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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산다

가벼워진 공간, 가벼워진 마음

by 뽀시락 쿠크

일 년에 한 번씩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한다.

몇 년씩 안 입는 옷들이 옷장 속을 가득 채울 때가 있었다. 재작년쯤 '심플하게 산다' 책을 읽은 후, 옷장에 있는 모든 옷들을 꺼내 안 입는 옷들을 기부하거나 헌 옷들을 버렸다.

이렇게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공간도 나도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


옷장에 안 입던 옷들로 가득 차 있을 때는 매번 어떤 옷을 입을지, 원하는 옷들이 어디 있었는지 찾아 헤매기 바빴다.

그러다 보면 옷을 입는 시간보다 옷을 찾는 시간이 더 들고 결국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악순환으로 물건은 늘어나고 또 찾아 헤매는 상황이 반복된다.

한 번 굳게 마음을 먹은 후 2~3년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을 비우다 보니, 내가 가진 옷들과 위치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기 쉬워졌고, 옷을 선택하는 시간들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어느 정도 공간이 비워지니 마음이 가볍고, 심플하고 가벼워진 공간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올해도 안 입은 옷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사실 많이 버리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옷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20대 때 입던 예쁜 치마나 원피스, 잠옷으로 입을 것 같아 남겨둔 티셔츠들, 추억이 있는 물건들이다.

특히 치마나 원피스는 풋풋한 시절을 보내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 조금 더 나에게 어울리는 옷들을 갖추고 있고, 지금의 옷들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양보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조금 더 정갈하면서도 깔끔한 좋은 소재의 옷들을 찾게 된다.

오래 입을 수 있는 그런 클래식하면서 활용도가 높은 옷들. 20대 때 산 옷들 중에서도, 꽤 질 좋은 옷들은 아직까지 입고 오래 살아남아 있는 것들을 보니 조금 더 질이 좋은 것들을 소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 유행을 좇기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본템. 결국 이런 것들이 경제적이기도 하고, 환경에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


잘 쓰지 않는 옷이나 물건들은 오히려 기부하거나 중고로 재판매함으로써 물건들의 쓰임이 있는 곳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자원의 순환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안 쓰고 구석에 있는 물건들이 나를 써주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까. 정리된 옷장을 보니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불필요하게 넘치는 물건들 속에서 물건과 스스로를 위해 한 번 정리 정돈하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비워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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