. 거기다 울면서 친구네 엄마에게 큰 소리로 대드는 모습이 보였다.
“제가 민선이 태우지 말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잖아요. 이 배는 정말 안 된다고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끼던 배인데 터지면 안 된다고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두 명이 타면 분명히 터진다고 여러 번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제 어떡해요. 배가 터져버렸다고요!”
딸아이가 거의 실성을 한 모습으로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아끼던 ‘곰돌이 푸우’ 고무보트가 터져 버린 거였다.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평상에 앉아있던 어른들 모두 한숨에 달려갔다. 순간 나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다. 기껏 고무보트가 터진 건데, 이렇게 버릇없게 어른에게 큰 소리로 따지듯 말하는 딸아이가 너무 창피했다. 그리고 고무보트를 터지게 한 동생과 어쩔 줄 몰라하는 친구 엄마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딸아이 손목을 세차게 잡고 끌어당겼다. 너무 화가 난 상태여서 나도 거의 이성을 잃었다. 아이를 강제로 끌고 저쪽으로 가는 데 갑자기 남편이 가로막았다. 딸아이와 나를 떼어 놓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건넸다.
“딴 거 신경 쓰지 말자. 지금부터 서진이만 생각해봐. 서진이가 그토록 아끼던, ‘살아있는 곰돌이 푸우’가 방금 죽은 거야. 서진이 앞에서 죽은 거야. 어떻겠어? 난 그 기분이 어떨지 이해가 간다. 저렇게 우는 거 당연한 거야. 그냥 서진에게 조금만 시간을 줘.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봐.”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편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강하게 꽂혔다. ‘살아있는 곰돌이 푸우가 방금 죽었다.’ 정말이지 순간 너무 이해가 잘되었다. 곰돌이 푸우는 아기 때부터 자기 분신처럼 좋아하는 딸아이만의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 말을 되뇌니, 딸아이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흥분했던 감정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진정이 되니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딸아이도 점차 감정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스스로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세 가지로 정리해서 말했다. 본인이 직접 모든 것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해나갔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변화가 많을수록 요구되는 리더십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중 하나가 강력한 카리스마형 리더에서 공감형 리더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과 조직이 다양해지면서 그 구성원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강력한 힘으로만 그들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을 읽고 이해함으로써 함께 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공감’이란 무엇일까? 공감은 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똑같은 것을 나도 느끼고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같이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같은 길을 걷는 파트너이자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공감하는 사이는 어려운 설명이나 불필요한 지시 없이도 서로 믿고 따른다.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 ‘공감 리더십’이다. 주말에 있었던 사건을 경험하면서 ‘공감’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남편은 공감 리더십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구구절절한 설명과 상세한 지시가 필요 없이 딸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이해했고, 갈등과 문제를 강한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공감을 통해 상대를 부드럽게 설득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공감형 리더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주말의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함께 하는 직원과 동료 등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많이 먹고,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많이 웃기도 하고, 슬픔도 같이 나누어야 한다. 그런 시간을 쓸데없다 여기면 큰코다친다.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 같이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마음이 담긴 시간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딸아이와 그런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내가 어찌 쉽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상대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상대를 힘이 아닌 공감으로 이끌기 위해선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공감은 서로 같은 감정과 정서를 느끼는 것이다. ‘우리 지금부터 같은 마음이야. 알았지? 시작!’ 이렇게 할 수 없는 게 사람 감정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주어야 한다. 딸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더라면 나의 강압에 의해 잘못을 무조건 인정하게 하고 친구 엄마에게 억지로 사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의미한 상황 종결을 하고 꺼림칙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감했을 거다. 상대방과 나와 같은 감정과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설득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감정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주말을 지낸 오늘, 바쁜 업무들 속에서도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밥을 먹고, 그들의 이야기에 쏙 빠져본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