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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었던 하루

그래도 최선을 다한 기록

by 뽀시락 쿠크

벌써 11월이 되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오늘은 일하는 중에 도망가고 싶었다.


어떡하지...


아침에 출근할 때만 해도 괜찮았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을까? A업무도 처리하고, B업무도 조금 여유롭게 확인해야지. 사무실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준비된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전 미팅을 준비하는 중에 크게 놓쳐진 부분이 있어 마음이 급해졌다. 생각보다 업무가 진척된 상황에서 수정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더라도 우리 팀에게는 쉬우면서 효율적인 방향이라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이걸 어떻게 말하지. 다들 이미 많이 진행했을 텐데...'

심장에 돌덩이 하나가 얹혀 있는 기분이었다.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들숨에는 맑고 긍정적인 기운이 들어오고, 날숨에는 불안이 함께 빠져나가길 바라며.

'차분히 놓쳐진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닐까? 결론적으로 더 좋은 방향이라고.'


휴가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러려니, 제대로 확인된 것이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놓친 건 내 실수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것도 내 일이다. 완벽할 순 없어도, 최선을 다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지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누구보다 가장 오래 생각하고 검토한 것들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확실한 것은 수정하고 추진 나가면 된다.


사실 완벽한 것은 없다. 아무리 준비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고, 일은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다. 다짐해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출근 전의 나와 출근 후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사람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처럼 말이다.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한 지금은 '어떡하지..'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 든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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