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내려가는 찾는 나만의 리듬
필사(筆寫). 글을 베껴 씀.
손으로 글을 쓰는 일이 줄어들면서 단순한 맞춤법도 잊어버리게 되고, 글씨체도 나빠졌다. 원래 예쁜 글씨는 아니지만, 글씨를 못 쓴다는 게 조금 부끄러워졌다.
노트에 써 내려간 글들도 예쁜 글씨가 아니면 다시 꺼내 보기도 내키지 않고, 기록 추구자로서의 성취감에 반감이 된다. 예쁘게 써 내려간 내 글씨들로 노트를 채우고 싶은데...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조금 더 성장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좋은 글을 많이 베껴 쓰면서 문장의 구조를 살피다 보면 글쓰기 실력에 좋다고 익히 들었다.
종종 필사를 하곤 했지만, 꾸준히 하진 못했다. 이번 기회에 글씨체 교정하는 연습도 할 겸, 좋은 문장을 곱씹고 문단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체계화를 해야겠다.
이렇게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즐겁다.
이전에 사둔 나태주 시집과 김종원 작가의 책을 꺼냈다. 나태주 시집에는 필사를 위한 여백 페이지가, 김종원 작가의 책에는 필사 노트가 포함되어 있어 구매한 책이었다. 조용히 책을 펼쳐 글의 내용에 집중하며 차분히 써 내려가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매일 조금씩 써야 하는데, 오늘은 오랜만의 필사가 재미있어 오후에 30분, 저녁 시간에 40분이 넘게 써 내려갔다. 꽤 긴 시간을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학생이 된 기분이다.
손으로 쓰다 보면 문장의 리듬이 느껴진다. 타자로 빠르게 칠 때는 놓쳤던 작가의 호흡, 문장의 구조, 단어의 선택. 천천히 베껴 쓰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질문하고, 생각하고, 읽으며 써 본다. 그렇게 좋은 문장들이 내 손을 거쳐 천천히 내 것이 되어가겠지.
책을 읽으며 간직하고 싶은 문장, 따뜻한 시,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 사설도 좋다. 읽고 싶은 것이 많듯이 쓰고 싶은 것도 많다. 독서하고 필사하고 요약하고 내 생각까지 써 내려가면서 나만의 예쁜 기록장을 쌓아가야겠다.