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고 기록하는 용기
남편은 고등학생 시절 일본 가수 오오츠카 아이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자신은 사실 오타쿠였다며, 그 시절 미술 시간 판화 과제로 'Happy days - 오오츠카 아이'를 새기고, 그 시절 카페에 게시한 글을 보여주었다.
풋풋하고 순수함이 묻어나는 글과 사진이었다.
나는 무언가를 그토록 애정하고 파헤친 적이 있나?
나에 대해 생각할 때 종종 드는 생각들이다. 열정적으로 온 마음을 다해 빠져 본 게 있을까? 몰입해 본 적이 있을까? 그런 것이 없는 게 어렸을 때부터의 나의 고민이었다.
나름 애쓴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가 보기엔 그저 '제대로가 아닌 껍데기 같고, 그 정도밖에 안 되는데 관심이 있다는 건가?' 할 만한 시선을 보내는 것을 자주 느꼈다.
적당히 무관심하고 적당히 흥미 있다가 길게 지속되지 못하는... 나의 노력은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관심을 지속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지속된 관심을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남편의 그 열정에는 몇 가지가 있었다. 순수한 좋아하는 마음, 표현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나누려는 행동. 단순히 마음속으로만 좋아한 게 아니라, 판화로 새기고, 글로 남기고, 사람들과 나눴다.
어쩌면 나에게 부족했던 건 그 '표현'과 '기록'이 아니었을까. 관심은 있었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았고, 좋아는 했지만 남기지 않았고, 느꼈지만 나누지 않았던 것 같다.
완벽한 열정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글쓰기도, 아침 명상도, 러닝도, 그 어떤 것도 처음부터 온 마음을 다한 건 아니었다. 조금씩 시작했고, 기록했고, 나눴더니 점점 더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어쩌면 열정은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작은 관심을 표현하고 기록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자라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편의 그 순수했던 시절의 열정을 보며, 나도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진지하게 대하고, 더 깊이 파고들고, 더 많이 기록하고 싶어졌다.
온 마음을 다해 빠져 보는 경험,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