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더 성숙해지기
오늘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몸이 움츠러들었다. 실내에서도 오전 내내 찬 공기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유독 월요일의 피곤함이 오래갔다.
그러고 어중간하게 맡은 예산 업무 취합을 하다 불쾌한 일을 겪었다.
나는 단순히 취합하는 목적으로 관련 항목들을 취합해 달라고 요청한 것뿐이었는데, 전화를 걸어와 이것을 왜 본인이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세세하게 항목을 구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내가 가진 정보에서 세세하게 구분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구분하더라도 결국 1명의 담당자가 확인해서 정리해 줘야 하는 것을 볼멘소리로 대응하면 어쩌나.
그 사람도 갑자기 일이 쏟아져서 짜증이 났겠거니 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질문했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상황에서 업무를 해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욕이 우러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의 기준은 없지만 마치 있는 듯이 행동한다. 인터넷에서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사람들처럼. 고객센터에 진상 부리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으면 실수하기 쉬워진다. 그냥 하루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툭툭 내뱉는 것이다. 본인의 업을 쌓는 줄 모르고.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그랬던 적은 없는지. 누군가에게 불친절하게 대한 적은 없는지. 내 감정이 좋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한 적은 없는지. 어찌 한 번도 없겠는가. 나도 분명 그랬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상대방의 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그래도 조금 성숙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욕이 나올 만큼 화가 났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내 입장과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는 조금 성숙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다독여주었다. 오늘도 한걸음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