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딩리더십
올해 여름은 참 무덥고 길었다. 가을이 오나 설레었는데 바로 겨울이 오는 것 같다.
계절은 매년 시기와 느낌이 다르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절기를 지켜나간다.
자연에게 배우는 리더십은 참으로 깊다.
얼마 전, 한 기업의 대표님을 코칭하는 세션을 가졌다.
매 코칭마다 아젠다는 있지만, 상황에 따라 대표님이 긴급하게 원하는 주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번 코칭은 그런 안건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코칭 세션은 confidential로 진행되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요지는 직원 문제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 리더와 직원이 서로 다른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핵심은 직원이 실제 사실과 상황과 다르게 대표님을 비난하고 비방하는 문제였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사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글로벌로 번지게 되면서 처리해야 하는 과정이 더 복잡해졌고 연관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코칭이 진행되는 동안, 그 대표님이 책임지고 가져가야 할 무게가 얼마나 큰지 느껴졌다.
믿었던 직원에게 받은 배신감,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불안함, 이 문제로 현재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상황, 원팀으로 만드는 조직문화, 처리해야 하는 절차와 투입해야 하는 자원과 에너지 등 그 고뇌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리더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의 오해 속에, 또 누군가의 비난 속에 억울함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틀린 걸까? 내가 잘못된 걸까? 뭐가 문제인 거지?'
이 질문의 시간 자체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인식을 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기도 한다. 힘든 과정이지만, 새로운 기회와 탐색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리더는 늘 여러 방향의 시선을 받는다. 칭찬과 신뢰의 시선도 있지만, 질투와 오해의 시선도 함께 있다.
그 시선들이 교차하는 한가운데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리더십 스킬이 아니다. 아마 그 상황에서 완벽하게 해방되는 묘책이란 것도 없다.
이때 필요한 건, ‘완벽한 방어’가 아니라 '단단한 내면의 중심'이지 않을까.
계절이 매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생기지만, 중심을 지켜 나가듯이 리더에게도 단단한 중심이 필요하다.
리더의 중심은 ‘자기 철학’에서 온다.
상황에 따라 말이 바뀌지 않고, 사람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지 않게 하는 힘. 그 힘은 지식이 아니라 철학에서 비롯된다. 철학이란 거창한 이론이 아니다. 내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무엇이 옳다고 믿는가에 대한 일관된 가치와 기준이다. 그 가치와 기준을 믿고, 그 자리에서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서 있는 것이다.
그 기준이 명확할수록, 리더는 외부의 비난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당신이 서 있는 곳이 바로 당신의 리더십이다.” - 피터 드러커
리더는 연예인이 아니다.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일 수 없다. 그보다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신뢰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때로는 속이 터지고, 억울한 피드백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중심을 지켜야 한다.
감정의 파도 위에서 휘둘리지 않고 조용히 호흡을 고르는 힘!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힘! 그게 리더의 품격이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을 수는 있지만, 그 말에 내 존재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리더에게 필요한 건 완벽함이 아니라, 평온하게 버티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그 중심이 있을 때, 리더는 무너지지 않는다. 리더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고, 그 태도가 조직의 방향을 만든다.
리더십의 가장 깊은 곳에는, 휘둘리는 감정보다 단단한 중심의 철학이 있다. 자연처럼...
리더십의 철학은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묵묵히 중심을 지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 지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