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디톡스 리뷰

어제의 다짐, 오늘의 합리화

by 뽀시락 쿠크

하루 전날 굳게 결심했던 간헐적 단식과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했다. 일어나 따뜻한 소금물 한 잔을 마시고 러닝을 하기 위해 나갔다. 연휴 간 달리기를 하지 못해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아침은 선선해 딱 뛰기 좋은 날씨였다. 주말 일찍부터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많았다.


뛰다 보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뛸 때는 되게 힘이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바람을 느끼다 보면 20-30분이 금방 지나간다. 몸이 적응한 걸까, 아니면 달리기가 즐거워진 걸까. 아마 둘 다인 것 같다.

운동 후 상쾌하게 샤워를 했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바르던 바디 로션도 꼼꼼히 바르고, 스킨도 톡톡 두드리며 부드럽게 흡수시켰다. 오늘만큼은 나를 정성껏 돌보는 시간.

신문을 읽다 보니 금방 10시가 되었다. 단식한 지 12시간이 넘어가자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단식 중 너무 배가 고프다면 버터나 올리브유를 조금씩 먹어주면 포만감이 생기고 좋다 하여 올리브유를 한 스푼 넘겼다.

올리브유의 끝맛이 약간 매콤한 향이 났다. '원래 이런 맛이었나?' 조금 더 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미묘한 풍미가 혀끝에서 맴돌았다.

올리브유를 넘기고 나니 배고픔이 조금 줄어들었다. 오전 내내 몸이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가볍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는 유튜브에 지고 말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문화생활이라며 합리화하며 소파에서 등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헐적 단식은 성공했지만 디지털 디톡스는 참담한 실패였다.

누가 디지털 디톡스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아무래도 다음 주말에는 '디지털 디톡스 재도전기'를 써야 할 것 같다. 일단 오늘은 간헐적 단식 성공을 자축하며, 내일은 유튜브 앱을 폴더 깊숙이 숨겨놓는 것부터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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